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일본에서 들여왔다.
일본이 우리를 식민지배하던 시절의 탓이 크지만 '탓'이라고 하기엔
당시에 한국에는 없던 '의료 시스템'과 '의료 체계'를 일본에서 가져왔다.
의료 시스템에는 임상 기준, 치료 방법, 의료 행위 규정, 인허가 규정 등 여러 가지가 포함된다.
한국이 사용하는 외래, 초진, 재진, 문진 등 많은 의료 용어도 일본어에서 가져왔다.
일본은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이자 패전국이다.
한 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전쟁을 기점으로 전, 후가 달라지는데 전에는 소위 문둥병이라
불리던 한센병이나 결핵, 성병 같은 전염성이 높은 병에 대한 치료를 위한 병원들이 위주였지만
전쟁 후에는 전쟁 부상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위한 병원 체계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본은 아날로그를 좋아한다.
일본 의사의 평균 연봉은 1700만 엔, 한화로 1억 6천만 원쯤 된다.
일본 개인 병원의 점심시간은 3시간이며, 주말에 근무하는 대신 평일에 휴진인 병원이 많다.
일본에서는 가족 모두에게 의료보험카드가 발급되는데 보험카드가 없으면 '비보험자'로
상당히 비싼 비용을 내야 한다. 매번 진료를 받을 때마다 의료보험카드를 제시해야 하고
진료비 지불은 카드가 되지만 모든 병원이 카드를 받는 것은 아니며 아직도 현금으로 받는다.
미성년자에게는 '의료증'이 별도로 교부되고 이 역시 매번 병원 방문시마다 제출해야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의사가 처방한 처방전을 약국에 제출하면서 '약수첩(쿠스리테쵸)'를 같이 제출하면 그동안
처방받은 약들을 아래 사진처럼 프린터로 출력해 붙여준다.
병원이 달라지고 약국이 달라져도 복약 기록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어떤 병원에 가든 진찰권(일종의 환자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뛰어난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만
아날로그를 좋아하고 현지인들도 익숙해서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의료비는 가족의 소득과 연령에 따라 10~3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부담하는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무보험 환자는 진료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은 고령화 진행률이 높은 나라로 남성은 평균 80세, 여성은 평균 90세로 노령화에 따른
의료보험 지출액이 높아 의료 산업의 인상률에 무척 예민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 간에 2년마다 적정 비용을 협상으로 결정하고
결정된 의료 비용은 일본 전 지역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2.2명으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지털에 익숙한 우리에겐 불편하게 보이겠지만
꼼꼼하게 하나하나 확인하는 그들만의 시스템이 나쁘게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익숙하게 다루지 못해도 병원에 갈 때마다 가지고 다니는
손때 묻은 아날로그 수첩들이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