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J 아빠 to B 아빠] 다섯 번째 편지

힘을 빼야 살 수 있다.

by thankyouseo

B 아빠야, 너의 말대로 30대가 중반도 거의 지나가면서 20대까지 무시했던 몸의 신호가 조금씩 더 격렬해지는 것 같아. 어깨랑 무릎에서 아프다는 신호가 있었는데 무시하고 계속 격렬하게 일했었는데, 그게 지금 신호가 오는 것 같아. B아빠 네가 갑자기 한국으로 와서 수술을 받았다고 했을 때, 걱정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직급이 올라가면서 더 늘어나지만 이전 편지에서 말한 대로 취미생활을 찾아서 관리를 해 볼 생각이야. 피할 수는 없으니, 방법을 찾아야지^^ 너도 지금부터 꼭 너만의 취미를 찾기를 바랄게!


너의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는 아이디어는 정말 좋은 것 같아! 사실 J의 어린이집에서 난 약간 인기가 있어(쑥스럽다). 직장 선배가 애들 이름을 부르면서 친하게 지내길래, 난 다 그러는 줄 알고 열심히 외웠는데 며칠 뒤에 보니깐 다 그런 게 아니더라고. 근데 다행히 애들이 내가 가면 좋아하고 놀아달라고 해서, 가끔씩 J가 화내는 단점도 있어. 친구들 이름을 외우니깐 J랑 대화하기도 더 쉽고 할 이야기도 더 많은 것 같아. 이건 나중에 J가 더 커서도 친구들 이름을 알았으면 좋겠지만 그건 J가 싫어할 수도 있으니, 미리 공부해봐야겠어.


아, J는 요즘 젤리에 푹 빠졌어. 나랑 길 가다가 계속 편의점에 들어가서 젤리를 사달라고 해. 나도 이건 사실 너무 고민이라 뭐라 말해줄 수가 없네. 거의 모든 엄빠들의 고민인 것 같아. 한번 같이 고민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아. 양치는 J가 아직은 아기라서 거짓말이 통하고 있어. 입안에 뱀이 있다면서 그걸로 양치 유도하고 있는데 썩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 책 보여주고, 이것 저것 하고 있는데 아직은 유쾌하지 않은 것 같아. 주변에 보니깐 이빨 닦기 장난감도 있고, 또 문화센터에서 강연 같은 것도 하던데 좀 더 커서도 계속 싫어하면 보내볼 생각이야. 아니면 딸기나 초코맛 치약으로 사용해보려고. 힘내라, B 아빠야!


목욕은 어릴 때부터 J가 좋아해서 뭐라 해줄 말이 없네. 근데 J는 목욕이 놀이라고 생각해. 아직 아기 욕조를 사용하고 있는데 거기에 장난감을 잔뜩 넣고 놀고 있어. 때로는 바디워시로 거품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같이하기도 하면서 좀 재미있게 해 주려는 편이야. 끝나고 치워야 할 것이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싫어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참 나갔다가 들어와서 손 씻기 하는 건 귀찮아하는데 상어나 동물 피규어 또는 과일 모형을 세면대에 두고 깨끗이 씻어달라고 하고 있어. 그럼 그걸 씻으면서 자기 손도 깨끗하게 씻으니깐 혹시 B가 손 씻기 싫어하면 꼭 써먹어봐! 혹시 더 좋은 노하우 있으면 꼭 공유해주고!


참, 얼마 전 되게 나름 뜻깊은 하루가 있었다. J랑 에버랜드에 놀러 갔었는데 놀다 오면 녹초가 되었던 예전과 달리, J도 만족하고 나도 에너지 소비가 덜 되었던 일이 있었어. 예전에는 놀이기구 기다리고, 이것 저것 하려 했었는데, 이제는 아이가 뛰어놀게 하고, 약간 지켜보는 입장으로 놀게 했어. 분수대에서 뛰어놀고, 퍼레이드 구경하고 J가 타고 싶어 하는 것만 타고 하니깐 이전과 달리 몸이 좀 가뿐하더라고. 육아에 약간 힘을 뺐다고 해야 하나? 이게 거의 1년 만에 가능해지더라. 잘 몰라서 오래 걸린 것도 있었지만. 얼마 전에 한강공원 갔을 때도 그냥 공차고 분수대에서 뛰어놀게 하니깐 기존처럼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 힘들어하면 안아주고, 뭘 먹이려 하고 그런 것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조금 자유로워진 느낌? B 아빠도 이제 슬슬 그런 경지가 될 것 같은데?


요즘은 좀 어때? 육아가 아직 좀 힘들어? 아님 나름의 방법을 찾은 것 같아?


J와 나는 서로 약간의 룰을 만든 것 같아. 정해진 시간에 밥 먹기, 단 아침은 간단하게 먹기! 놀다가 더 놀고 싶으면 1~2번 정도만 더 놀고, 나머지는 협상하기 나름? 뭐 이런 것들. 아! 장난감은 꼭 마지막에 사거나, 그냥 참고 먹을 것 사기! 이런 소소한 것도 있다.

B아빠 너도 B랑 하고 있는 암묵적인 룰이 있으면 알려줘. 나름 재미있을 것 같고, 또 괜찮으면 J랑 적용해 봐야겠다!! B랑 행복한 시간 보내고, 또 연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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