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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Sep 02. 2022

대한민국, The End

이제 희망을 접는다.

난 정치인이 아니다.


현실을 '숫자'로 보고 이해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공계적 성향을 가진 

평범 그 이하의 한적한 동네의 술 공방 아저씨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상 사례가 없을 정도로 최악의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인포그래픽 통계 데이터를 떠나서라도 인구 감소 진행률은 초가을 이른 아침 목덜미를 차갑게 덮는 

체감기온 0도 같게 느껴진다.


예전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애엄마들을 공원이나 길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유모차에서 까르르 웃는 애를 보며 이쁘다고 호들갑을 떠는 마실 나온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는 덤이었다. 

요즘 젊은 부부의 유모차는 아이 대신 작은 체구의 개(dog)들이 그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출산율은 사적인 영역이라 제삼자가 쉽게 말할 수 없다.


내 주위에도 아직 미혼인 친구들, 결혼했지만 아이가 없는 친척 동생들, 비혼을 선언하거나 미혼을 고집하는 후배들까지 최소 10여 명은 된다.


문제가 있으면 원인을 살펴보고 대책을 찾아보면 되는데 유감스럽게도 인구 문제는 단기적인 대책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 책임을 5년짜리, 4년짜리 한정된 임기를 가진 정치인에게 돌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애들이 없으니 학생들도 없다. 


90년대까지도 유지되던 시골의 지방 분교는 캠핑장으로 바뀌고 있고,

일자리를 찾아 떠나버린 지방 소도시는 보행보조기구 없이는 거동이 힘드신 노인들만 남아있다.

학생들이 없으니 지방의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 고등학교는 이미 도시로 떠나고 남은 학생들만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으며, 심지어 지방의 대학교들은 통, 폐합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10년 후에는 수도권 대학에 할당된 입학 정원마저 채울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생이 없으니 경제 활동 인구도 없고 

남성에게만 주어지는 강제 병역 자원도 없고

스타트업 회사를 세워 기업을 키우고 사회적 고용 창출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적고

직장에 들어가고자 하는 구직자에게 주어지는 기회도 적고

젊은 이들이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부양 부담만 늘어난다.


인구 소멸 예정 지역



섬뜩한 말이다.

사람이 '소멸' 될 것으로 예정된 지역이라니.

수도권과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소멸 예정 지역이다.

이 지도에서 부모님의 고향, 본인의 고향에 눈이 갈 것이다.

한숨을 내쉬며 어릴 적 행복했던 옛 기억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허무.

나는 이 현상에 대한 원인을 아래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아이를 양육하기에는 그 비용이 부부의 예상 수입 범위를 넘어선다.

둘째. 결혼연령대의 남녀 간 사회 문화적 차이로 갈등과 혐오가 커졌다.

셋째. 지방의 인프라가 높아진 눈높이를 따라오지 못한다.


분유 800g 한 통에 1만 5천 원 정도, 세 통에 4~5만 원, 이마저도 며칠이면 금방 먹는다.

게다가 아이한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임페리얼 OO, 순수 OO, 자연 OO, 산양 OO 등의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붙인 제품 마케팅 전략은 분유를 비롯해 기저귀, 아이들 의류, 장난감까지 유아 시장에 깊이 들어와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별도로 배려해주지 않는다.

학생들 학습은 사교육 시장이 점령한 지 오래다.

학원비라고 말하는 사교육비는 3~4과목만 보내도 한 달에 15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아이들의 눈높이와 유행을 맞춰주기 위한 브랜드 의류와 신발, 가방 그리고 각종 노트북과 휴대폰, 노트패드, 데스크톱까지 포함한 여러 전자기기까지.

부모들은 본인의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노후 준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등골이 휜다.


변질된 페미니즘 문화가 젊은 여성들 사이에 퍼져있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사랑하도록 만들어진 존재이지만 페미니즘 문화는 이를 상호 적대적인 감정으로 

대립하도록 만들어버렸고 이성 간 혐오하고 비난하고 조롱하며 서로의 존재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지방 자치를 외치며 서울, 수도권에 있는 주요 기관 본사를 지방으로 옮겼다.

본사를 지방으로 옮긴다고 한들 출퇴근을 할 뿐 전체 식구들의 교육과 주거를 옮기지는 않는다. 

지방으로 옮겨진 본사는  단지 일만 하는 공간, 워크-스페이스(Work-Space)만 될 뿐 주거, 생활, 교육을 

공유하는 라이프-스페이스(Life-Space)는 되지 못한다.


모든 조건들이 최악의 상황이다.

언제까지 '희망'만을 이야기하고 '잘되겠지'라는 주술만 바랄 것인지.

산업현장, 농업현장은 일손이 부족하지만 금쪽같은 내 새끼가 그런 곳에서 일하는 건 반대한다.

정부는 외국 노동자를 더 받겠다고 비자 조건을 완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어릴 적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배웠던 '백의민족'은 사라진 지 오래고,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를 학교에서 가르친다.

지금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우리나라를 지키는 병역의무를 하고 있다.

우리는 땅에서 아무런 자원이 나지 않아 오직 '우수한 인력'과 '고급 교육'으로 버텨왔었다.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고 가발을 수출했던 나라가

세계적인 IT 제품을 개발하고 엄청난 규모의 배를 조선하고 원전 기술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를 버티게 해 주던 인력 자원도 없어지고 있고, 

남은 인력마저 서서히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섞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필요하긴 한가.

우수한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아무리 자랑스럽게 말한 들.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

외국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 더 코리아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인가 세드엔딩으로 끝날 것인가.

내가 보는 대한민국은 끝났다.


우리들의 자녀들은 우리보다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나도 '잘될 거야'라고 빌어본다.


오늘 새로 담그는 밤고구마 주, 고구마 익는 냄새가 구수하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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