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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Apr 13. 2023

칼을 든 남자, 피아노를 친 여자

우리의 마음 속 '열등감'에 대해...


사람이라면 누구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09. 열등감이 높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


열등감(劣等感)은 자신이 남보다 못하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오는 느낌이다. 

콤플렉스(inferiority complex), 자격지심도 같은 말이다.

brainsmith.in

사람이면 누구나 예외 없이 신체적 약점과 심리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신체적 열등감(외모, 건강 등), 

심리적 열등감(내향적 성향, 친구 사귀기 등), 

사회적 조건에 대한 열등감(가난한 집안, 배우지 못하신 부모님 등)을 가지고 있다. 


제대로 된 보통의 사람들은 열등감을 긍정적인 기능으로 만들어 스스로 열등감을 이겨내고자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하는 반면 일부의 사람들(생각보다 일부의 범위가 크지만)은 열등감에 기반한 여러 가지 유형의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태도, 더 나아가 범죄와 연관되는 문제까지 나타나게 된다. 자기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신체적, 심리적 약점을 제삼자가 건들게 되면 가슴속에 꾹꾹 눌러놓았던 '분노'가 폭발하게 된다. 

정신분석학에서 보는 '열등감'은 '인격의 왜곡'이 생기는 중요한 포인트다. 열등감은 개인에게 스스로 열등감에 대한 정신적 피해 보상을 위해 과잉보상을 해주려고 한다. 열등감은 개인한테만 있지는 않다. 대국임을 주장하며 세계 모든 나라의 민폐 국가로 등극한 중국도 서양의 선진국 정도의 국민성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열등감을 극복해 보고자 '가오'를 부리는 것이다.


모두가 이렇지는 않다는 전제를 깔고 말하면

▲너무 못난 외모로 사람들에게 무시받는 사람은 '돈'으로 뛰어난 외모를 가진 사람을 사고자 한다.

작은 키를 가진 사람은 높은 굽의 신발을 신고 자신보다 작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다.

학력에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학위과정이 아닌데도 비싼 돈을 내고 SKY급 최고경영자과정을 이수한다.

뚱뚱한 사람은 검은 색상의 넉넉한 옷을 찾는다.

▲어렵게 어렵게 성공한 사람이 오히려 아랫 사람을 하대한다.



사례 1) 강서구 PC방 살해사건

강서구 PC방 피해자의 담당의였던 남궁인 씨가 쓴 글을 잠시 보자.

........................

그는 일요일 아침에 들어왔다. 팔과 머리를 다친 20대 남자가 온다는 연락을 먼저 받았다. 아직 죽지는 않았다는데,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곧 그가 들어왔다. 그는 침대가 모자랄 정도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에 더 이상 묻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피투성이였다. 그를 본 모든 의료진은 전부 뛰어나갔다. 상처를 파악하기 위해 옷을 탈의하고 붕대를 풀었다.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잘생기고 훤칠한 얼굴이었지만 찰나의 인상이었다. 파악해야 할 것은 그게 아니었다.


상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복부와 흉부에는 한 개도 없었고,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칼을 막기 위했던 손에 있었다.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 피범벅을 닦아내자 얼굴에만 칼자국이 삼 십 개 정도 보였다. 대부분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후방에 있었다. 개수를 전부 세는 것은 의미가 없었고, 나중에 모두 서른 두 개였다고 들었다. 따라온 경찰이 범죄에 사용된 칼의 길이를 손으로 가늠해서 알려줬다. 그 길이를 보고 나는 생각했다. 보통 사람이 사람을 찔러도 칼을 사람의 몸으로 전부 넣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에게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해자는 이 칼을 정말 끝까지 넣을 각오로 찔렀다.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 두피에 있는 상처는 두개골에 닿고 금방 멈췄으나 얼굴과 목 쪽의 상처는 푹 들어갔다. 귀는 얇으니 구멍이 뚫렸다. 양쪽 귀가 다 길게 뚫려 허공이 보였다. 목덜미에 있던 상처가 살이 많아 가장 깊었다. 너무 깊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복기했을 때 이것이 치명상이 아니었을까 추정했다. 얼굴뼈에 닿고 멈춘 상처 중에는 평행으로 이어진 것들이 있었는데, 가해자가 빠른 시간에 칼을 뽑아 다시 찌른 흔적이었다. 손에 있던 상처 중 하나는 손가락을 끊었고, 또 하나는 두 번째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 사이로 들어갔다. 피해자의 친구가 손이 벌어져 모아지지 않았다고 후술 한 기록을 보았다. 그것이 맞다. 다시 말하지만,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


미친 새끼라고 생각했다. 어떤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건 미친 새끼라고 생각했다. 피를 막으면서 솔직히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극렬한 원한으로 인한 것이다. 가해자가 미친 새끼인 것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평생을 둔 뿌리 깊은 원한 없이 이런 짓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무 살 청년이 도대체 누구에게 이런 원한을 진단 말인가. 그런 생각은 여기까지였다. 같이 온 경찰이 말다툼이 있어서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을 찌른 것이라고 알려 줬다. 둘은 이전에는 서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진짜 미친, 경악스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순간 세상이 두려웠다. 모든 의료진이 그 사실을 듣자마자 욕설을 뱉었다.


