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에게 꼭 필요한 부처의 가르침

《나라는 벽》 다이구겐쇼 지음

by 삼로로

불교의 인기가 엄청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불교박람회 참석자의 80%가 2030세대이고 관련 상품들도 불티나게 팔린다고 했다. 이유가 대충 짐작가긴 했지만 책을 읽고 나서 확실하게 알게 됐다.


불교는 부처님이라는 신에게 기도하거나 의지하는 종교가 아니다. 책의 저자인 다이구겐쇼 스님은 「불교의 테마는 ‘마음’. 즉 자기 내면에 있는 감정을 들여다보고, 마음속에 끓어 안고 있는 걱정과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 밝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인생을 망치는 삼독(욕심, 분노, 무지)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나는 좋게 말해 감수성이 상당히 풍부하다. MBTI 검사를 하면 매번 F(감정형)가 나온다. 자주 불안하고 후회도 많고 조바심도 잘 낸다. 나처럼 감정에 민감한 사람이 읽기에 좋은 책 같다.



즐거움도 괴로움도 영원하지 않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이 말은 힘들 때마다 되뇌던 불교의 가르침 중 하나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일시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살다보면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내가 겪은 가장 슬픈 이별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신 건데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해야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제행무상의 실천이다.

'언젠가 이별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을 때와 전혀 생각지도 않았을 때는 닥쳐오는 슬픔의 크기도 사뭇 달라집니다. 이것이 슬픔이라는 감정을 다스리는 하나의 기술입니다.


절망이란, 지금보다 잃을 게 없다는 것

구직 중인 요즘, 서류 합격도 어려운데 개중 면접까지 간 것도 다 떨어졌다. 면접관을 탓하기도 하고 나에 대한 실망감도 커진다. 그러다 결국 절망하게 된다. "내 인생은 이제 끝났어. 사회에서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됐구나" 이런 마음일 때 이 책을 읽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스님의 이 말씀이 큰 위로가 되었다. ‘어떤 방향성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다’는 말은 ‘다른 방향성에 대한 가능성이 열렸다’는 뜻이다.

어중간한 충격은 치명상이 되지 않아서 모두가 또다시 어리석은 일을 반복한다.
어차피 충격을 받아야 한다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만큼 클수록 좋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며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절망은 되도록 일찍, 가능한 젊을 때 맛보는 것이 더 좋다.


부러움이 아닌 동경을 품어라

좋은 차, 넓은 집, 예쁜 외모 등 남들과 비교하자면 끝도 없다. 절대적인 기준치가 아니니 바라는 욕구는 끝이 없고 충족이 되지도 않는다. 이러한 부러움을 불교에서 ‘교만’이라고 한단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견주며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젖어있는 인생이니 행복할 수가 없단다. 반면에 동경은 스스로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모습이 분명히 존재해 거기에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의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내 꿈이 소설가라면 내가 존경하는 작가의 장점을 동경하게 되고 그 마음으로 인해 내가 성장할 양식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거.


자존감은 억지로 높일 수 없다

언젠가부터 자존감이라는 키워드가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자존감이 낮은 것은 안 좋은 결과물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 책에서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 아닌 자존감의 본질에 대해 말한다. 자존감에는 내현적인 것과 외현적인 것이 있는데, 내현적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억지로 외현적 자존감을 끌어올리면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 순 있으나 결국 누군가와 비교하려 드는 ‘교만’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나르시시스트가 될 뿐이다. 스님은 그 자체가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나 또한 자존감을 높이려 온갖 애를 쓰고 있었는데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큰 위로가 되었다. “사람의 행동은 90퍼센트가 무의식에서 비롯된다”는 말처럼 인간의 밑바탕은 그리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


모든 존재는 내 안에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이 왜 나라는 벽인지 알게 된다. 스님은 눈앞에 있는 자전거를 예시로 들어 말씀하셨다. 자전거는 ‘밖’에 있는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 자전거는 우리 ‘안’에 존재한단다. 눈을 통해 뇌에 투영된 자전거는 마음이 ‘거기에 자전거가 있다’라고 인식한 순간 비로소 존재로서 성립하기 때문이라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현상은 전부 내 안에 있다고 보는 것이 불교의 사고방식입니다. (중략)
마음에 괴로움과 고민이 생기는 건 당연하며 어찌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대부분은 그릇된 생각으로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이니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 봅시다.




책 《나라는 벽》은 일반적인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와는 분명 다르다. 2500년 전 시작된 불교의 가르침이 꾹꾹 눌러 담겨있다. 현대의 심리학과도 맞닿아 있어 현실에서 바로 적용해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스님이나 수도자들이 하는 거라 생각했던 '수행'도 따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명상 또한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내면에 집중해서 현상을 바로 보고 허상에 매몰되지 않게 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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