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민 Jun 17. 2018

내가 국제연애라니?!

내 남자친구가 외국인?


내가 아무리 유럽여행을 좋아하고 미국 영화를 즐겨 본다지만 그래도 이건 상상 조차 안 해봤다.

그런데 요즘, 제이크 질렌할을 닮은 외국인이 내 눈 앞에 있다.

거기다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거 실화냐고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내가 최애하는 배우, 제이크질렌할


눈이 왜 이렇게 깊어? 빠져들겠어.

외국인과 단둘이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마주 보며 이야기를 하다니! 태어나서 처음이다. 심지어 내 눈을 너무 뚫어져라 쳐다본다. 내 얼굴에 잡티 하나까지 다 볼 것 같아 부끄러웠다. 앞니에 립스틱이라도 묻었으면 어쩌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 빨리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차피 계속 그럴 수 도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싶어 나도 같이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누군가의 눈을 그렇게 오래 본 것도 처음이었을 거다. 반짝반짝하고 투명했다. 눈이 깊다는 걸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눈을 덮고 있는 속눈썹은 왜 이리 길고 빽빽한지... 신기했다. 참 다르구나! (처음엔 못했지만 요즘에는 눈을 감아보라고 해서 만져보곤 한다)



낯간지러운 애정표현. 슬슬 적응?

썸 단계부터 오글거리는 멘트를 많이 했는데, 사귀기로 하고 나서는 더 대놓고 하는 애정표현들. 스페인어로 Mi vida(내 세상), Mi amor(내 사랑), Mi bebe(내 아기) 등. 의심과 경계심이 심한 나로서 남미 남자들에 대한 선입견 모드가 더 심하게 발동했다.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세뇨리따~'나 '벨라~'를 외치며 작업 거는 모습, 모르는 여자와 하룻밤도 그냥 오케이 할 것 같은 개방적인 사고. 이런 선입견 때문에 너무 혼란스러웠다.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아무 여자한테나 이렇게 하겠지'라는 의심이 점점 커졌다. (물론, 지금은 그런 게 아닌 걸 알지만 처음에는 진짜 많이 고민됐다. 만나도 될까 말까 하고) 그리고 사람 많은 곳에서 애정표현도 당황스러웠다. 물론 해봤자 뽀뽀나 허그 정도지만 그 빈도가 너무 잦아서 놀랐다. 근데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즐기기(ㅋㅋ)로 했다. 요즘은 한국 커플들도 길거리에서 애정표현을 많이 하기도 하고, 우리도 뭐 그 수준이니까.



언어가 좀 늘어야 할 텐데..

스페인어 공부를 하다가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남자친구는 남미 사람이다. 90년생 이후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처럼 국민학교를 1년이라도 경험한 사람들은, 일단 외국인을 만나면 'I can't speak english'라고 혼잣말처럼 구시렁대며 자리를 피하게 된다. 물론, 영어처럼 억지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서 조금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원어민을 보면 입이 안 떨어지는 건 매한가지다. '틀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말을 내뱉기도 전에 내 입을 막아버린다. 더구나 수업에서 배운 것과 현실에서 쓰는 말은 확실히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우리 대화의 80%는 한국어다. 근데 생각해보면, 남자친구가 한국말을 틀리게 써도 말 못 한다고 비웃은 적도 없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러니 나도 스페인어를 자신감 있게 써야겠다는 급다짐을 해본다. 사실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해서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 남자친구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도 한다. 여기가 아무리 한국이라도 한명만 상대에게 맞추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통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게 언어이기도 하니까.



아직 너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연애가 아니더라도 어떤 사람에 대해 온전히 알기란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외국인이라니... 사람 보는 눈 지리리도 없는 나에게... 이 연애는 더 어렵고 답답하다 으어어엉 ㅜㅜㅜ 이제 좀 알 것 같았는데 돌아서면 아닌 것 같고... 하루 걸러 하루가 다르다. 만약 한국 남자라면, 남자친구의 친구들과 만나서 술 한잔하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인지 대충이라도 알 수 있을텐데 외국인은 그럴 수가 없다. 오로지 그 남자의 말만 믿어야 한다.


지난주 지하철에서


사실 결혼 적령기인지라, 누군갈 만난다면 미래까지 함께 그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 관점에서 현남친과는 아직 그런 약속까지 할 확신은 없다. 그래도 뭐... 미래는 모르겠지만... 지금 좋으니깐 좋아♥

작가의 이전글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