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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에러

straw man fallacy

by 이정욱 교수

어느 들녘 한가운데, 오래된 허수아비 하나가 서 있었다.
낡은 밀짚모자에 해진 옷, 바람에 흔들리는 팔과 다리.
처음엔 새들을 쫓기 위해 세워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누구도 허수아비가 서있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허수아비는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계절을 맞고 보내며 자신이 왜 거기 있는지를 잊어갔다.


허수아비 에러(오류)는 상대의 진짜 주장을 왜곡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해석한다.
자신의 잣대로 상대를 공격하는 말장난 같은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허수아비 에러를 저지른다.


사람을 오해하고,
누군가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고,
내가 들은 한 마디로 그 사람의 전부를 재단하는 것.
허수아비를 진짜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느 날, 친구가 지쳐 보였을 때
그의 진짜 이유를 듣기보다,
“너 요즘 너무 게으르잖아” 아니면 "그렇게 매일 노니깐"이라고 쉽게 말해버린다.


사랑하는 사람의 침묵 앞에서
“내 말을 무시해?”라고 먼저 상처를 입고, 상처받는 말을 던진다.
그 사람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을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돌을 던지며
진짜 새가 어디 있었는지조차 잊고 살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마음속 깊은 그림 사이에 차이를 가지고 살아간다.

한마디 말 뒤에는 열 마디 못한 말이 숨어 있고,
한숨 하나 속에는 말 못 하는 수많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를 오해하기 전에 그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잠시만 더 기다려보는 게 어떨까.


기다림은 사람을 사람답게 보는 ‘이해’의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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