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이 아니라 무지한 거야.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기를

by 삼로로

#

정치는 어르신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심각성을 느낀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로 정권도 바뀌었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정치 이슈가 대중적 화두로 떠오르는 일이 많아졌다. 부끄럽지만 나는 정치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고작 인터넷 기사의 헤드라인만 볼 뿐이었다. 그런데, 6~7년 전 친동생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들으며 언론에서 떠드는 방향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는 아차 싶었다. 동생은 어떤 이슈가 터지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나름의 주관을 갖고 있었다. 나는 낫 놓고 ㄱ도 모르는데 말이다.


#

20대 초중반의 나는 정말 심각했다. 뉴스에서 "A 모 후보의 지지율이 또다시 증가했습니다"라고 하면 '그렇구나'하고 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람이면 좋은 사람이 맞겠지'라고 인지해 버렸다. 그야말로 우매한 대중이었다.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회사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으며 서울에서 자리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 여력이 없었다. 이렇게 적긴 했지만 말도 안 되는 핑계다. 출근길에 페이스북은 보면서? 연예면 기사는 매일 보면서? 저녁마다 술 마실 시간은 있으면서? 여력이 없다는 건 절대 이유가 될 수 없다.


#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옳고 그름을 조금은 구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 중에는 몇몇을 빼고 여전히 정치나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없다. 어쩌다 관련 얘기라도 나오면 금세 지루해하고 고리타분하다는 표정을 보인다. 하루하루 피곤한데 지금 당장 내게 영향을 주지 않는 일로 신경 쓰기 싫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세월호 이슈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 때 '이제 그만 좀 하지. 보상금 많이 받았으면 됐잖아'라고 말하는 친구의 말에는 충격을 안 받을 래야 안 받을 수가 없었다. 그 친구에게는 그게 아니라고 설명을 하는 내가 '정치적인' 사람으로 보일 뿐이었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정치적 성향을 갖는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주인이면서 그런 의식 조차 없다는 것이 문제지, 정치적 소신을 가진 게 문제시되는 건 정말 잘못됐다고 본다. 얼마 전에 어떤 작가의 토크콘서트에 갔는데 그분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 얘기한 것을 가지고 정치적이라고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좀 슬펐다. 세월호 사건은 정치적인 게 아니라 사회적, 국민적 문제 아닌가? 구할 수 있는 승객을 왜 구하지 않고 방치했는지. 그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건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그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하는 것이 왜 정치적일까?


#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정치는 어차피 개판이니까 관심 가질 가치가 없어'라며 자신의 무지를 무관심으로 포장한다. 그런 사람들은 '국가가 언제 어떻게 망하든 욕할 자격이 없는 국민'임을 스스로 인정해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트위터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내가 느끼기에 트위터는, 남들의 반응보다는 본인의 소신을 알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을 볼 수 있다. 트위터 피드를 보는 건 내 나름대로 정치적 소양을 쌓기 위해 찾은 방법 중 하나다. 많은 시간 빼지 않더라도 출퇴근할 때 하나둘씩 보는 것만 해도 은근히 보는 눈이 생기는 것 같다. 트위터 외에는 정치 팟캐스트를 듣고, 썰전이나 스트레이트 같은 TV 프로그램을 본다. 한 시간 웃고 넘기는 예능프로그램 보다, 보고 나서 하나라도 남는 게 있는 것 같다.


#

유명 대학을 나와 많은 공부를 하고 공직에 있음에도 태극기 집회를 하는 사람이 있듯..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누구의 말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상식은 통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뭐라도 알아야 주관이 생기고 바꾸자고 요구할 수 있을 테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