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J 아빠 to B 아빠] 세 번째 편지

미움받지 않을 용기는 없다.

by thankyouseo

참 아이러니하다. 복지 천국인 스웨덴에서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식 기업문화를 적용받았다는 것이, 그리고 그로 인해 네가 얼마나 신체적으로도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힘들었을지 짐작을 할 수 조차 없네. 사실 회사에서 1명만 놀고 있어도 뒷말이 나오는데, 2명만 일했다고 하니… 정신적으로 아픔이 더 컸을 것 같네. 그 시기 잘 모르고 널 위로하지 못한 것이 진짜 가슴 아프네. 모쪼록 육아 휴직 기간 동안 B와 제수씨, 그리고 B아빠가 잊지 못할 행복한 1년이 되었으면 해.


회사에 나도 멋지게 일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데, 사실상 그게 안되네. 일단 기본적으로 아직까지 야근을 해야 일을 열심히 한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아. 좀 더 내가 노력하고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는 숙제가 될 것 같아. 내가 팀을 운영하는 사람이 되면 좀 더 체계적으로 전문화된 업무 지시를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해야겠다.


B아빠야 사실 장모님께 용돈은 드리지 않고 있어. 사실 나도 드려야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은데 회사원들이 얼마 벌지도 못한다고 하시면서 안 받고 계셔. 참 부끄러운 일이야. 사실 맞벌이를 하는 상황이라 못 버는 것도 아닌데, 안 받겠다고 하셔서 남들이 다하는 기념일에만 챙겨드리고만 있어. 최근 주말 드라마를 보는데 장모 역할을 맡으신 분이 아이를 봐주면서 용돈을 드리지 않고 아내 일도 돕지 않는 밉상 사위가 나오는데,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죄송하더라. 그래서 한동안 종교생활을 원하시는 장모님의 바람을 들어드렸어. 그래서인지 J를 맡기고 아내와 데이트 좀 갔다 오겠다는 말을 못 하겠어.


내가 육아로 스트레스받을 때, 아내는 한 번씩 장모님께 맡기고 놀다 오라고 하지만 아무것도 해드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 그러지를 못하겠더라. 그래서 데이트로 더 못하는 것 같아. 기념일 정도에 장모님께 부탁드리고 나가서 3~4시간 외출하는 정도? 근데 사실 이것만으로도 감사드리고 있어. 회사 관련된 일로도 내가 J를 봐줄 수 없을 때, 봐주시는데 너무 자주 부탁드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또 너무 당연하게 습관이 되어서 어느 순간 내가 밉상 사위가 될까 봐 사전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어. 직장에서도 그렇고 가족관계에서도 그렇고, 좀 어릴 때는 누군가의 눈치를 덜 봤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먼저 하게 되더라.


J가 태어나고, 좀 더 책임감이 생겨서 그런 건지, 맘충 같은 다소 비하하는 발언을 듣지 않으려고 밖에 나가서 좀 더 조심하다가 생긴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원래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또 어떤 면에서는 나의 자유분방함이 사라진 것 같아 다소 쓸쓸한 부분이 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것 같기도 하고…


최근 문득 생각이 들었어. 스트레스가 쌓여서 풀어야 하는데 뭘로 풀지? 사실 나는 20대 때는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고, 술 마시고, 노래방 가서 미친 듯이 흔들고 하는 유흥으로 풀었거든. 뭐 지금도 그렇게 풀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주 되지 않고, 또 몸도 예전 같지가 않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았다가 이제는 마음이 편한 소수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아지면서 사람 관계 또한 약간의 부담이 되더라. 그래서 그럼 내가 좋아하는 취미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없었어. 참 서글픈 생각이 들더라. 난 이제까지 취미 하나 없이 그냥 이렇게 살았나 보다는…


그래서 최근에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있어. 어차피 혼자 할 수 없어서 J와 함께 다니며 찾아보고 있는데, 의외로 내가 키덜트 기질이 있더라고 ㅋ. 최근에 J가 장난감을 구경하고 있으면 나도 신이 나서 같이 보더라. 조립도 하고, 상황 놀이도 해보고, 새롭고 특이한 것이 있으면 구경도 가고… 그러다 보니 요즘 J와 뭘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조금은 줄어들었어. 이제 J가 조금씩 더 성장하면 조립의 단계를 좀 더 올려볼 생각이야. J엄마가 듣는다면 기절할 소리겠지만 소소하게 나의 취미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야. 그리고 몸을 움직이면서 할 취미도 찾고 있는데, 아직은 없는 것 같아. 예전에는 달리는 것을 좋아하였는데, J가 태어나고 삼시 세 끼+@를 챙겨 먹고, 남은 밥까지 먹으면서 체중관리 실패로 역대 최대의 몸무게를 가진 뒤로 뛰는 것이 힘들어졌어. 물론 나의 의지의 문제겠지만 달리기를 하러 J와 같이 가게 되는데, 결국 J와 술래잡기 또는 J 안고 달리기를 하면서 아직 제대로 하고 있지는 못해. 이건 J가 좀 더 크고, J엄마가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가족끼리 같이 해 볼 생각이야.


B아빠, 넌 어때?
직장이 되었던, 육아가 되었던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면 어떻게 풀고 있어? 혹시 J와 내가 함께할만한 취미가 있다면 알려줘. 그리고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 온 취미가 있어? 고등학교 때의 넌 농구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아재가 된 지금도 잘하고 있냐? 이제 우리 나이 때의 친구들은 농구는 못하겠다고 하더라. 예전 같이 않은 우리 몸, 잘 관리하고 또 편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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