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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힘들게 한 엄마

말이라는 씨앗

by 이정욱 교수


월남전이 끝나갈 무렵, 전쟁에 참전했던 아들이 귀국 즉시 미국 캘리포니아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빨리 오라'고, '보고 싶다' 며 어머니는 울먹였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아들이 말합니다.

“그런데 어머니, 문제가 있어요.

지금 제 옆에는 전쟁에 함께 참전했던 동료가 있어요.

그런데 그는 돌아갈 집도, 혈육도 없어요. 게다가 전쟁 중에 팔과 눈을 하나씩 잃었어요.

그와 우리 집에서 함께 살 수 있을 까요?”

“글쎄다 아들아. 네 마음은 안다만 며칠 정도는 가능하겠지. 어쩌면 몇 달도..

그러나 평생 그럴 순 없지 않겠니?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세상에 그런 장애인을 언제까지나 함께 데리고 살 순 없을 거야.

괴로운 짐이란다.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할 거야.”

어머니의 이 같은 답변에 아들은 무겁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어머니 앞으로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아들이 호텔 옥상에서 투신했으니 빨리 시신을 인수해 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 통화한 아들 이 세상을 떠났다니, 어머니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죽은 아들을 만나러 간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팔과 눈을 하나씩 잃은 그 동료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우리가 한 수많은 말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고 있을까요?

두려운 일입니다.





실화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하는 사람은 기억 못 하기도 하는 그 말 한마디가

듣는 사람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 상처가 된다.


모두들 가슴속에 '누군가로부터 들은 말 한마디에 받은 상처' 한 두 개 아니 수십 개는 가지고 산다.

그 말들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자포자기하게 되는 절망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 중 지금까지 기억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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