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욱 교수 Aug 23. 2022

'주제넘게', '건방지게', '지껄이나'

수능 상위 1% 선생님의 인격에 대해

얼마 전 서울 대형병원 중 하나인 아산병원에서 뇌출혈을 일으킨 간호사가

담당 의사의 부재로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 중에 사망한 사건으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최근 전공의협의회장 선거에 출마한 주예찬 후보(건양대 비뇨의학 3년)가 대한간호사협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출처: 청년의사

16명.

폰에 저장된 연락처 중에서 'OOO 간호사'로

저장된 간호사 선생님들의 수가 오늘 세어보니 16명이다. 친구들은 제외했다. 

'OOO 전문의'로 저장된 의사 선생님의 수는 28명쯤

'OOO 개원의', 'OOO 치프'까지 모두 포함하면 40명쯤 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간호사들이 활동하는 분야는 다양하다.


수술실, 응급실 전담 간호사(PA), 연구 간호사(CRC), 임상 시험과 약물 이상 반응 보고 등을 모니터링하는 임상 시험 간호사(CRA), 마취, 정신, 가정, 감염, 응급, 종양 등 병원 내부에서도 분야에 따라 환자 케어부터  오더 어시스트, 투약, 채혈, 투석, 전산 작업까지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렇게 많은 일을 해내는 건지 옆에서 보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간호사들은 병원에만 있는 건 아니다.

군에도 간호장교가 있고 회사에서 시행하는 건강 검진일에 채혈을 해주는 건강 검진 전문회사 직원 그리고 보건소나 식약청에서 근무하는 보건 행정직 공무원, 제약회사, 노인병원, 요양원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우리 삶 구석구석에는 많은 간호사들이 있다. 동네 병원의 간호조무사까지 포함시키면 그 범위는 더 넓다.


공동체 사회 시스템 안에서 혜택을 받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각 자의 역할을 해주는 많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며 미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을 참 많이도 봤었지만 이번 경우는 정도를 넘어도 

너무 많이 넘은 것 같다. 

의협, 대전협, 간협 등 협의체마다 사안에 대한 관점이 달라 어느 쪽이 맞고 틀리다는 말하기엔 힘들지만

상황에 따라 리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본의와는 다르게 '강렬한 언어'를 선택해야 할 경우도 

있다는 건 인정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언어 표현에 나타나는 인격'이다.



'주제넘게',  '지껄이나', '입에 올리나', '건방지게'.........

이런 단어를 수능 상위 1%를 받고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며 '선생님' 소리를 듣는 

전공의 단체의 대표 입에서 나왔다는 게 귀를 의심하게 한다. 

저런 혐오스러운 단어들은 익명의 온라인 게임 공간 또는 술에 잔뜩 취한 취객도 쉽게 하지 못하는 말 아닌가.

이 사람은 환자가 진료에 대한 불만을 표현해도 똑같이 말할 거라 확신한다.

정치인이 된다면 자기와 의견이 다른 집단을 포용하지 못하고 내려다보며 비웃는 모습이 연상된다.


후보의 피켓 아래쪽에 적은 것처럼 간호사들의 '태움(간호사 사회에서 재가 될 때까지 괴롭힌다는 은어)'을

많이 보아왔고 그 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해버린 간호사들의 이야기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간호사 업무를 그만두고 다시는 이 쪽에 복귀하지 않는 장롱 면허가 되어버린 

간호사들의 비율이 40%가 넘는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자기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다른 집단을 밟고자 하는 행위,

같은 전문가 집단 내에서 '태움'으로 신입이나 타 대학 출신의 동료가 떠나게 만들고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닌 듯 가면을 쓴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위장하는 모습. 


모두 '갑질'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 여름의 뜨거운 직사광선 같은 세상에서

누가 좀 더 강렬하고 더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가를 경쟁하고 있는 듯하다.

서로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이해, 배려를 포함한

동시대를 사는 인격과 지성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우울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린 알고 있다.

상대방의  말에서 나오는 향기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부모님이 아주 잘! 가르쳤구나!

부모님이 아주 잘~ 가르쳤구나!





며칠 전에 채주한 황금빛 단호박 막걸리로 한 잔 해야겠다.

니들은 호박밭에 굴러다니던 단호박 한 덩어리만큼의 행복도 나한테 주지 못하는구나.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작가의 이전글 '교감' 그리고 연락처 영구삭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