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B 아빠 to J 아빠] 두 번째 편지

육아휴직, 첫 한 달간의 이야기

by thankyouseo


B, 드디어 지긋지긋한 잠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다.



너의 편지가 나에게는 엄청난 힘이 되었단다. 사실 너에게 육아 편지를 권유했을 때 이만큼 심리적, 그리고 실질적 인도 움이 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어. 하지만 너의 첫 편지부터 정말 나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되었 단다.


특히나 큰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네가 편지에 써줬던 말 중에 ‘꼭 무언가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말은 정말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어.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아빠로서 그동안 내가 B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해 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었는데, 그와는 다르게 실제로 나의 육아 경험치는 바닥이었던지라 제대로 B에게해 준 게 없어서 계속 속으로 미안해하고만 있었거든. 너의 편지를 통해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거, 마음의 부담을 좀 내려놓을 수가 있었단다. 진짜로 고맙다 친구야.


육아 휴직 후 첫 한 달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뭘 했는지도, B와 내가 어떤 시간을 함께 보냈는지도 기억이 안 날 만큼 낯설었지만 바쁜 시간들이었어.


그래도 딱 하나 꼬집어서 너에게 전해주고픈 좋은 소식이 있어. 사실 너한테 슬쩍 말한 적이 있었지만, 사실 육아휴직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B의 ‘잠’ 때문이었단다. 40개월 동안 통잠을 자본적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거의 매일 밤마다 3-4번씩 깨서 자지러지게 우는 극도로 예민한 아이 었어 우리 딸 B는 말이야. 나중에 알아보니 이게 병 아닌 병이었더라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면서 버티는 시간 동안 나와 아내의 마음은 많이 지쳐만 갔고,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매년 몇 달씩은 아내와 B가 한국에 친정에 가 있곤 했어. 그동안 나는 기러기 아닌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해 왔고 말이야.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매년 아이 돌보는 걸 도와주시러 스웨덴에 4번이나 오셨었는데, 아마 어떤 이들은 돈을 잘 벌어서 효도하네 라고만 생각했을 거야. 이런 이유가 있었는지는 전혀 생각 못 하고 말이야.


우리 B는 이제 밤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통잠을 자고, 밤에 한두 번 깨더라도 이제는 엄마 아빠가 달래주면 크게 자지러지게 울지 않고 잠을 잘 자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단다. 정말 놀랄 만큼 ‘잠’에 대해서는 좋아지고 있어서 일단 이 것 하나만으로도 육아휴직을 쓰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이 ‘잠’으로부터 온 가족이 고통을 받게 되면 그 스트레스는 진짜 말로 설명할 수가 없거든… 물론 이러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육아를 할 수 있다면 최고이겠지만, 우리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부모들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


한 달 여가 지나고 보니 드는 생각이, B에게 있어 지난 40개월의 자신의 인생 이불 안정했었을 것 같아. 아빠의 근무 때문에 스웨덴에서 태어나게 되었고, 아빠라는 작자는 매일 일 때문에 집에 거의 없으니 엄마하고만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도 스웨덴 어린이집을 가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스웨덴어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 말이야. 게다가 스웨덴의 길고 긴 겨울은 해를 거의 볼 수 없기에 아이의 마음을 더더욱 불안하게 만든 게 아니었던가 싶어.


하지만 이 많은 이유들 중에 가장 아이의 마음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던 게 아빠의 부재였던 것 같아. 엄마하고만 있다 보니 엄마에게 만 의지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엄마는 너무 힘들어지고, 엄마가 힘들어지니 다 같이 힘들어지더라고. 아빠 육아를 시작하자마자 급속도로 우리 B는 점차 여유로워지는 것 같았어. 그러다 보니 지난 40개월 동안 고쳐지지 않았던 잠에 대한 어려움이 정말 거짓말처럼 좋아지고 있단다. 이제 B 본인을 포함해서 가족들 모두가 잠을 자게 되니 정말 행복해.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잊고 싶은 기억들이 많은데, 그러한 기억들이 이제는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우리 가족의 밤이 평온해졌단다.


지난 한 달간, 내가 B에게 무엇을 해줬고, 내가 무엇을 느꼈는가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도 아직 전혀 모르겠어. 기억도 전혀 안나. 그래도 내가 육아휴직 한 달 동안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아이에게 있어 엄마, 그리고 아빠의 존재감을 자신이 피부로 느끼게 될 수 있을 때, 아이는 정말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가지게 된다는 거야.


한국에서는 아마 많은 부모들이 육아휴직을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시기에 맞춰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그만큼 그 시기가 아이나 부모 모두에게 어렵고 도전적인 시기일 거라고 생각해. 나에게 있어 육아휴직의 이유가 B의 ‘잠’으로 인해 가족 모두가 너무 힘들어서, 의도적으로 환경을 바꿔서 그것을 극복해 보기 위함이었어. 사실 아이가 힘들면 가족 모두가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되었던, 아니면 다른 시기에 아이가 힘들어하는 때가 있다면 그때에 맞춰 육아휴직을 해보는 것을 나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어.


그리고 생각보다도 나라에서 아빠 육아휴직을 권장하고 있는 분위기라, 직장에서도 다들 생각보다는 이해를 많이 해 주더라고. 아마 개인적으로 다들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나라에서 장려를 하고 이를 승인 안 해 줄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큰 역할을 한 것 같아. 그러니 네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 때, 육아휴직을 쓰는 걸 강력하게 추천!


아 참, 너는 직장 어린이집에 ‘J’를 데리고 출퇴근을 하고 있잖아. 애를 데리고 출퇴근하는 것도 싶지 않은데, 떨어지지 않는 애를 억지로 맡기고 출근을 하는 것도 너무 힘들겠다.. 어때? 직장 어린이집에‘J’를 보내면서 힘들거나 어려운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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