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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partners 샘파트너스 Feb 20. 2017

트럼프에 반대하는 방법 - 스타벅스 커피 마시기

새로운 브랜드 전략, 액티비즘

올해 슈퍼볼 광고는 사회적 이슈와 정치적 신념의 선전으로 가득했다.

굵직한 대기업 CEO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앞다투어 트윗했다.

한 스포츠 브랜드는 여권 신장을 지지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브랜드 액티비즘은 더 이상 ‘착함’을 말하지 않는다.

사회정치적 ‘올바름’을 말하고, ‘올바름’을 검증받는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무엇을 경험할까? 




올해 슈퍼볼 광고는 사회∙정치적 메시지로 가득했다. 먼저 버드와이저(Budweiser)의 <Born The Hard Way>는 공동 창립자 아돌푸스 부시가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며 겪는 험난한 여정과 맥주 제조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에어비앤비(Airbnb)는 당신이 누구던, 어디에서 오던, 누구를 사랑하던 간에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많이 받아들일 수록, 세상은 더 아름더워 진다는 <We Accept>의 메시지를 말한다. 또한, 익스피디아(Expedia)의 <Train>은 여행의 좋은 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무장단체와 검문소, 난민 구조활동, 시위를 경험하는 여행자를 비추며 여행이 세상을 좀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남녀평등을 향한 목소리도 있다. 아우디(Audi)는 <Daughter>에서 자동차 경주에서 씩씩하고 정정당당하게 참여하는 소녀의 모습과 그런 딸을 독려하는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Committed to equal pay for equal work. Progress is for everyone(남녀의 동등한 임금을 지지한다. 진보는 모두의 것)"이라는 직접적인 카피를 전했다. 이처럼 올해 슈퍼볼 광고에는 다양성, 환경보호, 양성평등 등의 다양한 사회 이슈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7 슈퍼볼 광고는 사회∙정치적 메시지로 가득했다


광고뿐만이 아니다. 브랜드는 캠페인 및 서비스에서도 소비자들이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경험하게 한다. 스타벅스(Starbucks)는 음료컵에 "Race Together"라는 글귀를 쓰거나 스티커를 붙여, 인종의 다양성을 함께 지지하자는 뜻을 내비쳤다. 그리고 나이키(Nike)는 여성의 승리를 응원하는 '나이키우먼스 하프마라톤'과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나이키우먼 서울'을 운영했다. 또한 도브(Dove)는 <Real Beuty> 캠페인을 통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자존감 회복 운동을 시작하며, 재단을 설립하여 10대 소녀들에게 그들만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지지하는 프로그램을 후원했다.



수면 위로 올라온 사회 이슈, 새로운 페르소나의 등장


최근 대두하고 있는 젠더 이슈를 반영한 나이키(좌), P&G(우)의 광고


브랜드가 지지하는 '인간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도 있다. P&G의 <Like a Girl>은 '여성스러움'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벗어나 한 인격체로서의 여성을 말한다. 유투브 조회 수가 8000만 뷰를 넘은 이 광고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았으며,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SNS에서 회자하고 있다. 나이키가 말하는 주제 역시 같은 맥락이다. 나이키 광고에서 모델들은 남성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주체적인 '러너'다. 이 광고는 우리나라 SNS를 통해서도 나름 화제가 되며, 운동하는 여자 아이돌의 뒤태를 강조하며 남자들의 시선을 받기 위해서 이 브랜드를 사야한다고 어필하는 국내 모 스포츠 브랜드 광고와 비교되기도 했다.


왜 위 광고들은 좋은 반응을 얻었을까? 그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수면 위로 부상한 젠더 및 페미니즘 이슈가 있다. 이제 여성들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페르소나로 그려진다. 광고주들은 더 이상 여성들을 내조하는 주부, 순수한 미소를 발산하는 소녀, 탄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대생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이제 여성들은 강인함과 승부욕을 가진 주체로 화면에 등장한다. 직접 페미니즘이나 트렌스젠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미 광고가 다양한 인간상을 포용하고 있음을 소비자는 직감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나아가 소비자는 브랜드가 훌륭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믿게 된다.



