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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왜 750ml일까?

500ml이나 1L이면 계산하기도 편할 텐데.

by 이정욱 교수

우리한테 익숙한 와인병부터 막걸리병까지 '표준 용량'은 750mL이다.

500ml도 아니고 1리터도 아니고 1.5리터도 아니고 왜 750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긴 하지만 사실스러운 근거 두 개가 있는데 이걸 말해본다.


1. 유리 작업자가 한 번에 불어낼 수 있는 최대 용량

유리병은 고대 로마에서 만들어졌지만 당시에는 유리병이 비싸서 위스키, 와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술은

점토 항아리에 보관했다. 18세기에나 돼서야 -코르크 기술의 출현으로- 와인은 유리병에 넣는 방식이

주류가 되었다. 당시 와인병은 600~800ml의 200ml의 오차폭 용량을 가지고 있었다.

이 용량은 유리병 작업자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한 번에 불어낼 수 있는 용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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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가 보는 스탠더드 한 와인 병의 탄생은

750ml × 300병 = 225L(리터)가 되는데 와인 한 배럴의 용량은 225리터 표준사이즈이기 때문이다.

한 케이스당 12병을 담을 수 있고,

12병이 담긴 케이스 25개(케이스)는 300병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 위스키용량은 왜 750ml에서 700ml로 다운되었을까?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산업 표준이 대세가 되면서 술 병들의 표준이 와인의 예를 따라가면서

750ml를 일반 병 용량으로 사용했다.


‘영국 갤런’과 ‘미국 갤런’은
그 양이 다르다.


영국은 1707년에 1 와인 갤런을 3785.329mL로 규정했고,

이 기준이 미국으로 전해져 1 미국 갤런은 지금까지 약 3785mL다.

반면 영국은 1826년 임페리얼 유닛(Imperial Units)을 도입하면서 1 갤런을 4546.09mL로 바꾸어 버린다. 750mL의 6배를 조금 넘는다.

와인 한 박스가 열두 병이니, 결국 한 박스의 와인에는 2 영국 갤런 정도의 와인이 담긴다.


1970년까지 영국, 유럽 연합 및 캐나다는 모두 750ml 표준 와인 병을 도입했지만

미국은 757ml의 와인병 사용을 고집하다가 1979년이 되어서야 750ml로 변경되었다.


그렇다면 위스키는 왜 750ml에서 700ml로 다시 내려갔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같은 가격을 전제로 용량을 줄인다는 것은 쉬운 마케팅 기법이다.


1993년에 유럽 연합은 700ml의 표준 용량을 결정하는 규정을 발표했다(보틀링 표준용량).
-표준병을 대규모로 생산하기 때문에 원가가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전 세계 대부분의 위스키 병의 용량은 700ml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위스키 병 표준 용량은 750ml이다.


2023-11-06_2-00-18.jpg 출처: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수입 위스키는 700ml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수입 와인은 750ml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막걸리는 750ml


주류제조사들이
술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용량을 줄이고 병을 고급지게 만든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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