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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Apr 01. 2023

고마워, 키스해링

Keith Allen Haring

강렬한 색채의 익살스러운 만화 같은 그림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의 작품은 그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다. 부담스럽지 않고 재밌는 그림이라 여러 상품의 디자인에도 사용된다. 미국에서 태어나 32세라는 짧은 생만 살다 에이즈 합병증으로 보석 같은 그림들만 남긴 채 요절한 해링의 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더 사랑받는다.


해링의 작품 세계는 예술을 상위와 하위로 구분하는 '의미 없는 경계선'을 지우는데 많은 열정을 쏟았고 팝(POP) 가게를 오픈하면서부터는 에이즈(AIDS) 인식 전환, 마약,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과 같은 사회, 정치적 주제들의 그림을 캔버스에 표현하고자 했다.


일본 야마나시현에는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이 있다.


Address: 10249-7 Kobuchisawa-cho, Hokuto-shi, Yamanashi-ken


이곳에는 키스 해링의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유명한〈아이콘〉시리즈 있고, 초창기 해링이 뉴욕 지하철에서 직접 그려 판매했던 작품들도 있다. 해링의 마음속 영웅이자 멘토인 '앤디 워홀'에게 바치는 '앤디 마우스'를 포함, 전 세계 티셔츠를 장식하는 1986년 작 '도그'의 사본도 있다.

〈아이콘〉, 엠보싱 용지에 실크스크린, 53.5 x 63.5 cm, 1990 ⓒ Keith Haring Foundation(사진제공: 서울디자인재단)


갤러리에는 해링 대표작인 '아이콘'을 비롯해 '빛나는 아기', '짖는 개',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피플', '피라미드', 사망 한 달 전에 발표한 실크스크린 포트폴리오 최종판 '블루 프린팅'도 있다. 살아있는 듯한 해링의 작품 세계를 보고 싶은 사람은 꼭 한 번 방문해 보길.


피플(people)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키스 해링을 사랑하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해링의 작품들은 시대의 사회, 정치 문제를 대놓고 저격했던 사회적 예술가였기 때문이다. 아파르트헤이트, 에이즈, 전염병, 약물 문제를 표현했고, 본인이 '게이'임을 공개한 해링은 자신의 작품에서 게이 권리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라피티 예술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뉴욕의 지하철역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부유한 사람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까지 모든 사람이 예술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소통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다.


해링의 작품은 항상 다채롭고 살아있는 생동감이 넘치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강렬하고 도전적인 주제를 표현했었는데 특히, 눈길을 끄는 슬로건을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신선하고 도발적이었다. 가장 유명한 예로 코카인, 전염병 그리고 뉴욕시의 관계를 표현하는 Crack is Wack 벽화다. 이 작품은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에서 볼 수 있을 만큼 크게 만들어져 있다.

키스 해링 단속! 1986. © Keith Haring Foundation/ Collection Noirmontartproduction, 파리


1986년에 해링은 '페인팅을 통해 장벽을 파괴'하려는 의미를 담아 독일 베를린 장벽에 그림을 그려 달라는 요청을 받고 독일 국기의 색상을 사용해서 동독과 서독의 통일 희망을 상징하는 벽화를 그렸다. 안타깝게 이 작품은 1989년 벽이 철거되면서 소실됐는데 1987년 그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 If it is not regarded as ‘sacred’ and ‘valuable’, then I can paint without inhibition, and experience the interaction of lines and shapes. I can paint spontaneously without worrying if it looks ‘good’; and I can let my movement and my instant reaction/response control the piece, control my energy (if there is any control at all) … It is temporary and its permanency is unimportant. Its existence is already established. It can be made permanent by the camera.


Keith Haring


… 나는 거침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좋아' 보이는지 걱정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움직임과 즉각적인 반응이 작품과 내 에너지를 제어하도록 할 수 있었다.....




내가 해링의 그림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해링이 상상력과 재밌고 편견이 없는 아이들을 특히나 좋아하고 젊은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작품을 공동으로 만들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줄 정도로 부드럽고 넓은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6년 해링은 자유의 여신상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900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벽화를 그렸는데 이 벽화는 Battery Park City의 Liberty Tower에 전시되어 있다. 해링은 파리의 Necker Children's Hospital을 비롯해 많은 어린이 병원의 벽화를 그렸는데 일기에 이렇게 썼다.


나는 현재와 미래에 이 병원의 아픈 아이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이 그림을 그린다.


나도 현재와 미래에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특별한 '술'을 만들고 싶다.


키스해링의 영감을 받은 술을...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http://kwine911.modoo.at

reference image/text source: Retrospect, Silkscreen on paper, 1989. ⓒKeith Haring Foundation.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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