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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평균 진료비 84,000원

돈 없으면 버려야 하나?

by 이정욱 교수


국내 반려 동물 보험 계약 비율 0.8% (반려동물 수 대비)


반려견, 반려묘라고 이름 붙인 개나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는 사람이 늘어났다.

공원에서 유모차에 개를 태우고 다니는 사람.

주인은 땀을 뻘뻘 흘리면 자전거 페달을 젓고 편하게 가방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봄바람을 쐬는 개들.

출처: 텐바이텐

동물들도 나이가 들면 사람과 똑같이 아프다.

백내장이 오고, 관절이 좋지 않고, 대소변 계통 문제, 소화기 문제, 털이 빠지고, 토하고, 경우에 따라 X-레이, CT도 찍고, 수혈도 하고, 뇌를 다치면 발작도 하고, 정서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우울증도 앓는다.

아픈 아이들을 짠한 마음에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하고 청구서를 받아보면


현타가 온다.
출처: 펫칼리지

건강에 좋다는 고급 사료를 먹이고 다양한 소모품을 사고 간식을 사서 먹이는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데

여기에 병원 치료비, 입원비까지 내는 상황이 되면 가족 내 서열 순에서 톱클래스에 들어간다.


우리는 아이들을 가족이라 말하지만 온 가족이 가입된 국민건강보험에 들어있지 않고

실비보험도 안 들어있는 아이들 치료비는 가뜩이나 팍팍한 가정 살림에 큰 부담이다.

이렇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부분의 집사님들 중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이 있긴 있다.

무려 11곳이나 되는 손해보험사에서 상품을 취급한다.

보험료는 반려동물의 종류와 나이에 따라 다르고 작게는 월 2만 원에서 높게는 9만 원 수준이다.

자동차 보험처럼 특약을 추가하면 비용은 더 높이 거침없이 올라간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험도 사람처럼 당뇨 같은 지병이나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가입이 거절된다.

뿐만 아니라 보험료 대비 보장액과 범위가 넓지 않다.

동물병원 입원이나 통원 치료비는 실 비용의 50~70%를 보장하지만 보험에서 보장하는 연간 입원과 통원

총액은 각각 500만 원 수준으로 제한된다.

결코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얌체 같은 보험사들의 가입 제약까지 더해서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다른 선진국들 -스웨덴(40.0%), 영국(25.0%), 미국(2.5%)-과 비교하면

국내 반려동물 보험 계약 비율은 아주 낮다(한국 0.8%).


동물 종이 다양하고 동물 병원마다 진료비는 표준이 없어 부르는 데로 지급해야 하는 실정이다.

나이별 질병 발생 빈도와 병원비에 대한 자료도 통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동물병원마다 질병코드와 진료행위 코드도 표준화되지 않아 보험사에서는 보상 비용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윤정부에서는 펫 보험 활성화를 국정 과제로 채택했고, 진료 표준화 연구를 진행해서

반려 동물별 질병명과 진료 행위에 대한 표준코드 개발이 완료됐다.

이제 몇 가지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1. 어떻게 동네 수의사들에게 이 표준을 따르도록 할 것인지?

2. 민간 보험사들과 개발된 표준 코드를 공유해서 보험 상품 개발할 수 있을 것인지?

3. 반려 동물 보험 가입과 관련되어 초진 진료, 진료 확인서, 진단서 등 공식 서류 발급이 표준화될 것인지?





나도 여러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한적한 시골 펜션에서 기른 적이 있었다.

신경을 많이 쓰진 못했지만 녀석들은 시골 들판을 뛰어다니며

때가 되면 집으로 들어와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줬다.

가끔 털에 붙은 진드기를 핀셋으로 잡아주기만 했으면 되니깐.


흙과 풀 냄새를 좋아하고 흙바닥에 등을 비비기도 하고

땅을 파면서 발톱을 자연스럽게 손질하던 그때 아이들과


아파트 거실바닥에서 후다닥 뛰면서 미끄러지는 아이들을 볼 때면

우리가 행복하자고 아이들을 키우는 건 아닌지

아이들은 정말 행복해하는 건지 모르겠다.


곧 휴가철이 다가온다.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버려질 건지 걱정된다.

사람도 끝까지 책임진다는 건 힘들다.

동물한테도 그런 약속 쉽게 하지 말자.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reference image source: kormed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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