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피
성당에서 치르는 '영성체'라는 의식이 있다.
의식을 치르는 동안 사제는 밀로 만든 얇은 빵과 포도주를 금빛 잔에 따라 마시면서
'이것은 주님의 몸이고, 주님의 피'라고 나지막이 말하며 그들을 취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던
아이의 눈에는 늘 포도주가 정말 '사람의 피'일까 라는 생각을 품고 살아왔다.
진실은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서 포도주를 들고 '이는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니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라'라고 한 데서 유래가 됐다고 한다.
최근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 대왕함 진수식에서 영부인이 황금도끼로 탯줄을 자른다는 의미로 진수줄을 자르고, 새로 만든 배의 무사 항해를 기원하며 샴페인을 선체에 부딪혀서 깨는 '샴페인 브레이크' 의식을 치르는 행사도 같은 의미다. 만약 샴페인병이 잘 깨지지 않으면 배에 큰 사고가 난다라는 주술적 의미가 있어서 이 행사 때는 병이 잘 깨지기만을 빌고 또 빌게 된다.
4.16 단원고 기억 교실 건너편에서
배의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데 쓰이는 '와인을 만드는 술공방'
의도하진 않았지만 와인에 의미를 담아보고 또 그들에게 나름대로의 작은 위로를 드리고 싶다.
세월호 진수식에서도 '샴페인 브레이크'를 했는지 모르겠다.
하긴 샴페인 한 병이 무슨 죄가 있겠냐만은......
평생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고 사시던 외할머니는 아들 셋과 딸 셋을 두셨지만
살아생전에 장성한 아들 둘을 차량 사고로 먼저 보내셨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지금은 부모로서 이해한다지만 그땐 알지 못했고 낡고 오래된 묵주를 왜 손에서 놓지 못하시는지 깊은 생각조차 못했던 내가 너무 부끄럽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들과 그렇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가 내게 미리 알려주었다면, 성장한 자아가 단 한 번이라도 뒤를 돌아봐주었다면......
그때 자식을 잃고서 힘들어하시던 외할머니의 손이라도 꼭 한 번 잡아드리고 외손주를 보면서 당신의 눈가에 맺히던 눈물의 의미를 가슴으로 닦아 드릴 수 있었다면 지금 가끔이라도 이렇게 힘든 마음을 써 내려가며 그리워하진 않았을 것 같다.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