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1과 시스템 2
어느 날, 평범했던 사람이 갑자기 극단적인 신념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주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이 결정한 것만이 오직 하나의 진실이다고 외치며
세상을 향해 흥분하며 과격하게 돌진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인간의 뇌는 복잡한 정보를 '단순화'하여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 체계를 두 가지로 나눴다.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 1'과 느리고 논리적인 '시스템 2'
극단주의는 '시스템 1'의 영향을 받는다.
감정에 호소하고, 내 편, 네 편의 단순한 이분법으로 세상을 나누며,
복잡한 현실을 흑백으로 재단해 버린다.
시스템 1은 빠르고 노력 없이 작동하지만, 편향과 오류가 많다.
이 같은 사고방식은 뇌에 부담을 덜 주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더 쉽고 빠르게 흡수된다.
반면, 시스템 2는 느리지만 더 정확하고 복잡한 문제 해결에 적합하다.
시스템 2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시스템 1에 중독된 그들은 사회적 고립과 소속의 욕구를 갈망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크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 On Human Nature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은 사회적 유대가 인간 행동의
핵심 동기 중 하나라고 했다.
현대 사회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개인은 강한 소속감을 제공하는 집단에 끌릴 수 있다.
우리가 탄핵사태를 겪으며 보고 있는 탄핵반대론을 주장하는 연령층은 대부분 연배 지긋한 어른들이다.
이들은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가족으로부터 외면받고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집회에 나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과 모여 생각과 행동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뇌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아있음'에 대한 강력한 도파민을 받게 된다.
나이 먹고 생각이 있네 없네라는 비판도 있지만
나는 그들이 사회에서 소외받고 고립된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측은한 마음.
아니, 어쩌면 나도 그들처럼 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심리적 공포심마저 갖는다.
사람은 빠른 직관(시스템 1)에 의존해 쉽게 판단하지만,
중요한 문제일수록 느리고 신중한 사고(시스템 2)를 활성화해야 한다.
좀비들은 그들만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방식으로 좀비가 되었다.
우리는 시스템 2를 유지하기 위해 건강해야 한다. 육체도 정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