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절친한 친구이자, 진정한 아빠인 J 아빠에게
안녕. J 아빠. 네가 나에게 독박 육아에 대해 털어놓았을 때, 사실 난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었어. 나는 그저 평범한 다른 아빠들처럼 ‘회사일’만 하고 있었지. 육아는 아내에게 그저 맡겨둔 상태로 말이야. 사실 나는 그때만 해도 내가 ‘썩’ 괜찮은 아빠라고 착각했었어. 내 나름대로는 B와 함께 잘 놀아주고, 시간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런 나에게 너의 독박 육아 이야기는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아서, 전혀 너의 힘듦과 고됨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 아마 그건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 모두가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었을 거야. 왜냐하면 다들 나랑 같은 입장이었지, 너를 이해할 수 환경이 아니었거든.
그래도 주변에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고 있는 너라는 존재가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회사 일보다 육아가 쉬울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두 가지 이유 다였던 것 같아. 육아휴직을 내고 내가 육아를 하겠노라 결심하게 되었던 계기가 말이야.
진짜 바쁘고 치열했던 회사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육아휴직을 쓰겠노라 아내에게 약속을 했고, 덜컥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나에게 다가왔어. 처음에는 무조건 좋을 거라고만 생각했지. 현실은 전혀 아니더구나. 아침에 일어나 우는 아이를 겨우 어르고 달래서, 겨우 울음을 진정시키는 것도 한참, 그러고 나서 어떻게든 아침을 먹여야 될 것 같아서 뭘 어떻게 준비했는지도 모르고 아침을 준비했는데, 우리 B는 또 먹기 싫다고 난리. 대충 먹여서 세수시키려고 하니 울음바다. 치카치카는 왜 그렇게 하기가 싫은 건지. 옷 입기 싫어하는 애를 어떻게든 꼬여서 옷 입혀서 어린이집을 데려다 주니, 이제는 가기 싫다고 집에 가겠다고 난리. 한 참 쇼를 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니 그제야 한 숨을 돌리겠더라. 이 엄청한 일들이 겨우 한 시간, 한 시간 반 밖에 안 된 시간이라니.
이건 마치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정말 뜬금포로 소리를 버럭 지르는 임원님으로 시작해서, 이 ‘님’께서 소리 지르시는 이유가 전혀 이해가 안 되지만 일단 ‘님’의 의중을 잘 파악하였고, 오늘 몇 시까지 수정한 최대한 빨리 올리겠습니다.’ 신공으로 일단 그 위기를 벗어났다고 판단했건만, 팀장님의 연이어지는 샤우팅에 (본인도 님의 의중을 하나도 모르면서 말이야), 시간은 째깍째깍 흐르기만 하고, 도움을 얻고자 주변을 둘러봐도 다들 내 시선을 피하고만 있네. 결국 이 싸움은 나 홀로 외로운 싸움임을 다시 한번 깨닫고 으쌰 으쌰 하려 하니, 아.. 이 ‘님’들께서 시간도 없는데 세트로 오셔서 다른 걸로 또 시비를 터시는데, 기안은 아까 약속한 시간까지 올리라네. 그나마 회사는 이런 주기가 하루 단위로 찾아오건만, 육아는 이미 오전 한 시간, 한 시간 반 동안 회사에서 겪을 하루의 스트레스를 다 겪게 만드는구나. 굳이 정량화한다면 적어도 5배~8배 정도의 강도는 되겠구나.
J 아빠. 너는 어떻게 회사일과 ‘독박 육아’를 혼자서 다 해 오고 있는 것이니………
아내에게 호언장담을 해놓고 이제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사나이 자존심에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말 꺼내기도 부끄럽고. 그렇고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 도와 달라고도 말 못 하겠고. 친구여 이 독박 육아야 말로 진정 어디에 하소연할 곳이 없구나. 너는 이런 답답함과 외로움을 어찌 참았니.
그때 그 시절, 아마도 네가 우리에게 했던 독박 육아 이야기는 나 힘들다. 살려달라. 좀 들어달라. 너네가 전혀 관심 없겠지만, J 아빠 너 참 고생 많다. 힘들겠다. 하지만 잘하고 있다. 그런 말이 듣고 싶었던 거였겠지. 사람이 자기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고, 이제야 그때 그 시절 너의 이야기들이 이해가 되는구나.
친구여. 기나긴 학창 시절, 대입 준비, 대학생활, 취업 준비, 직장생활, 전쟁터 같은 직장생활, 이 모든 것들을 겪으며 나 역시 강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육아는 정말 다른 세상이구나.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벌써부터 자신이 없어진다……
만나서 말하자니 낯부끄럽고, 전화로 하자니 말할 자신이 없고, 카톡으로 하자니 너무 가볍고, 이렇게 안 쓰던 편지를 너에게 보내어 본다. 나의 진심이 편지를 통해 전해 지기를.
이제는 진정 ‘넘사벽’이 된 철인 아빠 J 아빠여. 너의 독박 육아의 시작은 어떠했는지, 어떻게 애를 잘 달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밥을 좀 잘 먹이고, 어떻게 입히고, 어떻게 어린이집 보내는지, 하기 싫어하는 목욕을 어떻게 하게 하고, 잠은 어떻게 재우는지, 뭐든 나에게 좀 나누어 다오. 나는 너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단다 친구여. 나 좀 살려주라.
나는 내가 내 딸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진짜 딸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었더라. 반성하며, 너에게 도움을 구한다. 둘 다 어떻게 애들 두고 시간을 낼 수 있게 되면, 소주 한잔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