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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Feb 15. 2023

브람스 인터메조 op.118 no.2

진짜버터막걸리와 어울리는 피아노곡

93.1 MHz


클래식 라디오를 들으면서 운전을 하는 시간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요즘은 생활에 치여 공연을 갈 시간도 없고 호주머니 사정도 빠듯하지만

그래도 몇 년 전에는 서울에서 클래식 공연을 하는 대표적인 세종문화회관, 롯데홀, 예술의 전당(예당)에

몇 개월에 한 번씩은 자주 갔었다(R석은 꿈도 못 꾸고 그나마 B석이나 C석에 만족해야 했지만...).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열리는 다채로운 문화생활에 부러워하지만 서울에 산다고 해서 

모두가 풍부한 문화생활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어렵게 구한 연주회 티켓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기 전 손에 쥔 비행기 티켓만큼 따뜻한 봄바람 같은 설렘을 전해준다.


단원들을 이끌고 자신들의 음악으로 소화해 낸 명곡들을 연주하는 지휘자의 열정적인 지휘가

끝나면 지금 한 순간을 위해 수없이 반복되는 연주를 하며 많은 시간 동안 힘들었을 그들의 열정과 노력, 모두의 실력들을 함께 녹여낸 지휘자와 단원들을 향해 울컥하는 벅찬 감동으로 아낌없는 커튼콜을 보낸다.


악보 한 장 아니 음표 하나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삼류 중의 삼류 관객인 나로서는

이미 고인이 된 그 사람은 어떻게 그 시대에 이런 명곡을 작곡했을까?

현대를 힘들게 사는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창조주가 내려준 선물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한다.


천재 작곡가의 명곡을 연주해 내는 피아니스트, 첼로스트, 바이올리니스트들의 거침없는

연주 실력에 진심 어린 존경의 커튼콜을 보내면 박수소리를 뒤로하고 지휘자는 퇴장하지만

그 후에도 오히려 더 손바닥이 뜨거워지도록 박수를 보내면 그들은 다시 무대로 돌아와서 단원 들와 

함께 관객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김민재 인스타그램

관객들은 감사의 인사에 만족하지 않고 '앙코르'를 외친다.

그 순간 난 '지휘자가 어떤 앙코르 곡을 준비했을까?' 참으로 궁금하고 설렌다.

어느 연주회나 앙코르 곡 선정에 많은 고민을 한다.

전체적인 연주회의 흐름과 이어지면서도 관객의 눈높이에 맞고 분위기를 더 올리면서도 여운 있는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그런 곡을 선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몇 번째 커튼콜에서 앙코르 곡을 연주할까?


지휘자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이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뒤돌아 지휘봉을 올리면 다시 장내가 조용해진다.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아는 곡이 나오면 다시 웅성웅성해지며


아는 곡이다!


지휘자와 연주자, 관객이 하나가 되는 앙코르곡 중에서 가장 많이 무난하게 선택되는 곡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어본 곡은 브람스의 6개 피아노소품 인터메조 op.117과 118, 119중 118의 no.2 다.

나뿐만 아니라 클래식을 좋아하는 다른 관객도 무척 좋아하는 곡이라 조성진, 김선욱, 임윤찬, 백건우까지

내로라하는 유명 연주자들마다 각기 다른 색감과 그들만의 감정으로 이 곡을 연주했다.


피아노 소품곡 Op.118은 4개의 간주곡, 발라드, 로맨스 이렇게 총 6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no2 인터메조라고 하는 간주곡은 브람스의 섬세함과 가슴 따뜻함, 우유에 녹아드는 버터 같은 원숙함이 듬뿍 담겨있다.





얼마 전 '진짜버터막걸리'라고 이름 지은 술을 개발했다.

운전하면서 이 술과 가장 잘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어떤 것일까 고민하다가

내가 질문한 답에 스스로 답을 줘야 할 것 같았다.

정답은 브람스의 6개 피아노소품 중 인터메조 Op.118 2번 피아노곡이다.

맛있는 술을 드시고 행복하다고 느껴주시면 수억 개 효모들의 지휘자인 나로서 

더 이상의 찬사가 쏟아지는 커튼콜은 없는 것 같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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