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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Apr 11. 2023

대한항공 086편과 문신토시

강약약강

08. 강한 사람한테 비굴하고 약한 사람한테 강한 한국인


"강자의 앞에서는 을의 처지를 표방하며 약하게 굴거나 설설 기지만, 약자의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도를 전환해서 강하게 나가거나 꼰대질이나 갑질을 해대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빗대거나 비꼴 때 주로 쓰는 말"


예전에 TV에서 방송했던 실험이 생각난다. 여름에 진행된 실험이었다. 좌회전 차선에서 좌회전 신호가 떨어졌는데도 출발하지 않는 차량의 운전자가 창 밖으로 팔을 내밀고 있었다. 첫 번째 실험자는 문신을 한 사람이고, 두 번째 실험자는 문신을 하지 않은 왜소한 체격의 사람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문신을 하지 않은 사람의 뒷 차량들은 클락션을 계속해서 울려대며 온갖 짜증을 다 냈는데 문신을 한 사람의 뒷 차량은 그 어느 누구도 클락션 한 번 누르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그 이후 인터넷 쇼핑몰에는 신상품이 올라왔다.


팔에 끼우는 문신 토시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그뿐이 아니다. 속옷 차림으로 지나가는 여자에게 진상을 피우던 남자가 건장한 체격의 경찰관이 등장하자 태도가 바뀐다.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장기 미수금을 수금하러 온 차무식이 돈을 안주는 깡패 부하를 제압하자 깡패 두목은 꼬리를 내렸다.


이런 사례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폐쇄된 조직인 군대, 회사에서 특히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오죽하면 '군대에서 참으면 윤일병이 되고 못 참으면 임병장이 된다'는 말까지 생겼을까?


강약약강은 우리나라 사람 특징 같다.


난 강약약강이 우리나라 사람의 특징이라고 본다. 학교 폭력은 학교라는 폐쇄적인 조직에서 자신보다 힘이 약하거나 얕보이는 사람을 특정 지어 괴롭힌다. 군대 폭력은 마찬가지로 군대라는 조직에서 같은 사병들끼리 몇 달 먼저 군대 와서 달아주는 계급으로 괴롭힌다. 그뿐이 아니다. 나이를 먹고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전철 경로석에서도 나이를 따지고 싸우다가 나중에는 왜 반말하느냐며 싸운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폭력을 가득 품고 살고 있다.


'직원들에게는 막말을 하면서 총장 비위를 맞추려고 손금이 보이지 않던 교수'

'연구는 하지 않고 주식이나 하면서 아래 연구원들의 업적을 자기 것처럼 포장해서 보고하던 국책 연구원'

'회장이 주최한 회식 자리에서 회장 앞에 무릎을 꿇고 노래방 버튼을 눌러주던 부장'

'자신한테 충성을 다짐하지 않는다고 맥주잔을 던진 유도협회 회장이며 OO808을 파는 건달 회장'

'라면을 트집 잡아 승무원에게 3번이나 다시 가져오라고 한 포스코 임원'

'땅콩을 트집 잡아 비행기를 회항시킨 재벌가'

'편의점에서 반말로 돈을 던지고 갑질하는 아저씨'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다며 SK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탱크로리 기사를 회사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폭행한 뒤 '맷값'이라며 2천만 원을 준 재벌가 회장'

대한민국에서는 자기보다 약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되면 꿈틀꿈틀 '갑질병'이 도지는 인간들이 많다.


난 이런 이유를 '한국인만의 질 낮은 주체성'으로 본다. 좋은 의미의 주체성은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다. 주체성은 '자율성'으로 표현돼야 하지만 '관계주의'가 강한 한국에서는 타인에게 자신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성향으로 발현이 된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성향을 허세, 가오라고 한다.


‘가오’는 일제강점기부터 쓰인 말로, 일본어 ‘가오(かおㆍ顔)’에서 유래했다. 공적인 언어로는 더 이상 쓰이지 않지만 사적 상황에서는 ‘가오’가 널리 쓰인다. 사람들 대부분은 '가오'를 ‘허세’, '똥폼', ‘개폼’의 의미로 인지한다. '갑질'은 '가오'를 잡고 싶어 하는 주체성이 낮은 사람이 부린다. '가오'잡는 사람은 분명히 어딘가 열등감이 있고 스스로 생각하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거르자. 그리고 무시하자.
가능하다면 참 교육 실현도 괜찮다.


'분노'를 참지 못하면 결국 '작은 다툼'이 되고,

'작은 다툼'은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건'이 된다.

TV에 차디찬 은팔찌를 차고 고개 숙이고 나와서 '죄송합니다'를 하는 사람들은 '한 순간을 참지 못해서'

벌어지는 사건의 주인공들이다. 사람은 출구가 있어야 한다. 먹으면 배설하는 것처럼 정신적으로도 쌓인 스트레스를 어디선가 풀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고 다음 방법은 '취미'다.

가장 좋은 취미는 '술 만들기'다. 


휴일 낮에 운동하고 오후에 취미로 술을 만들고 평일 저녁에 퇴근하고 한 잔 하는 

이런 삶, 추천드리고 싶다.




▼ NEXT 

09. 열등감이 높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

10. 타인에게 말을 왜곡해 전달하는 사람


11. 예의가 없는 사람

12.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

13. 말이 앞서는 사람

14. 남의 노력을 비하하는 사람

15. 자신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

16.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사람

17. 자신만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18.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

19.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

20. 책임감 없는 사람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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