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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Apr 19. 2023

짖기만 하는 개

30년 산 위스키와 OO년산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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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말이 앞서는 사람 ◀◀◀
14. 남의 노력을 비하하는 사람
15. 자신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
16.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사람
17. 자신만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18.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
19.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
20. 책임감 없는 사람


도시 생활에서 키우는 개는 인생의 동반견이라 반려견이라고 부른다. 반면 시골집 마당에서 키우는 개는 반려 목적도 있지만 일하느라 비운 집을 지키고 호시탐탐 닭 같은 가축을 노리는 야생 동물이나 낯선 사람들로부터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보안 용도로 개를 키운다. 만약, 야생 멧돼지가 집으로 들어왔을 때 개가 짖기만 하고 물거나 싸우지 않는다면


그런 개는 필요 없다.

영어 관용구로도 be all talk and no action (말만 할 뿐 행동이 없는 사람)라는 표현이 있으니 꽤나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긴 하다. 말은 언제 어디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행동은 절대 누구나 할 수 없다.

무엇인가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성취한다는 건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해야만 결과가 나온다. 단순한 입력 대비 결과 같지만 한 번 생각해 보자. 초, 중, 고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 경우에 따라 대학원까지 진학하고 졸업한 사람의 이력서를 사회적으로 왜 좋아할까? 그 사람이 공부를 많이 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서? 학식이 풍부해서? 간판이 좋아서? 가방끈이 길어서? no.no.no. 아니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을 인정하는 이유는
삶에 대한 '진지함'과 '성실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catherineabrennan.com

하루 이틀 공부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꾸준하게 한 눈 팔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힘든 한 발 한 발을 내딛어야만 정상에 도달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수없이 많은 '포기'라는 유혹과 여러 가지 '핑계' 그리고 '좋지 않은 조건'들이 있다. 산악대장 엄홍길은 악조건에서도 수많은 산을 오르며 동상에 걸려 발가락을 잃고 함께 산을 오른 동료도 잃었다. 이 시간에도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도서관에서 일터에서 현장에서 '오늘'이라는 챕터(Chapter)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수년 전, 20대 여직원이 6개월 정도만 근무하고 퇴사를 한다 해서 그동안 밥 한 번 같이 하지 못했기에 그 부서 사람들과 함께 삼겹살에 소주로 저녁을 했다. '옮길 회사는 정했어요?'라는 질문에 '아니요. 회사는 천천히 알아봐야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짧은 기간이었는데 회사에서 배울만 한 거나 얻어갈 만한 게 있던가요?'라는 이어지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 대표님을 알게 큰 인맥이죠.' 웃었지만 사회생활 선배로써 한마디를 해주고 싶었다.

econovill.com
상대방도 나를 인맥이라 생각할 때 인맥이 되는 거예요.


'와~ 뼈 때리는 말이네요. 맞아요.' 여직원의 선임이던 30대 여직원이 말했다. 20대 여직원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살아보니 직장에서 만난 인연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더라고. 오래 이어지는 인연은 드물고. 심지어 많은 인력들이 들락날락하는 회사의 대표는 퇴사한 직원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내 말을 듣던 여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직장을 구하겠다고 말만 할 뿐 행동하지 않는 사람

다이어트하겠다고 말만 할 뿐 저녁에 치킨을 배달시켜 먹는 사람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말만 할 뿐 공부하지 않는 사람

돈이 많으면 좋겠다고 말만 할 뿐 돈을 벌 수 있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 사람

인맥이 많으면 좋겠다고 말만 할 뿐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

부모님이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만 할 뿐 모시고 건강 검진 한 번 다녀오지 않는 사람

컴퓨터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만 할 뿐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

deccanherald.com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은 젊어서 모를 수 있다.

무엇인가를 힘들어서, 여력이 안 돼서, 시간이 없어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 의지가 약해서

그렇게 포기하고 살다 보면 나이가 들어도 영원히 내 것은 되지 않는다. 화려한 모습의 유명인들도 무명인 시절이 있었고 초보인 시절이 있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살면서도 악착같은 노력으로 최고의 체조선수가 된 양학선, 산에서 뱀을 잡아 팔던 배우 원빈, 수천만 원 빚으로 난방이 되지 않는 옥탑방에서 살았던 가수 장윤정, 무명시설 잠잘 곳이 없어 런던 공원 벤치와 무료 급식소를 전전했던 007 제임스본드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 폐차장에 버려진 트레일러에서 햄버거 하나도 먹기 힘들 정도로 힘들게 살던 짐 캐리,..., 유명한 배우가 아니더라도 동네에서 중국집 배달일부터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건물주이자 중국집 사장님이 되신 분까지 우리 주변에 인생 성공 스토리를 쓴 사람들은 꽤나 흔하다.

다니엘 크레이




빨리 만들어진 술은 시어지고, 급하게 술을 만들다 보면 맛이 없다.

쌀을 꼼꼼하게 씻지 않거나, 충분히 불리지 않거나 혹은 질 나쁜 쌀로 만든 술은 아무리 빚는 실력이 좋아도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효모들이 술을 만들어 줄 발효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수시로 발효통 뚜껑을 열면 쉽게 곰팡이에 오염되어 그 비싼 재료를 모두 다 버리게 된다.


15년, 30년 숙성된 술을 좋은 술이라 말하듯이

과연 나 자신의 가치는
몇 년산일까?


오늘도 안산술공방의 술냉장고에는 시간이 다듬어주는 술들이 익어간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reference image/text source: aspca.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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