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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침으로 술을 만들어 마셨다.

구치-카미-자케((Kuchi-kumi-sake)

by 이정욱 교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너의 이름은



영화에 등장해 큰 관심을 얻은 쿠치카미사케,

쿠치(Kuchi)는 "입"을 의미하고 카미(kami)는 "씹다"를 의미하며 자케(zake)는 "사케(sake)"의 렌다쿠

형태 단어다.


입으로 씹어서 만드는 사케


사람 침에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과 같은 영양소를 분해하는 '효소들'과 수많은 유익균들을 비롯해

외부 독성물질로부터 방어해 주는 면역 성분도 있다.



'입으로 씹는 사케'라고도 알려진 구치카미자케는 쌀을 입에 넣고 오랫동안 부드러워질 때까지 씹은 후 뱉어내면서 침에 있는 성분으로 쌀을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사케의 역사는 꽤 길고 신비롭다.

실제로 최초의 사케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정확하게 특정하는 것은 어렵고

역사가들마다 사케의 기원에 대해 서는 다양한 이론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곡물과 마찬가지로 쌀의 주 성분은 대부분 '전분(탄수화물)'이며 쉽게 발효가 가능한
설탕은 전혀 없다. 포도를 야외에 오랜 시간 두면 '자연효모'가 와인으로 만들어주지만

10Kg 쌀 한 통을 밖에 놔둔다면 그저 쌀벌레의 좋은 먹이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처음에 쌀을 술로 바꾸었을까?




답은 입에 있다.


그들은 처음에 침으로 그 일, 쌀을 술로 바꾸는 일을 했다.

인간의 타액을 발효 스타터로 사용하는 공정으로 생산된 쌀 기반 알코올의 일종이 바로 이 사케다.

침으로 발효한 술이 성공한 후에는 밤, 호두나 땅콩 같은 견과류, 과일까지도 씹어서 사케를 만들었다.


쌀은 3세기에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일본에 들어왔다.

술을 만들고 싶었던 호기심 많은 일본인들이 사람들이 밥을 지어 씹은 다음 욕조에 뱉었다는 사실을 연구자들이 발견했다. 그들은 그런 다음 이 혼합물을 며칠 동안 그대로 두었다. 그 결과는 '알코올의 발견"이었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사케였다.


왜 사람들은 쌀을 씹어야 했을까?



타액에 존재하는 아밀라아제 효소가 스타터 역할을 했다.

이는 쌀 전분을 발효 가능한 설탕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됐다.

이렇게 만든 사케는 구치카미자케(쿠치 = 입, 카미 = 씹다, 사케 = 알코올)라고 불리며 문자 그대로

"입으로 씹는 술"을 의미한다. 이 "씹는" 기술은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다.

남미인들은 치차를 만들기 위해 옥수수를 씹었고, 마사토를 만들기 위해 유카를 씹었다.

문화적으로 일본의 지배계급은 쌀을 씹는 일은 여성만이 해야 한다는 나름의 규정을 만들었고

그 후 이 사케는 비진슈("미녀가 만드는 사케")라고 불렸다.


구치카미자케는 흰색이고 신맛이 난다.

2주 동안 발효하면 알코올 도수는 7%에 이른다. 재료는 순수한 '씹은 쌀'뿐이다.

타액과 쌀 효소의 혼합물이 발효 과정을 촉발하면서 구치카미자케가 만들어졌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구치카미자케라는 술은 본래 신에게 봉납하는 술인데, 작품 속에서는 인간인 다키가 마시게 되면서 미츠하의 할머니가 설명하는 생명력의 부여, 정신과의 결합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신과의 결합’이 되고 구치카미자케를 마신 인간인 다키 결국 전멸의 위기에 처한 이토모리 마을을 구할 수 있는 신의 기회를 갖게 된다는 설정이 됐다.


자, 이런 스토리면 이제 구치카미자케를 맛을 봐야 하지 않을까?




요즘에는 특별한 의식을 할 때는 제외하고는 쿠치카미자케를 만들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사케를 만드는 과정에서 '쌀누룩 곰팡'이라는 특별한 성분이 하나 더 사용된다.


누룩곰팡이(학명 Aspergillus oryzae)는
사케 제조에 사용되는 곰팡이다.



혼합물에 들어있는 쌀 전분은 설탕으로 전환되고, 이는 곰팡이에 의해 알코올로 전환된다.

타케시는 일본 특유의 누룩곰팡이가 곰팡이의 Aspergillus Flavus 계통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Aspergillus flavus 역시 누룩곰팡이와 동일한 역할을 하여 전분을 알코올로 전환하지만,
그 과정에서 간암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곰팡이, 고온 가열에서도 죽지 않는 곰팡이 아플라톡신이라는 치명적인 부산물도 생성한다.


아플라톡신으로 발생한 큰 사건 몇 개만 보더라도.

1960년에는 영국에서 10만 마리가 넘는 칠면조가 죽었다. 원인은 아플라톡신

인도와 케냐에서도 이 독소로 인해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고되었다.

아플라톡신 B1은 가장 강력한 천연 발암물질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쨌든 누룩곰팡이는 일본의 국가균으로 인증되기도 했다.




구치카미자케는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다.







구치카미자케는 성경험이 없는 10대 여자가 의식을 통해 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실험 정신이 높은 몇몇 실험자들의 데이터를 아래와 정리했다.


2주의 발효가 끝난 혼합주


실험실에 가져간 쿠치카미자케의 ABV는 7%, 즉 7도의 도수결과가 나왔다.


맛은 어땠을까?



실험자의 말을 빌려보면 아래와 같다.



"맛은... 사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물을 뿌린 사케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신맛이 납니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첫 번째 한 모금은 정말 거슬리지만 세 번째 한 모금에서는 다른 음료처럼 한 모금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한 병을 다 마신 후에는 그것이 나에게 윙윙거리는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내가 취한 기분인지 알아내려고 너무 집중해서 더 이상 내 몸에 어떤 느낌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뭔가 느낌이 들었지만 침을 한 병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만취인지 피로인지 불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병 전체를 거의 다 비우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왠지 마늘 맛이 강한 한 모금을 마시고 토하지 않으려고 집중하며 몇 분 동안 아파트 주변을 서성거려야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나는 의심스러운 알코올성 술 4잔을 마시는 것보다 그 경험이 아마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내가 감옥이나 기숙학교 같은 곳에 있었다면 한 번 더 시도해 볼 것 같아요. 앞으로는 그냥 가게에서 술을 사게 될 것 같아요."





목욕을 마친 정갈한 10대 시골 숫처녀의 타액과

세상풍파를 겪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아재의 타액은 같지 않다.


기회가 된다면 꼭 저 술을 빚어보고 싶다.
도와주실 분을 찾습니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의학전문작가

-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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