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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Apr 04. 2023

임원 지원자들의 실수

너무 많은 말과 과장된 업적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수많은 면접을 진행했던 임원이라도 회사를 떠나 다른 조직으로 이직할 때는 반드시 '이력서'를 써야만 한다. 누구나 들어봄직하고 귀에 낯익은 회사이든 아니든, 전(前) 회사의 CTO든 CFO 든 간에 관계없다.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통과해야 하는 '서류전형'과 '면접'의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前 회사에서 높은 직급의 임원이었다는 사실은 단지 참고 자료일 뿐이고 이력서를 검토하는 회사입장에서

이 사람은 그저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이다. 전 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있으시다가 이직을 하는 사람의 특징 두 가지가 있다.


말이 너무 많고, 업적이 과장되거나 장황하다.
아워홈 면접과정  / 제공: 아워홈

현직에 있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나머지 유행하는 용어(예: 인공지능 AI, 빅데이터 등)를 남발하기도 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폰트를 사용하기도 하고, 전 회사 재직 중에 개발한 특허나 논문, 저널이나 성과 등을 강조하기도 한다. 아래 직원들을 독려하거나 조직 차원에서 완성한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본인이 없으면 완성되지 않았을 거라는 뉘앙스로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냉소적이고 보수적인 조직을 긍정적이고 활발한 조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장(market)에서 히트를 친 신제품을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 아이디어가 자신으로부터 나왔고 이를 최종 결과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의 팀이 어떤 방식으로 회사에 기여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새로운 회사는 지원자 '혼자서' 모든 일을 해나가길 원하지 않는다. 팀 리더로서 충분한 자질이 있는가? 목표까지 가는 동안 수없이 마주치는 크랙(crack)들과 발목을 날리는 수많은 부비트랩을 전술적으로 회피하며 목표점에 기동 하며 도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 확률을 알고 싶어 한다. 새로운 회사는 '전 회사의 높은 직급의 임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딱 하나다.

나무위키 / 발목지뢰
우리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돈을 벌어다 줄 수 있을 것인지. 공정이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본인 연봉보다 많은 비용을 절감해 줄 수 있을 것인지. 지원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우리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게 해 줄 것인지. 면접자리에서 구직자가 가지고 있는 밑장을 모두 까고 그 자리에서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말해주길 원한다.


전략을 만드는 사람과
실무를 실행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은 아니다.


구체적 계획(plan)은 말로만 설명하는 건 안된다. 각 단계별로 투입되는 시간과 자원(노동력, 자본, 투자금 등)이 들어가는지를 숫자로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만 한다. 지원자를 인터뷰하는 최고경영자(CEO)는 현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다. 지원자의 의도가 실적용되는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도 이미 예측하고 있다. 최고경영자는 지원자가 장황한 설명을 하는 동안 단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이 사람이 할 수 있을까?


면접 자리에서는 최고경영자의 관점에서 임원급에 맞는 질문들이 나올 것이다.


만약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만약, 팀원 중의 한 명이 다른 팀원들과 함께 업무를 거부하거나 보이콧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만약, 프로젝트 추진 중에 회사의 방향이 바뀌면?

만약, 맡고 있는 팀이 해체되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다면? 두세가지 프로젝트가 동시에 맡겨진다면?

만약, 원하는 연봉을 맞춰주지 못하고 3개월 후 재평가를 통해 결정한다면?

만약, 팀원들의 역량이 지원자의 단계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게 낮다면?

만약, 지금 말한 목표 달성이 1년 후에도 완성되지 않는다면?

만약, 팀원들이 워라밸을 찾는다며 지원자가 퇴근 시간 이후에도 업무를 하고 있는데 퇴근한다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기 때문에.

 면접의 주도권은 최고경영자에게 있다.

지원자의 채용과 연봉,업무범위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다.

많은 지원자들은 그토록 희망하던 회사의 (의례적) 면접 단계까지 왔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짧은 시간 안에 자기가 어떤 경험과 스킬이 있는지를 최대한 많이 설명하고 싶어 한다.


바로 그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
m.blog.naver.com/solkiloveme

단단한 학력과 화려한 경력만 믿다가는 '면접 탈락'이라는 쓴 잔을 마시게 된다. 지원자보다 최고경영자는 더 많은 사람들을 면접, 채용, 일을 시켜보고 내보내면서 단련된 나름의 확고한 편향과 경험을 가진 인사전문가다. 前 회사에서 수 십 년을 다녔다고 하는 건 어떤 관점으로는 '충성심'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으로는 '도전 의식이 낮을 수 있거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수 있고' '개인의 개발을 게을리했거나'와 같은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 최고경영자는 지원자가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가? 에 특히 관심이 많다. 지원자의 답변마다 계속 이어지는 질문들은 '압박면접'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압박'만 하기 위한 질문은 아니고 '지원자의 성향과 어느 지점에서 눈동자가 흔들리는지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다. 아무리 순발력 좋은 사람이라도 '시간차 없이 연속되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일정한 패턴으로  '모범답안'을 대답하기는 힘들다.


왜? 전 회사의 임원직을 그만두고 퇴사하게 되었는가?

왜? 우리 회사를 선택했는가?

급여 때문인가? 복지 때문인가? 회사의 네임밸류 때문인가?

'자아실현'이나 '능력 발휘' 같은 신입사원 메뉴얼 같은 소리는 하지말고.





사원이면 사원급에 맞는 면접이 있고, 과장이면 과장에 맞는 면접 스타일들이 있다.

회사 내부의 중요한 자리인 '임원'을 뽑을 때 최고경영자는 '내가 부릴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내가 부리기에 부담스러운 사람인지' 그리고 '우리 조직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우리 조직과는 맞지 않는 사람인지', '연봉 대비 효율이 높은 사람인지 연봉 먹는 하마인지', '충성도가 높은지' , '발톱을 감추고 있는지' 바둑기사처럼 수십 수를 먼저 보고자 하는 시간이 지원자와 만나는 짧은 면접 시간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싫다면 본인이 대표가 되어
직원을 채용하면 된다.


그럴 수 없다면. 일단 채용 권한을 가진 사람의 눈과 마음을 확실하게 사로잡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내일의 퇴사자들에게 안산술공방 주인장이 만든 '진짜버터막걸리' 한 잔 드리고 싶은 봄비 내리는 밤이다.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http://kwine911.modoo.at

reference image/text source: education.nationalgeographic.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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