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거요. 제가 일본에서 지낼 때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었는데요.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타마키 코지(Tamaki Koji) 노래를 들으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벚꽃이 비처럼 내리는 거예요. 쳐다봤더니 커다란 벚꽃나무에서 벚꽃이 떨어지는데. 갑자기 감정이 복잡해지면서 울컥하더라고요. 한참을 나무 아래서 쳐다보면서 한국 가면 꼭 '꽃비'를 제 것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하'
벚꽃을 일본 꽃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1908년에 제주도를 방문한 프랑스인 신부가 한라산 중턱에서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발견했었고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일본 조선총독부에서도 우리나라 전역을 직접 답사한 결과 벚꽃의 원산지가 제주도라고 했다. 일본 선원들이 제주도의 벚나무를 가져가서 자국의 신에게 헌상했다는 문헌도 있다. 문헌만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고 과학적인 DNA 결과도 뒷받침한다. 산림청이 일본과 한국 벚나무의 DNA를 분석한 결과와 미국 농림부가 일본과 한국의 벚나무 시료 82개를 채취해 DNA를 분석한 결과도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벚나무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ko.traasgpu.com 워싱턴 DC 포토맥 강변
미국 워싱턴 DC 포토맥 강변에서는 1912년 일본 도쿄 시장이 벚나무 3천 그루를 선물한 것을 심은 이후에 벚나무가 자리를 잡아 대규모 벚꽃 축제가 열린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일본을 상징하는 벚나무를 베어내자고 했지만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벚나무의 원산지가 한국이란 사실을 알리면서 베어내지 않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저 예쁜 벚꽃에 정치색을 안 입히면 안 될까?
진해에 있는 해군기지는 매년 벚꽃철마다 민간인들에게 개방한다. 아름드리 벚꽃나무와 흐트러지는 벚꽃비 속에서 황홀했지만 꽃구경 나온 많은 사람들에 치여 지쳤던 기억도 난다. 중국 우한 폐렴 방역 단계가 낮아진 2023년 봄에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벚꽃을 보러 나올까?
진해, 여의도, 양재천... 한국 벚꽃도 좋지만 오사카 남쪽 일본 나라현 중앙부에는 요시노산이라는 산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한 요시노산은 벚꽃이 흔한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벚꽃 명소로 아주 유명하다.
나카센본 ~ 가미센본 ~ 오쿠센본 순으로 서서히 벚꽃이 개화하며 요시노산 전체를 근사한 분홍빛으로 물들여 가며 봄이면 산을 그림으로 만드는데 요시노산의 계곡과 능선을 뒤덮은 벚나무는 3만 그루로 4월 봄시즌 동안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움을 안겨준다. 특히 요시노산에서도 가장 오래전부터 유명한 벚꽃 군락지는 시모센본인데 밤에 벚꽃을 비추는 조명과 이국적인 풍경, 사진을 찍으러 나온 기모노를 입은 젊은 일본 여성들의 무리는 일본이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을 '벚꽃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왔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시노산은 도쿄에서는 3시간 30분 정도로 멀지만 오사카, 교토에서는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벚나무가 어느 나라 것이냐고 다툴 때 세계적으로 벚꽃은 이미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 된 지 오래다.
일본에 가면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돈키호테'라는 잡화점이 있는데 이곳에 가면 벚꽃주를 판다.
사쿠라 사라사라
사쿠라 사라사라는 한국에서는 2만 원 정도, 일본 현지에서는 1만 5천 원 정도 하며, 11도의 알코올에 180mL 용량의 벚꽃 생화가 들어간 사케다. 전 세계적으로 예쁜 술 리스트에 꼭 들어가는 예쁜 술이다. 감성없는 남자가 봐도 마음이 흔들리는데 여심은 얼마나 흔들릴까 싶다. 맛에 대한 평은 좋지 않다. 인공적인 복숭아 향기가 나서 우리들 취향은 아니다고 하는 평들이 많다.
술연구가, 술전문가로서 이 술에 대해 평을 하자면 아래 평점을 줄 수 있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벚꽃 하나로이만한 마케팅을 해내는 게쉬운 능력이 아님은 분명한 것 같다.
술맛 ★☆☆☆☆
술색 ★★★★☆
술향 ★★★☆☆
술디자인 ★★★★★
술마케팅 ★★★★★
종합 ★★★★☆
조금만 더 기다리면 한국에도 내가 애정하는 벚꽃이 핀다. 벚꽃주는 일본의 사쿠라 사라사라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진짜버터막걸리'는 세계에서 내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봄바람을 술잔에 따라 진버막과 감자샐러드로 몽글몽글한 2023년, 코로나가 끝나는 봄을 두 손 가득 가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