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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게 죽은 A의 이야기

수도권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이 위험하다.

by 이정욱 교수



그때는 겨울이었다.


동갑내기였던 A는 대구가 고향으로 서울 인근의 국립대를 졸업했으며, 건장한 체격으로 골프를 좋아했다.

A는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던 회사의 이사(理事)였지만 이미 결혼 정년기를 훌쩍 넘었다.


화요일 오전에 전화가 왔다.


'접니다. 통화 괜찮으세요?' A가 소속된 회사 대표였다.

'그럼요 괜찮습니다. 어떤 일로...'

'A 아시죠?'

'네? 아니 같이 밥 먹고 이야기하고 지금 프로젝트 같이 하는 사람을 왜 난데없이...'


A가 운명했습니다.


금요일밤에 회사 대표와 함께 저녁 겸 술을 마시고 A는 혼자 자취하는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월요일에 출근을 하지 않아 전화를 했지만 전화기가 꺼져있어서 무슨 일이 있나 보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화요일에도 A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불길한 예감에 회사 대표는 A의 자취방에 경찰과 소방관을 불러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이미 전기장판 위에서 숨져있었고, 몸이 녹고 있었다.


추정컨대 평소에 고혈압이라는 지병이 있던 A는 그 날밤 갑작스러운 흉통이나 호흡부전을

느끼면서 혼자서 유명을 달리하게 된 것 같았다.

며칠 전까지 함께 어울리던 A를 영등포 어느 작은 병원 장례식장 영정 사진으로 마주하니


인생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직장이나 학업 문제가 아니어도 식구 간의 갈등 요소도 피하고 간섭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에 대한 욕구일까 요즘 거의 모든 사람들은 혼자 산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A를 보면서
나 홀로 사는 삶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여유롭지 못한 시절에 작은 방에 한 이불을 덮고 살았던 시절에는

그래도 사람 냄새가 났다.
지금은 사람 만나기는 비대면으로, 카페 수다는 스마트폰으로,
엄마표 집밥은 배달음식으로, 친구 소개팅은 데이팅앱으로 변했고 사람 냄새는 더 이상 나지 않는다.





아래 자료는 보건복지부 2022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었으며,
Chart는 필자가 2차 가공한 것이다(인용 시에는 출처를 밝히고 사용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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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수 대비) 인구 10만 명당 고독사 발생이 매년 전국 평균에 비해 많은 지역은
4개 지역(부산, 인천, 광주, 충남)으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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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만 명당 고독사 발생이 매년 증가 중인 지역은 3개 지역(대전, 경기, 전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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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고독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은 50∼60대로서 매년 52.8∼60.1%다.

전체 사망자는 고연령자일수록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80대 이상의 비중이 가장 높으나,
고독사는 50∼6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고독사 중 20∼30대의 비중은 약 6.3∼8.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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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통계는 50대의 비중이다.


▲의도했던 것보다 많은 양의 술을 오랜 기간 마신다.
▲술 마시는 양을 줄이거나 조절하려는 욕구가 있었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술을 구하거나 마시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술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다.
▲술을 반복적으로 마셔 직장, 학교, 가정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술로 인해 대인관계 등에 문제가 생기고 악화되지만 술을 끊지 못하고 있다.
▲술로 인해 직업활동, 여가활동을 포기하거나 줄였다.
▲술로 인해 건강이 나빠짐에도 끊지 못한다.
▲술로 인해 신체적, 심리적 문제가 생기고 악화될 가능성을 알지만 끊지 못하는 상태다.
▲점점 많은 양을 마셔야 신체적, 심리적으로 만족하는 알코올 내성이 생겼다.
▲금단 증상이 나타났다.


위는 알코올 의존증 문진 내용이다.
이 중에서 2개 이상 해당된다면 '알코올 의존증'에 해당하며 치료를 권장한다.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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