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밤, 아침/저녁/밤..반복..언제부터였지? 독박이 시작된 게? J와 함께 직장어린이집을 다니겠다고 선언한 날. 그때 좀 더 고민했어야 했나?
아내는 늦게 퇴근하기 시작했고, 주말에도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독박 육아 1년, 처음이라 그럴 거라 믿었던 분노와 지침, 이제는 좀 나아졌나 했지만 아직도 멀었나 보다. 오늘도 야근이라는 아내의 말에 분노하던 어느 날. B아빠가 말했다. 독박 육아를 시작했다고..
아빠도 독박은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준비하고, J가 입고 갈 옷을 고른다 어제 J의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고 있는 직장선배의 지적이 떠오른다. “J옷은 네가 입히냐? 왠지 그럴 거 같아서ㅋ.” 그때, 손가락을 들었어야 했는데… 괜스레 아침에 울컥한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빨간 티와 어울리는 바지를 찾고, 자고 있는 J의 내복 위에 옷을 덧입힌다. 현관문을 나설 때쯤, J는 기가 막히게 깨며 차까지 걸어간다고 한다. 회사 가서 커피 한잔 하고 싶은데… 포기한다. 뒤뚱뒤뚱 뛰어가는 J의 동영상을 찍고 양가 부모님들께 보낸다.
다행히 차는 막히지 않았고, 커피는 살 수 있을 것 같다. 어린이집에 들어가니, 갑자기 보육 방으로 가지 않겠단다. 미끄럼틀을 타고, 등원하는 친구들을 유도하여 자동차 놀이를 시작한다. 1분, 2분.. 커피는 무슨.. 이제는 지각각이다. 놀고 있는 J를 안고 강제로 선생님께 인도한다 J는 울고 ‘아빠’라고 계속 외친다. 찢어지는 가슴을 뒤로하고 성급히 신발을 신고, 아이 얼굴 다시 본다. 울음을 멈추고 선생님께 인사 중이다. 피식, 웃음이 난다. 그래 너도 살아야지..
5시부터 세상 누구보다 바쁘다. 빨리 끝내야 한다. 어린이집 꼴찌가 되면 안 된다. 허겁지겁 끝내니, 6시 5분 눈치 보며 조용히 외투를 챙긴다. 아이가 반긴다.. 그것도 잠시 친구 S와 더 놀겠다고 잠깐 기다리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하다 올걸 그랬다. 자꾸 눈앞에 아직 보내지 못한 메일과 팀장님의 얼굴이 스친다.
집에 오니, 또 배고프단다. 장모님께서 해주신 반찬과 냉동식품 이것저것 차려 주니, 밥만 먹는다. 반찬 먹이려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이 나이에 뭐하는 짓이지’라는 생각 따윈 잊은 지 한참이다. 8시 30분, TV를 틀고 뿡뿡이를 30분간 본다. 나의 유일한 휴식 시간…., 이런 ‘곰 세 마리’ 노래가 나온다. 또 흥분한 J, 열심히 따라 춤춘다. 나보고 따라 하란다.
9시 목욕물을 받고, 같이 목욕을 한다. 아기 욕조밖에 없어, J는 따뜻하게 하지만 난 샤워만 한다. 당연히 춥다. 대충 수건으로 몸 닦고 놀이를 같이하다 추운 것 같아 따뜻한 물로 바꾼다. 잠시 혼자 놀게 하고, 내복과 잠옷을 준비한다.
9시 40분, 뛰어다니는 아이를 겨우겨우 닦이고, 잠자리에 든다. 또 책을 저렇게 많이 들고 온다. “아빠는 1권만 읽을 거야!” “아늬, 다솟권!!” 손가락 다섯을 펴 보인다. 극적으로 3권으로 합의 본다. 2권을 읽고 아이는 잠에 든다. 물론 나도 같이 잠들어 있다. 아내를 기다려야 하지만, 내 코가 석자다.
새벽에 조금 일찍 깨어 멍하니 생각해본다. 지난 1년 거의 쳇바퀴처럼 비슷한 하루를 달려온 것 같다. 집-어린이집-회사-어린이집-집, 하.. 내 삶이 없어졌다.
2월의 어느 날, J가 유아반에서 영아반으로 올라간다며, 어린이집에서 부모님들이 모여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1년간의 사진들을 보고, J가 노는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다 문득 느꼈다. J는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변하고 있었다. ‘왜 몰랐지?’라는 생각과 함께 나 자신도 서서히 자연스럽게 변했다는 것을 알았다.
1년 전 J와 둘만의 첫 외출 기억. 에코백에 짐을 싸는 것도, 아기를 안고 지하철을 타는 것도 어색했던 날. 지하철에서도, 식당에서도 날 딱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지하철에서 할머니가 “엄마 어딨냐?”고 물으니, J가 “위에!!”라고 답했다. 할머니는 날 위로해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린이집 위에 회사가 있어서 선생님들이 아빠/엄마는 위에 있다고 말했다는 것을 알았다.)
초창기에는 진짜 많이 힘들었다. 아빠들의 커뮤니티 따윈 없었고, 주말에 아이와 아빠만 정기적으로 놀러 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에게 전화도 하고, 지역 커뮤니티에 같이 놀아줄 아빠들을 구한다고 하였지만 돌아오는 답은 ‘힘내’라는 격려 밖에 없었다.
작게는 이제 독박 육아를 시작하는 B아빠에게 도움이 되고자, 그리고 크게는 우리나라에서 독박을 시작하거나 마음먹을 아빠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지난 1년을 바탕으로 변화된 나의 마음가짐과 약간의 노하우를 B아빠가 현재 처한 궁금함을 통하여 전해주고 싶다.
하지만 나는 블로그나 SNS에 나오는 밝고 프로페셔널한 아빠는 아니다. 여전히 분노하고 있고, 또 여전히 힘들다. 지극히 평범 또는 약간 모자란 아빠가 1년간 늪에서 벗어나고자 혼자 조금이라도 행복하고자 고민했던 흔적으로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