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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Aug 09. 2022

'교감' 그리고 연락처 영구삭제

communion


영화 아바타 中

영화 아바타(2009)에서 남자 주인공 제이크 설리에게 오마티카야 부족의 여전사 네이티리가 판도라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교감을 하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사용한 단어가 '교감(communion;커뮤니언)'이다. 이 단어가 낯설지 않음은 '소통', '대화'를 의미하는 'communication;커뮤니케이션' 또는 '지역사회'를 의미하는 'community;커뮤니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사전에서는 communion이 '교감'의 의미와 함께 내가 '와인이 무서웠다'라고 했던 이야기에 등장했던 가톨릭의 '영성체'도 포함이 된다.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변화되고 이를 먹고 마시면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는 은총을 받게 된다고 하는데 '한 몸이 된다'라는 것이 '교감'이라는 단어의 진짜 뜻이다고 본다.


언젠가부터 SNS가 일상생활에 깊숙하고 당연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SNS를 이용해 '소통'하지 못하면 흐름에 뒤떨어진 듯이 조롱하는 문화를 보며 '소통'과 '교감'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때 두 사람의 친밀도를 0부터 10까지 나눈다면 '교감'은 서로가 서로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기에 가능하기에 친밀도가 8 이상은 돼야 친밀도 10의 교감이 이루어진다. 반면 '소통'은 친밀도가 0이어도 가능하다.


'소통'의 종류는 단순한 정보의 전달부터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전달까지 모두 '소통'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A와 B라는 사람 사이에도 서로 필요한 정보(예를 들어 부서 회식을 OOO에서 OO시에 한다.)는 말로도, 종이로도, 카톡으로도, 댓글로도 어떤 형식으로든 전달이 가능하다.

이 경우 A와 B에게 서로 소통하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소통'한다고 할 것이다. 소통은 단순한 Yes/No의 1차원이지만 '교감'은 Emotion까지 포함하는 최소 3차원이다.


오래된 연락처


나는 한 번 만난 선, 후배나 지인들의 연락처, 심지어 예전 살던 동네의 택배기사 전화번호 조차도 오랫동안 보관하는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 내가 왜 이런 결론을 내리고 말하냐면 이런 습관은 긍정적인 의미로는 인연과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며...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명확하게 끊지 못하고 혹시라도 전화가 왔을 경우 적어도 '누구세요?'라고 되묻는 실수는 안 하길 바라는 습관성에서 나온 것이다고 변명하고 싶다.


지인 중에 한 분은 매년 타종식이 열릴 때에 1년 동안 상호 연락이 없었던 사람의 전화번호를 지우는 것으로 재야의 밤을 보낸다는 분이 있다. 이 사례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주면 '재미있군' 하는 사람과 '그러다가 연락 오면 어쩌려고' 두 분류로 나뉜다.


심지어 기억이 나지 않는 회사와 기억나지 않는 이름도 꽤나 있지만 지우진 못한다. 쿨하지 못하다고 핀잔을 받더라도 그 번호의 주인공과 앞으로 살면서 마주칠 일이 전혀 없다 하더라도 괜찮다. 세대마다 FIFO(First In First Out) 메모리의 휘발성이 다름을 인정하지만 적어도 내가 관리하는 머릿속의 FIFO 크기는 사람의 소중함을 담고 싶어 하는 사랑의 크기만큼 아직도 자라고 있다고 믿고 싶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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