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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Apr 20. 2023

까짓것 나도 해볼까?

남들이 하는 일이 쉬워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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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남의 노력을 비하하는 사람  ◀◀◀
15. 자신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
16.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사람
17. 자신만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18.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
19.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
20. 책임감 없는 사람


'남의 손의 떡은 커 보인다.'

'남의 밥에 든 콩이 굵어 보인다.'

'남이 잡은 일감이 더 쉬워 보인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언젠가부터 유튜브에서 '미장', '타일', '도배'같이 우리가 소위 '막노동'으로 알고 있던 분야로 젊은 청년들이 진출하면서 다양한 영상을 올리고 있다. '월 천만 원 수입공개', '대학 공부는 왜 했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빨리 들어오세요!' 같은 자극적인 썸네일과 함께 작업 현장에서 에피소드나 출, 퇴근하는 영상을 브이로그로 올리기도 한다.



현장 경험이 필수적인 목공, 도배, 타일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들은 있지만 일의 특성상 학원에서 배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현장을 따라다니며 일을 배우는 사람은 제대로 된 급여나 일당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을 제대로 알려주는 진짜 기술자를 만나는 것만 해도 큰 행운이다. 


기술을 배워 독립하더라도 남들보다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좋은 장비나 공구를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모든 분야마다 이미 터를 잡고 있는 기술자들이 많아 꾸준하게 일을 연결해 주는 대형 도매상이나 판매점을 하시는 사장님(인테리어 사장님, 대형 지물포, 위생기 대리점)들의 간택을 받아야 한다. 매장 없는 프리랜서 개념의 자영업이므로 일을 받기 위해서는 열심히 명함을 돌리고 영업을 해야 한다. 


앉아서 전화만 쳐다본다고 불러 주지 않는다. 


처음에 주어지는 일은 그 분야 전문가들이 꺼리는 일들이다. 예를 들어, 멀리 지방 출장을 가서 해야 하는 일, 단가가 낮은 일, (같은 장소에서 많은 작업량이 있는 게 좋겠지만) 작업량은 적어 수입이 낮고 현장은 계속 바뀌는 일이다. 슬프게도 이런 일조차 매일 있지도 않다.


청년도배사이야기 (궁리)


현장 상황은 편하게 작업만 할 수 있도록 되어있지 않다. 빨리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다른 팀들이 아직 작업을 진행 중일 때도 있고, 다른 팀들이 철수하면서 남겨놓은 쓰레기와 자재를 고스란히 치워야 하는 경우도 있고, 집기나 기물이 먼저 들어와 있어 손상이 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사전 보강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일을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 비용은 지불되지도 않는다. 하루 현장 작업을 끝내면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끙끙 앓아눕는 시간이 더 많다.


몸이 망가지고 다치면서 현타가 온다.


몸이 힘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근처의 사람들과 '김 씨', '박 씨'하며 술 한 잔을 기울이게 되고 가볍게 저녁을 대신하고자 마신 술자리는 현 정부를 비난하는 정치 토론까지 이어져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야 할 때 '그래도 번듯한 옷 입고 출근하던 전 직장이 좋았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마 술이 깨서 눈을 떴을 때 같이 술을 마셨던 다른 팀들은 모두 일하러 나가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당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는 일이 있다. 그 일이 어떤 분야인지 무슨 일인지 아직 모를 뿐이다. 나이 50~60이 되어 은퇴를 앞두고도 자기가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아직도 남들이 하는 일이 쉬워 보이나요?


도배, 타일, 목공이든 마케팅이든 해외영업이든 보험계약이든 어떤 종류의 어떤 일이라도 좋다. 아직도 남들이 이미 만들어가고 있는 성과들을 볼 때 성과가 있기까지의 좌절, 노력, 인내가 먼저 보이는 것이 아니고 달콤한 현재의 성과만 보이는 것은 아닌가?

까짓것 나도 하겠네!라는 생각이 드는지?

내가 만약 잘했다면 뛰어난 내 재능 덕분이지만 타인이 잘했다면 그저 단지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는 않을까?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근본적 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한다. 상대방의 행동을 분석할 때 상황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개인적 성향을 과대평가하는 관찰자의 경향성을 '근본적 귀인오류'라고 한다.




다른 말로 '자기중심적 편향'이라고도 하는데 다른 사람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이 기울어지는 경향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이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건 좋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과도한 '뽕'을 집어넣게 되면 풍선처럼 터질 뿐이다.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수준의 일부터 한 가지씩 성취해 나가는 건 어떨까.


나 역시 처음부터 모든 종류의 술을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비싼 재료를 버리기도 하고, 발효 관리에 실패해 술을 버리기도 하고, 술에 대한 혹독한 평가도 몸으로 받아내야 한 적도 있었기에 지금도 기본을 거스르지 않고 심호흡을 하며 술을 빚는다. 막 걸러 마신다는 막걸리부터 시트러스 한 향기를 듬뿍 가진 맥주, 달콤한 과일향이 꽃의 정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와인에 이르기까지. 즐기시는 분들을 위해 많은 고난의 날들을 아직도 지나가는 중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단 하나도 없다.


안산술공방은 항상 여러분의 도전과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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