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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Apr 09. 2023

내가 살면서 조심하는 사람, 5가지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


세상에 100% 나쁘거나 100% 착한 사람은 없다.


‘카지노’ 종영 후 차무식을 연기했던 최민식이 했던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짧은 시간에 악역을 맡은 배우의 캐릭터를 보여주고자 악랄한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주지만 현실에서는 대놓고 '악'하게 보이는 사람은 없다. 아니 '실제 악'임에도 불구하고 '선'으로 위장한 가면을 쓰고 있어서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아내고 나서야 판단하게 되는데 이 시점이면 늦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선'과 '악'으로 사람을 판단했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든 사람은 선과 악을 둘 다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의 '이기심'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뭐'하며 이해하려고 한다. 글을 읽는 분들의 삶의 경험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까이 두기 싫은 사람 유형 20가지 중 5가지만 먼저 적어본다.


01.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

평소에는 연락 한 번 없다가 돈이 필요하거나 도움이 필요하거나 힘이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에게는 '경고'해야 한다. 그 사람은 당신을 '호구'로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을 '아무 때나 연락해도 내 말대로 따르는 사람'으로 소개해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 때는 어떤 왕례도 하지 않다가 결혼식을 한다며 갑자기 청첩장을 돌리거나 부모님의 부고를 알린다거나 돌잔치에 초대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분류는 당신이 참석해도 잊을뿐더러 당신이 같은 경우로 소식을 알려도 대부분 참석하지 않는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에서 지방까지 내려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서울에 올라오는 것은 돈이 많이 들고 복잡하다는 핑계를 댄다. 서울에서 지방을 가든, 지방에서 서울에 오든 같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KBS


02. 인사성이 없는 사람

인사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인사는 위아래도 관계없고 수평적인 사회 속에서 나누는 일상의 언어다. 목례니 45도, 90도 같은 인사 각도를 맞출 필요는 없다.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해도 좋고 '별일 없으시죠?'라고 해도 좋고 '오랜만이네 얼굴이 좋아 보여', '옷이 멋진걸' 어떤 형식이든 모두가 인사다. 눈을 마주치고도 쌩~ 하고 찬바람 불 듯 지나가는 사람에게 인간적인 좋은 감정을 느끼기는 어렵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주면서 살게 된다. 인사성은 사회생활의 기본이고 매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취사병을 했던 퉁퉁한 체격의 후임병이 생각난다. 고무장화, 고무앞치마, 고무모자를 쓰고서 덥수룩한 수염에 나를 보면 저 멀리서도 경례를 해주던 늘 환하게 웃던 모습이 생각난다. 시간이 많이 지나 이름도 잊었지만 생각만 해도 기분 좋던 이 후임병은 어디서든지 요식업으로 크게 성공했길 바란다. 

gettyimagebank

03. 반복적으로 말이 매번 바뀌는 사람

물론,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사람은 상황에 따라 뱉었던 말이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함께 하자고 했거나 함께 의논한 방식으로 처리하자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약속된 합의를 깨고 취소를 '반복'하는 사람은 절대 믿지 마라. 만약 이런 사람이 상사이면 빨리 부서를 바꾸고 사장이라면 빨리 퇴사를 하고 친구라면 연락처를 차단하는 게 앞으로를 봐서 낫다. 말이 바뀌는 건 그 사람이 이기적인 것보다 당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drivinggeeks.com


04. 숨기는 게 많은 사람

사람 사는 건 특별한 게 없다. 일하고 밥 먹고 씻고 잠자고 가족, 친구, 지인, 이성과 얽힌 여러 문제가 있고 이 문제들의 매듭을 풀어가는 도중이거나 혹은 매듭을 풀지 못하고 사는 게 인생이다. 공적인 업무생활이나 사적인 개인생활을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공적인 관계에서 공적인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다거나 사적인 관계에서 사적인 내용을 지나치게 숨기면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날 못 믿어?'라고 묻는 건 적극적 자기 방어 기제다. 관계상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내용을 물어봤는데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거나 얼버무리거나 회피하면 숨기는 것이다. 숨긴다는 것은 밝히면 현재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관계가 틀어질 수 있는 내용을 유지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기망'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처럼 작은 사회에서 몇 다리 건너면 그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다. 말을 못 하는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니라면 고이 보내드려야 한다.

bonlivre.tistory.com


05. 갑자기 친절한 사람

평소와 다르게 당신한테 갑자기 친절하다는 것 트리거(trigger)가 있는 것은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당신에게 아쉬운 게 있어서이고, 두 번째도 당신에게 아쉬운 게 있어서다. 농담 같지만 아쉽지 않으면 평소처럼 당신에게 쌀쌀맞고 건방지고 차갑게 대해야 한다. 

30년 전 일이 생각난다. 서울에서 지방에 갈 일이 있었는데 친구들 몇 명이 함께 저녁을 먹고 숙소를 정하지 못해 밤늦게 혼자 숙소를 찾아야 될 상황이 생겼다. 평소에 전혀 그런 친절을 베풀지 않던 친구가 갑자기 캐리어를 들어주겠다고 해서 그럴 필요 없다고 했는데 부득불 캐리어를 끌어주면서 내가 숙소를 잡을 때까지 함께 있어줬다. 그로부터 한 달이 안 됐는데 그 사람으로부터 서울에 있는 우리 집에서 며칠만 신세를 지겠다고 해서 승낙했지만 연로하신 할머님은 매일 그 친구의 아침, 저녁식사까지 차려줬었는데 몇 개월을 있다가 인사도 없이 말없이 떠났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거나 나한테 서운한 게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검은색 비닐봉지에 사과 몇 개 아니 만두 한 팩도 사서 가져온 적 없는 그 시절의 '친구'였다. '갑작스러운 친절'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반사적으로 그 '사람'이 생각난다. 


김O진, 다시 볼 일이 없겠지? 늘 버스 운전 조심하고.



▼ NEXT 

06.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07. 중요한 단계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사람

08. 강한 사람한테 비굴하고 약한 사람한테 강한 사람

09. 열등감이 높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

10. 타인에게 말을 왜곡해 전달하는 사람


11. 예의가 없는 사람

12.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

13. 말이 앞서는 사람

14. 남의 노력을 비하하는 사람

15. 자신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

16.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사람

17. 자신만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18.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

19.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

20. 책임감 없는 사람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아니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나야 하고

빵 집에서는 빵냄새가 나야 하고

술 만드는 공방에서는 술냄새가 나야 한다. 맛있는 술 냄새가.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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