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아이스

코로나19 환자 발생(이동)으로 현 자리에서 이동을 금지하는 신호

by 이정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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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병동 코드블루-"

"13 병동 코드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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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병동 코드 클리어"

대학 병원에 한 번이라도 입원했던 적이 있거나 응급실에서 대기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습기를 가득 머문 안개처럼 병동 바닥에 낮게 깔리는 '코드 블루' 방송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코드 블루(Code Blue)'는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을 찾는 방송이다. 코드 블루가 뜨면 병동 복도를 내달리는 의료진의 발소리에 같이 심장이 뛰며 '무슨 일 이래?' 하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환자의 안위를 걱정하지만 거의 매일 듣다 보면 어느덧 무신경, 무감각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병원에서는 코드 블루가 울리고 있겠고 코드 클리어(Code Clear)-상황 종료-되었다면 그 결과가 NG(Not Good) 또는 Expire(사망)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병원에서 사용되는 코드는 색(Color)을 붙여서 코드 블루, 코드 레드, 코드 화이트... 이와 같이 분류되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에 새롭게 생긴 코드가 '코드 아이스(Code ICE)'다. 이 코드는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됐던 '오징어 게임'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이 그 자리에서 얼음(ICE)처럼 움직이지 말라는 코드다. 이 코드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거나 코로나19 등 전염병 환자가 이송되는 과정이므로 응급실 내 개별 이동을 제한하는 코드다. 당연하지만 일반인은 이 코드 의미를 모르므로 근처의 의료진이 주변의 환자나 환자 보호진에게 이동을 제한토록 해야 한다.

또 '코드 그린'도 있다. 이 코드는 긴급대피명령이 떨어진 경우나 메르스, 코로나19 등 법정 전염병 의심 환자가 그 병원에 오고 감염내과 같은 곳에서 법정 전염병 의심환자라고 생각되면 대피 명령을 내릴 때 코드 그린이 나온다.



출근하자마자 전화가 왔다.

평소 알고 지내는 동갑내기 김 OO이다. 병원에 있는 사람에게 걸려오는 이른 아침의 전화는 항상 긴장된다. 응급실이라고 한다. 왜? 보호자는? 뭐지?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응급실에 출입증을 보여주고 들어갔다. 김 OO이 누워있다가 나를 보고 힘든 표정으로 맞이한다. 옆에는 초면인 김 OO의 후배가 일어나서 인사한다.


새벽 2시에 119를 타고 들어왔다고 한다.

회사 이직을 위해 업무 인수인계를 새벽까지 하던 도중 '나 아직 젊어!'라고 하며 팔 굽혀 펴기를 하던 도중 '어!!!' 하면서 가슴을 부여잡고 앞으로 쓰러졌고, 옆에서 같이 있었던 후배가 119를 불러서 이송되었다고 한다. 정말 운이 좋은 친구였다. 만약 그 시간까지 같이 일해줬던 후배가 없었다면 카디악 어레스트(Cardiac arrest)-심정지-가 와서 어쩌면 카톡 프로필 사진에서만 그를 추모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단단히 미쳤다고 했다. 인수인계가 목숨을 걸면서 새벽까지 해야 할 일인가 싶었다. 물론, 그 친구의 상황이나 여건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응급실 전용 영상 촬영을 하고 피검사를 한 결과 심장 쪽 혈관에 스텐트(심장혈관에 끼워 넣어 피가 잘 흐를 수 있도록 해주는 가는 금속실로 된 확장 의료기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수술 시간을 급하게 잡고 그동안은 혈관확장제와 혈류증가제 등 약물을 투입한다고 응급 전담 교수에게 들었다.


응급실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몇 번은 받아보게 된다.

우리는 그런 전화를 '민원전화'라고 하는데 이 전화를 거는 사람들의 상황은 각양각색이지만 원하는 민원은 '나 먼저', '빨리', '신경 좀 써주라' 이 세 가지로 압축된다. 아픈 사람의 상황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는 순서는 민원을 요청하거나 받는 사람의 직위나 권력이 아니라, '얼마나 응급한가 하는 응급의 정도'가 처리 순서다.

작은 응급실에서 조차 바람 같은 권력과 인맥을 동원해서 줄이 세워진다면 우리의 죽음에서조차 그들이 개입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의료 윤리 같은 문서에 적힌 정의(definition)를 떠나 정작 우리가 응급할 때 어디선가

더 큰 권력과 입김이 온다면 순서가 바뀔 수도 있는 심각한 케이스다.


김 OO의 전화 역시 위에서 나열한 세 가지 민원들 중 하나에 해당됐다.

알았다고 말하고 치프한테 응급실에 온 이유 정도만 빠르게 설명하고 나왔다. 수술은 오랜 시간 동안 집도됐고 김 OO은 스텐트 4개와 함께 평생 먹을 약의 리스트를 받아야 했다. 회복 기간 동안 두어 번 병동에 들려 제수씨에게 인사하고 건강 관리 잘하라는 정도로 내 역할은 다 했다. 김 OO의 퇴원 이후에 몇 번 카톡으로 건강에 대해 문의하다가 그 횟수가 줄어들고 지금은 거의 묻지 않는다. 같이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날이 있을런가 없을런가도 잘 모르겠다. 스텐트를 평생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친구가 다시 수술하는 일 없이 그리고 다시는 응급실에서 보는 일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랄 뿐이다.




오버하지 말자.

건강에 대해서.

평소에 잘하자.

지인에 대해서.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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