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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Jun 02. 2024

애호가와 중독자

알코올 중독의 법칙


술의 이미지, 술 잔의 이미지



술과 술 잔에는 쉽게 벗을 수 없는 이미지가 붙어있다.

술은 역사에서 사람들의 삶과 함께 전 세계의 모든 문화에서 존재한다.

우리들의 문화와 함께한 '술'의 이미지는 '술문화'로 자본, 노동에 뿌리를 두고 만들어졌다.

술에는 우리들의 인식과 태도를 결정하는 수많은 이미지와 고정관념이 담겨 있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술에 붙은 이미지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보는 시각과 이미지도 결정한다.


술로 나눠지는 이분법적 사고는 우리 사회의 가치가

실제 '가치'보다 '이미지'에 기울어진 채 흘러간다는 것을 말해준다.


"위스키 애호가"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될까.

아마도 푹신한 가죽으로 만들어진 안락의자, 어두운 조명, 그리고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 더하자면 화려한 원피스를 입은 여성을 연상시킬 것이다. 실제로 위스키, 특히 고급 싱글 몰트 위스키는 흔히 고급스러움, 깊은 향기, 무겁고 위엄 있는 분위기를 앞에 내세운다.


위스키 애호가들이 한 잔을 마시고 맛에 대해 평가하는 대목에서는 더하다.

애호가들이 주로 하는 묘사는 장인 정신, 역사, 술의 깊이, 숙성의 시간 같은 단어를 말한다.

이 같은 이미지가 씌워진 위스키는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바라는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과 동일시하는 마케팅과 미디어에 의해 형성되었다.


매일 소주를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



반면, 알코올 중독자라는 이미지는 위스키애호가와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며 부정적이다.

알코올 중독은 중독, 자기 통제력 상실, 사회적 부적응과 관련이 있는 이미지다.

더 넓히면 노숙자, 빈곤, 피로 같은 이미지도 포함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는 우리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

"알코올 중독자"라는 용어는 알코올 의존증과의 심리적 전쟁에서 패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주위 사람에게 위스키 한두 잔을 마신다고 할 때와 소주 한 병을 매일 마신다고 말할 때를 비교해 보자.


소주를 마신다면 건강 걱정부터 하지만
위스키면 요즘 고민 있냐고 묻는다.



매일 위스키를 마신다고 해서 알코올 중독자가 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주를 포함한 모든 주류에도 알코올 중독의 법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주류 산업은 제품 이미지를 제작하고 브랜드를 사람들 머리에 각인시키는 데 큰돈을 쓴다.

위스키 브랜드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홍보하는 광고에 많은 투자를 한다.

고급스러운 설정, 매력적인 모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은

판매량을 늘릴 뿐만 아니라 대중의 인식을 형성하여 위스키를 사회적 권력과 신분, 지위의 상징으로 만든다.

하지만, 현재의 고급스러움으로 포장된 위스키도 과거 유럽에서는 똑같은 취급을 받던 그저 그런 천박한 술이었다.



반대로,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언론의 묘사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키운다. 영화, TV 쇼, 뉴스 보도에서는 알코올 중독자가 극심한 곤경에 처해 있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여 절망과 쇠퇴의 이미지를 키운다.

이 같은 이미지 라벨링은 긍정적으로는 알코올 남용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지만,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패배자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는 부작용도 있다.






고급 위스키를 즐기든, 가볍게 소주 한 병을 즐기든, 찌그러진 양은 잔에 채운 막걸리든

감상과 중독 사이의 경계선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것이 더 많다.



http://link.inpock.co.kr/kwine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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