옳은 신념을 검증하는 소비자와 브랜드


반트럼프 여론이 고조되며 #DeleteUber 해시태그 운동이 등장, 20만 명의 이용자가 우버계정을 삭제했다


그런데 이제 브랜드의 '보여주기'로는 부족해보인다. 소비자는 경영자에게도 올바른 신념을 검증하려 한다. 최근 브랜드 CEO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가 널뛰기 하는 몇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먼저 지난주 미국에서는 세계1위 차량호출기업 우버(Uber)의 CEO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 도널드 트럼프의 자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 후 우버 고객 20만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우버계정을 삭제했다. 우버를 향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며 SNS에서는 #DeleteUber 해시태그 운동까지 등장했다. 이로 인해 만년 2위를 달리던 차량호출업체 기업 리프트(Lyft)가 주목 받기 시작했다. 리프트 CEO는 여세를 몰아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 1백만 달러를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로 인해 리프트는 순식간에 앱스토어 무료여행 카테고리 앱 차트 1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발표 이후, 스타벅스 CEO는 만명의 난민을 고용하겠다고 약속했고,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는 난민에게 무료로 집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액티비즘을 활용한 브랜드 행보에서, 모종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첫째, 우세한 여론이나 사회적으로 가장 대두하는 이슈를 지지한다.(인종차별금지, 난민보호, 남녀평등 이슈)

둘째, 비판하는 메시지가 아닌, 긍정과 중립의 메시지이다.('We Accept', 'Better For it', 'Make Youself')

셋째, 말뿐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실제 사회에 도움될 방안을 제시한다.(난민 고용과 주거 제공)

넷째, 대표성을 가진 회사의 구성원이 직접 SNS에 메시지를 전달한다.(스타벅스, 에어비앤비 CEO)

다섯째, 특정 모델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의 공감과 참여로 구성된다.(<Real Beauty>, <Like a Girl> 캠페인)



브랜드가 파는 ‘액티비즘’, 소비자가 사는 ‘올바른 만족감’


브랜드의 액티비즘 전략은
소비자가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게 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올바른 일을 한다고 믿는 브랜드를 찾는다. 소비자가 불의를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신념 지키는 액티비스트이기 때문일까? 헤드스페이스(Headspace)의 크리에티브 디렉터 윌 파울러(Will Fowler)는 "액티비즘은 브랜드에 의해 중개된다"고 말한다. 브랜드의 액티비즘적인 전략은 소비자가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한다. 트럼프에 반대하기 위해, 난민을 돕기 위해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는 일에는 별다른 희생이 필요없다. 직접 행동을 취하지 않고 스타벅스에 가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인종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난민을 돕는 올바르고 트렌디한 현대인이라는 자기만족을 얻는다.


그렇다면 실제 기업들이 근본적으로 올바름을 추구해 위와 같은 메시지를 내는 것일까?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더 많은 아메리카노와 운동화를 팔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기업들은 소비자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 액티비즘을 파는 것은, 그것이 소비자에게 팔리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옳은 행동을 하는 브랜드를 지지하는 것을 브랜드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의 변화를 냉소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그들의 브랜드 전략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것일 테고, 니즈를 반영한 광고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소비자에게 다시금 퍼뜨린다. 아우디의 광고를 보며 아버지는 딸을 어떻게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지 광고를 보는 짧은 순간에 생각한다. 다양한 언어의 코카콜라 노래를 따라 부르며 피부색이 다른 인종을 감싸 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액티비즘 전략이 언젠가는 뻔해질지라도, 적어도 지금은 기업의 행보가 새롭고, 쿨하다.




epilogue..


남성이든 여성이든,
나이가 많던 적건,
피부색이 어떻건,
어떤 정당을 지지하던,

그들의 '경험'에 좀 더 귀기울이고 싶습니다.

BXRS | 윤희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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