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r 13. 2023
자살하는 의사들
위험한 약물에 대한 접근성과 자살패턴에 대해
경고: 본 자료는 옥스퍼드 대학교 정신과의 자살 연구 센터에서 보건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수행한 고위험 직업군의 자살에 관한 연구 프로그램의 일부로 수행된 결과가 담긴 국제 의학 저널의 내용을 일부 담고 있습니다. 정신적 자극을 줄 수 있으니 특정 직업군에 대한 오해가 없길 바라며 청소년이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분들은 구독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QJM: 국제 의학 저널 , 93권, 6호, 2000년 6월, 페이지 351–357
적어도 한국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한 걸음 더 다가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일반인이 현실 속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고강도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간다. 의사라는 직업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돈', '명예', '이미지', '의지' , '경쟁에서 승리', '깨끗하고 좋은 근무환경', '선생님이라는 호칭'등과 같은 결과물을 통해 '부럽다'라고 느끼는 것이겠지만 이면(裏面)에는 결과물을 지속하기 위한 '끝없는 희생', '타인들의 기대', '자아의 지속적인 유지', '환자의 불만', '의료사고', '조직관리', '대외 학회 활동', '휴일근무', '자연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 '심사평가원의 통제' 등 보이지 않는 심리적 압박의 크기가 상당하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직장인들은 주말(토, 일)에 쉬지만 개원의들은 토요일 오후까지 근무한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리에 앉아 많은 환자를 맞이하고 그들의 증상과 통증, 아픔을 들어줘야 하며 실수하지 않는 적절한 처방전을 발급해야 한다. 전문 진료과목에 따라 다르지만 예약된 시간에 검사나 시술 또는 수술을 해야 하며 방사선사나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이 없거나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법적으로 의사가 직접 영상 촬영부터 투약, 조제와 환자에게 설명 등의 모든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
iStock by Getty개원의는 '자영업자'
병원 매출이 충분히 나와야 병원 임대료, 관리비, 인테리어비를 낼 수 있고 직원들 급여와 비싸게 들여놓은 의료장비 리스 할부금에 소모되는 의약품비용, 각종 학회의 회비도 내야 하는 데다가 본인 급여, 주변 지인들의 기대에 맞는 품위 유지비도 나가야 하기 때문에 늘 병원 시스템이 잘 돌아갈 수 있게 꼼꼼하게 신경 쓰고 살펴야 한다. 아파서 찾아온 환자들 앞에서 나도 힘들다는 표정을 짓거나 퉁명스러운 말투를 사용할 수도 없다. 환자들은 늘 예민한 상태이며 불신을 전제로 의사와 대면한다. 게다가 사전 예고 없이 결근하거나 갑자기 사직하거나 병원을 옮기는 의료 인력들의 채용 면접과 인사 처리는 덤이다. 매출 실적 압박은 회사의 영업사원들만 겪는 일은 아니다.
의료 종사자의 자살률은 상대적으로 높다.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1979년에서 1995년 사이에 자살 또는 원인 불명으로 사망한 의사들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의사가 자살에 사용한 방법과 일반 대중이 사용한 방법을 비교했다. 위험한 수단에 대한 접근이 자살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된 방법을 성별, 직업 및 전문성에 따라 분석했더니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반인보다 약물에 의한 자살이 의사들이 더 많았다.
가장 많이 사용된 약물은 전신 마취제로 사용되는 바르비투르산염(Barbiturates)으로 사망한 마취과 의사의 절반은 마취제를 사용했다. 의료용 기구로 '자해'를 하는 방법도 자살 방법으로 일반인보다 더 자주 사용되었다.
Seconal바르비투르산염::
긴장을 풀거나 졸리게 만드는 약물이며 경련, 발작을 멈추거나 예방하는 약물로 가장 일반적인 용도는 마취를 통해 간질, 비간질성 발작, 불면증 상태를 치료하는 것이다. 이 약물은 진정, 최면제 계열에 속하는 약물이다. 이 약물은 뇌 세포의 활동을 늦추는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이라는 뇌의 화학 물질을 증가시킨다. 전신 마취용 약물로 많이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다른 약물들이 많이 나와 사용빈도는 떨어졌지만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약물이다. 상품명으로 Fiorina®, Pentothal®(미국에서 사형집행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 Seconal®(미국 내 의사 조력 자살에 가장 자주 사용되는 약물), Nembutal® 등이 있으며 이러한 항정의약품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은 구입할 수 없으며 사용과 관리를 엄격하게 통제받는 약물이다.
의사가 자살에 사용하는 방법과 나머지 일반 자살 집단이 사용하는 방법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약물 중독에 의한 사망이 훨씬 많았다. 의사의 자살 사망의 원인 '자가 중독'이라는 사실은 의사가 약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어떤 약물과 복용량이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약물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자살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통계적으로 의사가 약물을 사용한 '자가 중독'과 일반적 자살 사이의 절대 비율 차이는 여성(17.7%)보다 남성(35.3%)에서 더 많았으며 다른 방법(질식사, 가스, 익사, 투신과 같은 방법)으로 사망한 의사는 더 적었다.
특정 전문 분야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자살에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특징은 모든 마취과 의사의 절반이 '마취제 과다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한 반면 다른 전공의 의사는 훨씬 적은 비율이다는 점이다.
외과 의사의 경우는 12명 중 2명만이 마취제를 사용했다. 정신과 의사의 경우에는 단 한 명도 향정신성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통계적 결과는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했다.
결론적으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지 못하게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위험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라는 것이지만 임상의가 수행하는 기본적 치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논문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자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동안 계속 일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결정'과 관련해서 사회적 논의나 시스템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위험 약물을 직접 취급하는 의료 종사자들의 여러 사고는 사회 뉴스를 통해 듣고 있지만 극소수라는 말로 비켜서고 있는 것 같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우리가 겪는 모든 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강다리에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생명의 전화가 있는 것처럼 최소한의 문턱 정도는
약물보관케이지 앞에 있는게 낫지 않을까.
아이와 함께 즐겨보던 검정고무신의 원작자 이우영 작가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개인적으로 지인의 형이기도 한 데다가 같은 시대를 살았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등졌다고 하니 마음이 착잡하다.
이 분만이 아니다. 대통령 후보까지 나왔던 이재명 대표의 주변인들의 자살, 누구나 아는 연예인과 방송인 구하라, 설리, 최진실, 최진영, 박용하, 이은주, 정다빈, 채동하, 하일성 심지어 현대그룹 부회장 정몽헌 그리고 前 서울시장 박원순까지 많은 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다들 말하지 못할 고통과 아픔이 있었겠지만 그들이 삶에 대한 애착을 좀 더 가지고 버텨줬다면 어땠을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1위다. 태어나는 사람은 없고 그나마 살아있는 사람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지옥 같은 자살이 유행하고 있다. 과로사, 병사, 사고사, 자연사 등 예기치 못하게 삶의 고난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데 꼭 자살을 해야만 할까.
'행복전도사'라고 하던 최윤희 씨도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삶을 살아낼 수 있는 행복은 대체 어디서 찾아야 할까?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응원이다.
그리고 식사와 함께하며 마시는 긴장을 풀어주는 술 한 잔이다.
진짜버터막걸리 맛은 어떨까?
수제로 만든 라거 맥주 맛은 어떨까?
수제로 만든 사과 와인 맛은 어떨까?
자신의 전문적인 일과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듣는 이 모두가 공감하기 어렵지만 술은 전 세계 누구나 공감하고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세상은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지만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간단하다.
소중한 당신, 응원한다!
우리, 포기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