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J 아빠 to B 아빠] 네 번째 편지

부모의 마음이란 어쩔 수 없다.

by thankyouseo

오랜만에 편지 쓰네 ㅠ 미안하다. 최근에 계속 외근 다니고, 와이프가 계속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하면서, 나도 덩달아 못 쉬었더니 몸이 축났나 보다. 체력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ㅋ 10년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정말 와 닿는다!!


B가 좋아하는 취미를 너도 나름 즐기고 있다니 다행이야! J도 지금 가위질을 좋아하는데 아직까지 뭔가를 잘라서 형태를 만든다기보다는 아직은 창작의 세계에 빠져 있나 봐. 뭐라고 말해주는데, 사실 이 세상에 없는 생물을 만든 느낌이다 ㅋ


한국에는 취미를 찾아주는 사업도 생겼어. 예전에 그만둔 직장동료한테 들었는데 한 달에 얼마를 내면 동일한 취미가 예상되는 사람과 모임을 주선해 주는데, 이제는 진짜 별개 다 나온다 싶더라. 그만큼 우리나라가 어릴 때 취미를 독서로 주입시키고, 공부만 하라고 한 것에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근데 의외로 난 독서가 좋더라. 캠핑장이나, 숲 같은 곳에서 비치 의자에 누워 독서하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좀 더 활동적인 것도 찾아봐야겠지만, 힐링의 취미를 찾았어! 너도 어서 힐링이 되는 취미를 찾아보고, 어떤 건지 말해주라.


그리고 최근에 육아 때문에 연락이 끊겼던, 아니 거의 내가 잠수 탔기 때문에 연락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시간 날 때마다 전화하고 있어. 처음에는 좀 그런가 하다가도 막상 전화해서 이런저런 얘기 하다 보면 약간의 서먹함은 줄어든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뭐 폭넓게 연락하던 사람들 중 내가 진짜 좋아하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돌아보고 같이 갈 사람들을 다시 정리해보는 것 같다는 시간이 들더라. 너도 시간 되면 전화번호부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고 한번 정리해봐. 분명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거야! 혹시 육아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이면, 노하우 듣는 거 잊지 말고!!


연락하다가 B아빠가 궁금해했던 아침 등원에 대한 노하우 아닌 노하우를 들었던 게 있어. 점차적으로 아이가 자립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거야. 옷을 입고, 먹는 것이 우리나라 부모들은 너무 해준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이가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더라고! 아직 J와 B는 어려서 가능할지 모르지만, 아침에 세수하고, 옷을 고르고 자리에 앉아 먹는 것을 아이들이 하게 한다는 거야! 그래야 자립심도 생기고, 부모가 모든 것을 해주기 시작하면 수동적이게 되고 점차 하기 싫은 일이라 인식이 된다는 거지! 내가 그게 되냐고 물었더니 된다고 하더라. 근데 방법은 본인도 모른대. 와이프가 한 방법이라더라고. 근데 세부적인 방법은 모르는데 규칙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에 따르게 했다는 거야. 뭔가 형수님의 의견이 더 필요한 것 같았지만, 인터넷이나 자료를 찾아보고, 연구해볼 필요는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나는 J가 거의 자고 있어서 그냥 입혀서 같이 출근하고 있어. 어린이집에서 아침은 간식 같은 뮤즐리랑 호박죽 이런 거 주고 있어서, 요구르트만 먹이는 정도로 하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되지 못해 미안해. 아! J가 신발은 직접 골라. 출근 전에 내가 신발을 뭐 신을지 고민하는 것을 봐오면서 아마 그걸 따라 하는 것 같아. B아빠도 나갈 때 옷을 고르는 과정을 재밌게 하면 어떨까? 그럼 B도 아마 어느 순간부터 즐길지도 몰라. 솔직히 먹는 건, 그냥 일정 시간이 지나면 치우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아이가 원할 때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면 먹는 것으로 속 썩이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사실 J도 엄마랑 같이 있으면, 제 때 밥을 잘 먹지 않는데, 나랑 있으면 차려 줄 때 보통 먹어. 먹고 바로 놀러 나가는데, 안 먹으면 놀 때 힘이 없나 봐ㅋ


J가 어린이집에서도 처음에 잘 안 먹으려는 기간이 있었는데, 어린이집은 30분 정도 아이의 식사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치워야 한다고 하더라고. J엄마가 들으면 깜짝 놀랄 일이겠지만, J는 어린이집에서 동년배 아이들에게 밥을 제시간에 먹기를 독려한다고 하더라. S라는 아이가 있는데, 밥시간에 계속 장난을 쳐서, 전날 저녁을 잘 못 먹었는데, 다음 날 점심도 또 그랬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선생님이 S가 밥을 안 먹고 계속 장난치면 어제처럼 못 먹을 수도 있다고 독려했더니, J가 갑자기 “아니야, S 잘 먹을 수 있어!”라고 하면서 S한테 ‘S, 잘 먹을 수 있지! 장난 안치고 잘 먹을 거지! S야 어서 먹어’ 이랬다는 거야. 그 말 듣고 진짜 웃음이 났다. 4살짜리가 뭘 안다고. 다독이고 친구 속상하지 않게 배려해주는 건지. 뿌듯하긴 하더라.


근데 배려심이 깊다는 말이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고. 이게 이기적인 생각이겠지만, 착한 것이 손해 보는 세상인 것 같아서 J가 욕심도 내고, 누가 공격하면 같이 싸워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참 이기적인 마음인 것 같아. J를 위해서라도 J엄마와 내가 좀 더 기반을 다지고 J는 좀 순수하게 살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


B는 어떤 것 같아? 승부욕은 좀 있어? 친구들과 원활히 잘 지내고? 예전에 B가 어색한 환경에서 B아빠도 힘들어하면서 ‘뭔가 불안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B아빠가 최근에 많이 여유로워진 것 같아서. B도 그걸 느끼고 있을 것 같은데, 어때?


자주 편지 못써서 미안하다 친구야. 이제 좀 적응했으니, 자주 쓸게!

이전 10화1-4. [B 아빠 to J 아빠] 네 번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