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욱 교수 Apr 18. 2023

내 사과가 그렇게 변명 같나요?

사과의 목적은 이해받는 게 아니라 '상대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

▼ NEXT
12.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 ◀◀◀
13. 말이 앞서는 사람
14. 남의 노력을 비하하는 사람
15. 자신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
16.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사람
17. 자신만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18.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
19.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
20. 책임감 없는 사람



사과의 목적은 이해받는 게 아니라 상대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


사죄 전문가 '마스자와 류타'의 '내 사과가 그렇게 변명 같나요?'라는 책에 있는 내용이다.

..............

" 누구나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한다. 말이든 행동이든 일의 결과든.  이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과해야 할 상황인지, 왜 그리고 누구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악의 없이 벌어진 일이라도, 내 잘못이 아니라 그저 사과해야 할 직위에 있을 뿐이어도 사과할 상황이라면 빠르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


한국인은 최대한 사과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과하는 순간 본인이나 본인이 소속된 조직이 고스란히 그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오랜 습관 때문이다. 때문에 등 떠밀려 사과하더라도 진정성이 전혀 보이지 않아 오히려 피해자들의 화를 돋운다.


4.16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먹통대란 카카오사건

제빵공장 사망사건

약학정보원 개인정보유출사건

민주당 돈봉투 사건

표예림 학폭사건

그리고 며칠 전의 부부싸움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사건들의 중심에는 '진정한 사과가 없다.'라는 피해자들의 입장이 있다. 공감하겠지만 부부싸움을 하면 기분 나빴던 감정이 제법 오래간다. 이유는 '충분한 사과의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게 제대로 사과하고 마음을 전달했다면 싸웠던 기억은 눈 녹듯 스르르 지워진다.

사과를 하는 목적은 그렇게 ‘잊혀지는 것’이다.
thestar.com

사건을 앞에 두고 있다면 도망치거나 숨지 말고 사태 수습에 악착같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사과에는 ‘3R'(regret, responsibility, remedy)을 녹여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regret, '유감'을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막연하게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저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가족을 잃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자기한테 상처 주는 말을 해서 미안해."

"사랑하는 우리 딸한테/우리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해."

"내 열등감으로 너한테 질투를 부려서 미안해"와 같이 자신이 왜 사과하는지 이유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잘못이 나한테 없는데 사과해야 하는가?'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상대방이 '상처'를 입었다면 '안타까운 감정'만큼은 빠르고 확실하게 전해주는 것이 좋다. 누구의 잘못인지 그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주면 더 좋다. 상처받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야만 한다. 이태원 사태 이후 행안부 장관처럼 내 잘못 아니라고 묵묵하게 버티고 있다간 피해자들의 의혹과 분노만 걷잡을 수 없게 커진다.

뉴시스


responsibility, 내 '책임'임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작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관행이었습니다.", "일이 이렇게 커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와 같은 말은 안 하니만 못하다. “성숙하지 못한 제가 절대로 해서는 안될 큰 실수를 했습니다”라고 분명한 사과를 해야 한다. 사족으로 '그러나', '하지만' 같은 구질구질한 말은 붙이지 말아야 한다.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綜觀平成時代的三十年,謝罪記者會相當多,幾乎成了平成的代名詞。 圖/《日本語 語感の辞典》


remedy, '보상'의 내용을 넣어야 한다.

"저희 기관의 잘못으로 재해를 입으신 분들께 임시 거주 시설을 제공하고 최대한 물적 보상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 금융기관, OO도와 정부가 지원하고 이를 OO도 최고 책임자인 제가 매일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분명하고 명확한 보상'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


사회 통념을 넘어선 차원의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친 상황에서 유가족은 사과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분들에게는 가슴속에 맺힌 감정을 충분히 풀어낼 수 있도록 묵묵히 진심으로 그분들의 화를 누군가는 받아내야만 한다. 한 번으로 부족하다면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사과해도 괜찮다. 허리를 굽히는 사과만으로 부족하다면 무릎을 꿇고 절에서 참배하듯 엎드려 사죄해도 된다. 만약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게 사과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어떤 사죄조차 이들에겐 그리 큰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global.udn.com



MBC

1997. 11. 24일 발생한 야마이치 증권의 파산 사태 때 당시 사장인 노자와 마사히라의 사과 기자회견은 반전 결말을 보게 된 경우다. 1897년에 설립된 야마이치 증권은 일본의 노무라 증권, 다이와 증권, 닛코 증권과 함께 '일본의 4대 증권'이라 불린다. 그러나 당시 투자 실패와 버블경제 붕괴로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결국 부채는 3조 엔에 이르렀고, 최후의 수단으로 당시 사장인 노자와 마사히라가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를 하게 되었는데 이 기자회견에서 노자와 사장은 눈물을 흘리며 "회사의 손실은 멤버들의 잘못이 아니라 모두 내 탓이니 야마이치증권 멤버들을 응원해 달라"는 진심의 사과를 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 사과를 보고 온 일본 국민들이 공감했고 단기간에 4,200개 이상의 기업들이 파산한 산이증권에 몰려서 돈을 위탁했고 실직 위기에 처한 산이증권 구성원들이 일자리를 되찾게 되었다. '진심 어린 사과' 기자회견이 대중에게 이미 낙인찍힌 회사의 이미지를 반전시킬 뿐 아니라 회사 직원까지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좋은 사례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친 것도 모자라 유기까지 하고 사과 없는 조형기

아동성폭행을 하면서도 아동홍보대사를 한 前 국제아동홍보대사 고영욱

병무를 피하고자 미국 국적을 취득한 후 한국 입국을 계속 시도하는 前 병무청 홍보대사 유승준

3회의 음주운전을 하고도 복면가왕을 통해 복귀를 시도하다 무산된 가수 호란

그리고, 12년간 표예림(28)씨를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폭행을 가한 가해자 4명,

왕따를 주도했던 현재 육군 군무원으로 근무 중인 남혜영, 임가인, 최소민(최아윤으로 개명), 장은지(미용사)들도 사과하지 않는다(출처: 표예림동창생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X6nsZl7gqPU&t=60s )

onepicknews.co.kr





왜 사과하지 않는 것일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영원히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피하면 모를 거라 생각하는 것일까?

개명하면 못 찾을 거라 생각하는 것일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배움에는 때가 있듯이 사과와 참회도 때가 있다.

이때가 지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모든 사건, 사고의 피해자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사과하고 용서하고 함께 공방오시면 직접 만든 진짜버터막걸리 한 잔 내어 드릴 수 있으니

손 꼭 잡고 같이 오시길...


https://link.inpock.co.kr/kwine911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reference image/text source: blog.naver.com/100haedok /



작가의 이전글 1995년. 인천 33번 시내버스 기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