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생각법》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왠지 속이 텅 빈 것 같다. 빈 공간을 채우고 싶어 뭔가를 계속 보고 들었지만 감명받은 영화나 강연 영상도 그 감흥이 몇시간을 못 간다. 그러다 오랜만에 책을 펼쳤다. 시험이 끝나고 활자로 된 건 쳐다 보기도 싫었는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도서관으로 갔다. 딱히 읽고 싶은 주제도 없어 책을 고르는데도 한참 걸렸다. 막상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역시 허한 속을 채우는 방법은 독서였나 보다. 이래서 책을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는 건가.
오늘 읽은 책은 《자존감 생각법》. 일본의 심리상담사 고코로야 진노스케 작가의 책이다. 등장하는 예시와 상황들이 어쩜 다 내 이야기 같은지, 신기했다. '난 자존감이 낮아'라는 말로 퉁치기에는 부족했던 내 마음을 작가가 친절하고 자세하게 대변해 준다.
사실 저는 부족합니다.
사실 저는 변변치 않습니다.
사실 저는 친구가 없습니다.
사실 저는 친구가 없습니다.
사실 저는 인기가 없습니다.
사실 저는 못생겼습니다.
누가 나한테 직접 말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이렇게 평가하고 있었다. 이게 다 자신이 없어서,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고 울적해지고 화가 나는 거라고 한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이렇게 소리 내서 말해보라고 한다.
나는 부족하지만 괜찮아.
나는 변변치 않지만 괜찮아.
나는 친구가 없지만 괜찮아.
나는 인기가 없지만 괜찮아.
나는 못생겼지만 괜찮아.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꾸 그런 부분만 눈에 보인다. 그러니 '이런 나도 괜찮다'라고 인정하고 우선은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를 인정한 다음에, 긍정하고 믿어야 한다. 내 가능성을 믿고, 내 능력을 믿어야 한다.
하루의 절반을 이력서 넣는 걸로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후회와 좌절을 반복한다. 나는 왜 경력이 애매할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갔어야지, 아무리 힘들어도 한 회사에 오래 다녔어야지와 같은 문제점만 찾게 된다. 이미 지나버려서 지금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인데 말이다. 그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더라도 서류로 평가받는 현실에서 나는 이미 불합격이다. 나같아도 어리고 스펙 좋은 사람을 뽑을 것 같고 이런 커리어로 괜찮은 회사에 들어가기는 힘들거라는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문다. 결국 과거의 나를 탓하며 스스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키우고 있었다.
어차피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어쩌다 벌어진 일을 나쁘게 받아들인 것뿐입니다. 무엇이든 나쁘게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은 '불행해지는 사고방식'입니다. 매사를 그렇게 받아들이면 불행할 수밖에 없죠. 예를 들면, 천천히 걷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피하지도 않네...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라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그런 식으로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탓인 양 증거 수집에 몰두하는 인생이 되고 맙니다.
나이는 나이대로 차고 제대로 이룬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마음과 지금까지 모아놓은 이 자산마저 까먹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괴로웠다. 근데 작가는 이 '두려움'이 집착을 만드는 거라고 말한다. 상황이 힘들고 내가 노력해도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서 불행하고 괴로울 땐 이렇게 말해보라고 말한다.
그게. 뭐.
나아갈 수밖에 없어.
그래도 웃자.
천천히 가도 괜찮아. 언젠가 답은 나와.
그동안 나름대로 내 중심으로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여전히 나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더 중요시하고 남의 평가와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가족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내 또래의 사람들과 다르면 도태된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진짜 나를 깨닫고 살아가는 것이 '자기중심'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자기중심은 이기적인 것과 달리 자기의 뜻대로 살면서 거기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이제는 내 인생의 키를 내가 쥐고 살자. 남에게 휘둘리는 인생이 아니라 스스로 내 인생을 움직이는, 내 의사로 움직이는 인생을 살아보자.
이 책은 하나의 메시지만 주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느끼는 당시의 힘든 감정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한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당장 뭘 할 수 있까? 하며 갈림길에 덩그러니 서있던 나에게, 무언가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직접적인 해결책이 아니어도 다른 마음가짐으로 한 발짝 뗄 수 있게 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더욱이 술술 읽혀서 좋다. 주변에 마구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