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자고 내일 생각할게요》 박영준 지음
책을 고를 때 맨 먼저 뒤표지의 서평을 읽고 그다음 목차, 마지막으로 저자를 본다. 내가 아는 작가면 이름만으로 충분하지만 모르는 작가라면 작가소개를 꼭 읽어본다. 보통은 어느 학교를 나와 어떤 일을 했고 이전에 낸 책 순으로 정리가 되어 있는데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할게요》의 작가소개는 딱 네 줄이었다. 어떤 스펙인지 모르지만 읽고 싶어졌다. 너무나 요즘의 내 마음 같아서.
어떤 사람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은 될 거라는 믿음 속에서 산다.
사람은 그리워하지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느긋하게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한 권을 다 읽는데 채 3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글이 짧아서도, 내가 대충 읽어서도 아니다. 챕터 하나하나가 내 마음과 닮아 있어서 술술 읽힌 것 같다.
'어떤 걸 골라야 더 나을까? 덜 후회할까? 이거는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돼' 혼자 이러다 주변 사람에게도 물어본다. 그가 대답을 하면 나는 그 답에 대한 반박 근거를 대며 다시 그를 설득한다. 그 과정이 반복되고 긴 대화 끝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예전에는 어떤 고민이 생기면 이유를 설명할 순 없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더 마음이 가는 선택지가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지금은 그것조차 없어서 무언가를 고르기가 더 어렵다. 예전 경력을 살려 일을 할지, 새로운 일을 할지가 최대 고민거리인데 아침에 눈을 떠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잠자기 전에도 고민한다. 정작 어디서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러던 와중에 이 책에서 이런 말이 있었다.
"그냥 아무거나 고르는 것"
조금이라도 더 끌리는 것을 고르는 게 아니라 정말 아무거나. 선택에 고민을 얹지 않고 그냥 선택해 버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잘못되는 것도 없다. 고민을 하는 순간의 대부분 49와 51 정도. 단 2 정도의 작은 차이로 고민이 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해도 우리는 그 선택에 대한 결과에 ‘맞춰서’ 살아간다.
쉬어가는 것이 도태되는 건 아니라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내 하루를 돌아보면 생산적인 활동도 없고 자기 계발을 한 것도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렇다고 몸과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다. 돈도 안 버는데 운동은 사치라며 운동을 안 다니니 온종일 찌뿌둥하고 자세는 더 안 좋아진다. 결국 스트레스만 받고 있는 꼴이다. 내키지도 않는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업데이트되지 않는 공고를 계속 새로고침하며, 피곤해도 새벽까지 잠을 참는다. 백수가 잠까지 많이 자면 진짜 한심한 인간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풀어서 적고 보니 내가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지금 백수라고 해서 앞으로 계속 일을 안 하고 한량처럼 살겠다는 건 아닌데 왜 쉬지도 않고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책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쉬어가는 시간은 열심히 살았기에 생긴 것이고,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생긴 것뿐이라고.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한가함이란 아무것도 할 일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어릴 때 내 꿈은 '대한민국에서 한 획을 긋는 광고인'이었다. 근데 막상 해보니 나랑은 맞지 않는 일인 듯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해왔다. 선임과 선배들의 당근과 채찍으로 버텼고 변변한 밥벌이를 위해서는 그 외에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너무 버겁고 내 가치관과 전혀 다른데도 그 일을 해야만 사람들과 비슷한 연봉으로 남들도 알아주는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 그 시절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낸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다른 분야의 활동과 경험을 했고 작년부터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해 지금은 백수가 되었다. 무섭고 깜깜한 길 위에 서있는 기분인 나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에서 작가는 '꿈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거'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 중에서 나와 맞는 일이 없었던 거고 수많은 일 중에서 아직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만난 것뿐이라고.
보란 듯이 잘 살아내고 싶었고 보란 듯이 소중한 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이가 되고 싶었지만,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니 숨통이 조금 트였습니다.
돈보다 워라밸을 중시하고 업무의 성취감보다는 성실하고 책임감하게 일을 하는 것 자체에 만족하는 나. 그러나 누군가는 현실에 안주한다고, 그건 자기 합리화라고 할 것이다(그렇게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가치관이고, 나는 앞으로도 내가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방향으로 살아갈 거다. 노력은 해왔지만 그래도 많이 흔들렸다. 앞으로 또 내 기준에 대한 흔들림이나 의심이 든다면, 일단 멈추고 내일 생각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