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협박
커피 좋아하시나요?
스타벅스에서 담아주는 컵 크기는 5종류다.
가장 작은 숏이 3,600원으로 시작해서 5단계가 있고, 단계마다 500원씩 올라간다.
가장 작은 숏과 가장 큰 트렌타의 가격 차이는 2,000원.
단계별 가격 500원 ×4단계=2,000원+3,600원 = 5,600원 내면 가장 큰 트렌타를 마실 수 있다.
스타벅스는 왜 컵 용량을 5단계로 만들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가격을 결정했을까?
이제 우리 이 비밀들을 풀어보도록 하자.
숏과 톨의 차이는 82mL
톨과 그란데의 차이는 118mL
그란데와 벤티의 차이는 118mL
벤티와 트렌타의 차이는 325mL
가장 큰 트렌타 1개 용량은 가장 적은 숏의 3.355개 용량이다.
국내 스타벅스 메뉴판에는 위 사진처럼 '숏'사이즈가 없다.
메뉴판 맨 아래에 톨 사이즈와 가격차이 500원이라고만 표시해 놨다.
(외국의 스타벅스는 모든 컵 사이즈별 가격을 표시한다.)
한국 스타벅스는 왜 숏 크기를 표시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고객이 더 비싼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미끼전략(decoy marketing)이다.
스타벅스의 미끼전략 하나.
스타벅스 근무자에게 들어가는 시간당 인건비는 같고
가장 작은 숏을 주문한 고객이라고 해서 매장 이용시간이 적은 것도 아니다.
어떤 크기의 커피를 주문하던 매장 이용시간은 비슷하다.
매장은 높은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매출과 수익률을 둘 다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숏을 판매하는 것보다 톨을 파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톨보다는 그란테, 그란테보다는 벤티가 더 유리하다.
스타벅스의 미끼전략 둘.
숏보다는 톨을 판매하기 위해서 숏을 메뉴판에서 보이지 않게 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왜 가장 큰 사이즈 트렌타도 감춰놨을까?
트렌타 가격: 5,600원
벤티 가격 :5,100원
트렌타의 용량은 916mL(벤티 591mL로 계산하면 1.55배)다.
이 비율로 계산하면 트렌타의 원래 가격은 5,100 ×1.55 = 7,900원이 돼야 한다.
7,900원 받아야 하는 커피를 단계별로 500원씩 차이가 있다고 해서 5,600원을 받으면
매출과 수익률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이 사이즈를 뺀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의 미끼전략 셋.
메뉴판 가격을 보면 5,9와 같은 형식으로 표시한다.
실제로는 5,900원인데 5,9로 표시한 것이다.
5,900과 같이 숫자 자릿수가 4자리고
5,9는 숫자 자릿수가 2자리다.
심리적으로 숫자 자리가 길어질수록 금액에 관계없이 가격이
비싸다고 느껴지는 심리를 스타벅스는 이미 꽤 뚫고 있다.
게다가 흔히 아는 가격 끝자리 전략(6,000원과 5,900원의 심리적 경계선) 전술도
적용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미끼전략 넷.
위 메뉴판 구성을 보면 가격대별 그룹이 만들어져 있다.
5,900원 4개
5,500원 1개
5,000원 2개
4,200원 1개
5,900원 4개 = 5,500원 1개 + 5,000원 2개 + 4,200원 1개
가장 높은 가격대의 숫자가 아래 가격대 제품들의 합계와 같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가장 높은 가격대와 가장 낮은 가격대를 선택하지 않고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중간을 선택한다.
그런데 스타벅스에서는 가장 낮은 가격대에다가 '오늘의 커피'라고
특별하게 표시를 해놓고 게다가 HOT ONLY(응, 이 가격에 아이스는 안돼)라고
해서 고객의 선택 옵션을 제한한다.
여기에서 거절당한 고객은
카페모카,
카푸치노,
카페라테
이 3개 제품에 눈길이 주게 된다. 중간 가격대의 메뉴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4음절이고,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름이다.
위 3개 메뉴는 스타벅스가 오랫동안 지향하는 4P 마케팅 중 가장 핵심인
스타벅스에서 취급하고 싶지 않은 척하는
'차별화'되지 않은 메뉴들이다.
스타벅스는 고객에게 넌지시 말한다.
'천 원만 더 쓰면 넌 스타벅스만의 차별화된 긴~ 이름들의 커피를 마실 수 있어'
고작 천 원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래?
미끼 전략의 핵심은
대부분의 고객은 필요하지 않더라도 가장 높은 가격의 제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고객들이 '제품의 실제 가치'가 아니라 '소비자의 브랜드에서 갖는 심리적 만족감에 맞는 가격'을 지불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미끼 제품들(들러리 메뉴)이 스타벅스의 가장 비싼 메뉴들에 비해 좋지 않다고 고객이 믿게 하는 심리적 전술의 끝판왕이다.
부럽다.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