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자

두 가지 에피소드

by 이정욱 교수
코로나 지원금


벌써 잊었나 보다.


코로나가 한창일 무렵 정부는 직격탄을 맞았던 국민들에게

코로나 지원금으로 수 십만 원씩 통장에 꼽아줬다.

그 돈으로 소고기도 사 먹고 안경도 맞추고 운동화도 사며

비록 우리가 매달 또박또박 냈었던 세금이었지만 캐시백의 기쁨을 만끽하며 잔치를 했었다.


이제 돈 잔치는 끝났다.


시중에 풀린 엄청난 규모의 돈과 코로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 활동이 위축되며 연일 이율, 환율,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게다가 이번 겨울은 전기, 가스까지 줄줄이 인상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낮은 이자 부담으로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고정된 급여 소득에서 대출 이자로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위도, 한국은행도 금리를 계속 더 올리겠다고 선언하며

빅 스텝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을 언급하고 있다.


이자가 더 오르면 빨리 대출을 상환해서 그 부담을 덜어내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말이 쉬워 대출 상환이지 가계나 기업이 지금처럼 급속도로 얼어붙는 실물 경기 하에서

갑자기 대출원금을 갚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792272_458846_0702.jpg http://www.ksilbo.co.kr/news


이제 남은 건 로또뿐인가?



로또 1등 당첨자가 보통 10여 명 정도 나오다가 근래 50여 명이 나오는 바람에 '로또 조작'이 아니냐며

시끄러웠다. 로또 번호를 같이 써서 동시에 당첨자가 많이 나오면 1등 당첨금을 1/N만큼 나눠갖는다.

진정한 로또 1등 당첨이 되고자 한다면 해당 회차에 그 번호는 본인만 선택해야 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로또에 도전하다 보니 본인만 로또 1등에 선택될 확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깝게 지내는 세무사 한 분이 서울에 있는 OO약국에 업무차 들렀는데 약사님 표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어디 몸이 안 좋으시냐고 물어보니 머뭇거리며 꺼낸 이야기는

'로또 1등에 당첨됐는데 당첨자가 50명이 한꺼번에 나오는 바람에 세금 떼고 실수령액이 2억 정도뿐이다.'

'평생 한 번 들어오는 운을 다 써버려서 너무 아쉽다.'라고 했다고 한다.

몰라서 그렇지 우리 주변에 로또 1등에 당첨되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그 주인공이 내가 아니어서 아쉬운 것일 뿐.


또 다른 이야기 하나는

로또 1등에 당첨된 남자분 이야기다.

이 분은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자 장남으로 당첨금을 친척들에게 약간씩이라도 나눠주고 싶어 했다.

그 마음을 식구들과 상의했고 식구들은 똑같이 나눠주느냐 누구를 더 주느냐 덜 주느냐로 입씨름을 했다.

그러자 아들이 제안했다.

'아버지가 병원에 응급으로 입원하셨는데 수술비 3천만 원을 빌려줄 수 있냐고' 친척들께 물어보고

빚을 내서라도 수술비를 도와주시는 분께만 당첨금을 나눠 드리자고 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다.

다들 안타까워만 할 뿐 금전적인 도움은 하지 않았다.

당첨자는 마음 편하게 당첨금을 본인과 가족을 위해 쓰기 시작했고 상황 변화를 뒤늦게 눈치챈 친척들은

당첨자에게


'여력이 되지 않아서 도와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내가 돈 3천만 원이 어디 있겠냐'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오빠가(형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느냐'


읍소하며 서운함을 표했고 그래도 되돌아오지 않는 피드백에 당첨자와의 인연을 끊겠다고 협박하는 사람,

술 마시고 찾아오는 사람, 저주를 퍼붓는 사람, 작은 지역 사회에 비난을 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다정했던 친척들은 남들보다 못하게 변해갔다.

결국, 로또 당첨자는 그 지역 사회를 떠나 지금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이사하고 평온하게 지낸다고 한다.



가끔 잊어버리긴 하지만 나도 온라인에서 로또를 산다.

제법 큰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님도

은퇴를 앞둔 교수님도

대학을 막 졸업한 신입사원도

부모 품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있는 직장인도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병원 개원의도

9급 공무원도, 미용실 사장님도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이 매주 로또를 산다.

0.000012%의 확률이 자신에게 올 거라 믿으면서.


0.000012%의 확률



이번 추석 때는 공방에서

본인이 '직접 빚은 전통주' 한 잔 차례상에 올려놓고

로또 한 번 되게 해달라고 보름달을 보며 진심을 담아 간절하게 빌어보자.

조상님께서 꼭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당첨되시면 '안산술공방'에 통 큰 지원 부탁드린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웹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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