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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감시 심리학

나는 왜 그 사람의 계정을 계속 들여다볼까?

by 이정욱 교수
‘잘 살고 있나?’


익숙한 이름을 검색창에 입력한다.
그 사람의 SNS는 여전히 모두 공개로 되어 있고, 나는 오늘도 조용히 들어가 본다.

누군가를 ‘몰래 들여다보는’ 행동,
순수한 호기심? 아니면 감정의 잔재?


‘감정의 잔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헤어진 연인의 계정, 멀어진 친구의 계정, 혹은 나와 사이가 멀어진 지인의 계정.
우리는 감정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대상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감정 미해결’ 상태라고 한다.
나 자신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뇌는 그 관계가 아직 완전히 종료되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자꾸 그 사람의 근황을 찾아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 없이 잘 사나?”
“지금 누구랑 사귀지?”,
“혹시, 내가 그립지는 않을까?”


나보다 잘 사는지 알고 싶어서


SNS는 현실을 좀 더 화려하게 포장해서 보여준다.
그 사람의 여행 사진, 연애, 승진, 해외 출장, 구입한 음식 등은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와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만든다.

이 행동을 ‘사회적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고 정체성을 확립한다.

비교를 통해 나보다 나은 삶이 아니면 안도감이 들고

나보다 나은 삶이라면 열등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통제 환상’을 유지하고 싶어서


헤어진 뒤에도 그 사람의 삶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면
마치 관계가 100% 완전히 끊어진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아직 새로운 사람은 안 만나고 있구나."
"요즘은 기분이 별로인가 보네"

사소한 이런 정보들은 무의식 중에 나에게 안도감을 준다.
착각일 뿐이다.


습관적 보상 심리


SNS를 엿보는 습관은 어느 순간부터는 중독이 된다.
처음엔 감정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의 일상을 ‘확인’하는 게 하나의 루틴이 된다.

이런 행동은 뇌에 작용하는 도파민(보상 호르몬)이 그렇게 하도록 시킨다.
“오늘도 뭔가 새 소식이 있을까?”를 통해 '기대감'을 갖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뇌는 보상을 준다.
이 루틴이 반복될수록 뇌는 이 과정을 짜릿한 쾌감으로 인식하고,
끊기 힘든 루프에 빠지게 한다.


진짜 문제는 ‘자기 자신’ 일 수 있다




정말 그 사람에게 아직도 미련이 있을까?

비교하고 상처받는 걸 알면서도 그 계정을 왜 또 들어갔을까?


진짜 중요한 건 타인의 일상이 아니라, 나의 감정 상태다.

‘왜 나는 자꾸 그 사람의 SNS를 들여다볼까?’라는 질문 속에는
아직 치유되지 않은 내 속마음이 숨어있다.

이제, 진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길...



https://bit.ly/3IZCx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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