그가 우울증에 걸렸던 것은 그의 책임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여주지 않았다. 되려 심신 미약에 대한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울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다. 오히려 나는, 일요일 아침 안면 없던 PC방 아르바이트 생의 얼굴을 32번이나 찌를 수 있던 사람의 정신과적 병력이 전혀 없다고 한다면 더 놀랄 것이다. 그것은 분노스러울 정도로 별개의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어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 개인의 손이 집어 든 것이다.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심신미약자의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게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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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 그는 살인 동기에 대해 "화가 나고 억울해서 죽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라고 대답하며 사건 당일의 상황을 밝혔다. 김성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자리를 치워달라고 한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닌데 표정이 안 좋아서 기분이 안 좋아졌다"며 "피해자가 나를 죽이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게 머리에 남았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과거의 억울했던 일들까지 떠오르면서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사라지고 피해자를 죽이고 같이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하면서 피해의식과 열등감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성수는 사건 당일의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금까지 김성수가 작은 목소리에 단답형으로 이야기했던 모습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


김성수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살아오며 겪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이유로 선처를 호소했지만 김성수는 징역 30년을 받고 복역 중이다. 이 사건은 쌓인 '피해의식'과 '열등감'이 분노가 되고, 분노가 살인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아주 극단적인 경우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국민 정신건강 관리 차원에서 전 국민에게 위암이나 대장암 검사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정신과 검사를 받도록 했으면 한다.



국민 정신 건강 관리 차원에서
전 국민에게 정기적인 정신과 검사를 받도록 했으면...



최근 발생한 살인사건 가운데 화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이 한 해 살인사건의 50%인 401건(43.9%)이다.  ‘분노에 의한 살인’이 하루 1건꼴로 발생하고 있다. 분노 조절 장애(습관 및 충동 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6,000명으로 성별로는 남성이 4939명(82.5%), 나이로는 20대 1685명(34.1%), 30대 1084명(21.9%), 10대 908명(18.4%) 순이다.


개인적 열등감이나 가정적 불화 관계로 쌓였던 스트레스와 울분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터지면 범죄로 이어진다


사례 2) 찢어지게 가난한 집 안의 유튜버

공중파에도 나온 적이 있는 이 여성 유튜버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수준급의 피아노를 치는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인데 시골에 있는 자신의 집을 공개했다. 그녀의 집은 제대로 된 화장실, 욕실도 없는 컨테이너 같은 집이고 부모님은 아마 고물이나 폐지를 주워 생활하시는 것 같았다. 

모르긴 해도 그녀의 부모님은 빠듯한 살림에도 음악 학원이나 음악 대학에 보내서 그녀의 재능을 최대한 키우려고 애쓰신 건 분명하다. 보통의 여자라면 가난을 부끄러워하며 화려한 영상만을 내보였을 텐데 그녀는 물을 데워서 찬 물을 섞어서 사용하는 모습부터 아빠의 트럭 옆에 같이 타고 일을 나가는 모습까지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난 그녀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도가 올라갔다. 그녀를 위해 구독 버튼과 좋아요를 눌렀다. 


아마도 돈에 대한 이유로 영상을 만들겠지만 '우아한 옷을 입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미모의 여성 유튜버'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웠을 거라 생각해서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노출 연주라는 콘텐츠를 선택해 눈과 귀를 동시에 잡고자 하지 않았나라고 짐작해 본다.


인간적으로 이 여성 유튜버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1) 대부분의 여성이 민망함을 느끼고 수치스러울 수 있는 노출을 클래식 피아노 음악으로 예쁘게 가렸다.

2) 가난하고 힘든 집 안을 숨기지 않고 공개하며 부모님의 사랑과 관계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3) 사회적 조건에 대한 열등감을 본인이 가진 미모, 연주실력 그리고 인지도로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모쪼록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이 분의 모든 일들이 잘되기를 바란다.



▼ NEXT 
10. 타인에게 말을 왜곡해 전달하는 사람
11. 예의가 없는 사람
12.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
13. 말이 앞서는 사람
14. 남의 노력을 비하하는 사람
15. 자신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
16.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사람
17. 자신만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18.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
19.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
20. 책임감 없는 사람





열등감이 큰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가 아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특성을 자기 은닉(self-concealment)이라고 하는데 스스로를 소외시킴으로써 

'자존감'과 일상의 '행복 지수'는 떨어지고 '고립감'과 '외로움'만 늘어난다.

우리들이 지인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래도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 시그널이다. 술을 만들어 주위에 베풀어보자. 

나눔은 받는 사람보다 나누는 사람이 더 행복해진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reference image source: refreshpsychiat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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