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치 통증으로 동물들의 발치 통증을 조금 이해하다

수의사가 겪은 사랑니 발치 통증

by 삼삼한 수의사




이전부터 우측 어금니 뒤쪽에 통증이 계속 느껴진 탓에 나는 사랑니를 발치하기로 마음먹었었다. 동물들의 발치는 스스럼없이 얘기하면서 정작 나의 치아를 발치한다는 사실은 굉장히 두려웠다. 처음에는 9월에 뽑으려고 했으나 시간이 애매하기도 하고 당장 뽑기도 무섭기도 해서 미뤄왔는데, 결국 통증이 심해져 결국 참지 못하고 11월 11일에 발치 예약을 잡았다. 예약하고 나니 어쩐지 이 정도면 별로 안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뭐하러 멀쩡한 생니를 뽑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예약을 후회했지만 11월 11일은 다가왔고, (1이라는 숫자가 많아 마치 나의 사랑니 발치를 환영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사랑니 발치하러 갔다.





나의 치과 방사선, 사랑니 위치가 정말 엉망이다.


사랑니 발치하기 전에 X-ray부터 찍었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오른쪽을 보니 살짝 마중 나온 우측 하악의 사랑니, 그리고 뼈에 박혀 뽑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우측 상악의 사랑니가 있었다. 일단 나는 아프니까 둘 다 뽑겠다고 했는데, 사실 더 큰 문제는 왼쪽이었다. 좌측 상악의 사랑니는 뼈와 완전히 붙어있었고 아예 파묻혀 있는 정도였다. 그리고 하악의 경우 잇몸에 파묻혀 있고 삐딱하게 누워있어 언제든지 좌측 하악의 어금니를 괴롭힐 수 있었다. 즉 좌측 하악의 사랑니에 염증이 생길 경우 어금니 쪽으로 쉽게 염증이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비록 사랑니를 전부 뺄 마음은 있었지만 우측보다 더 심한 좌측을 보니 한숨만 절로 나왔다. 사랑니가 조금만 더 곧게 자랐다면 나의 수십만 원은 아낄 수 있었을 텐데...



X-ray 사진을 대충 보고 마취 주사를 놓은 뒤(마취 주사는 또 얼마나 따가운지) 스케일링부터 하러 갔다. 동물병원의 경우 스케일링할 때 동물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으므로 전신마취를 하는데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아서 참 편한 것 같다. 그리고 덜 위험해서 편한 것 같다. 또 요즘은 무통 가글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걸 1분간 가글하고 스케일링하면 확실히 시린 느낌이 덜 든다고 하니 세상 참 좋아진 것 같다. 그렇게 스케일링을 간단하게 끝내고 발치하러 체어에 앉았다.




외부에서 나를 본다면, 나의 겉 인상은 차분하고 직업 자체도 수의사라 병원을 덜 무서워할 것 같지만 사실 나는 병원을 좀 무서워한다. 병원 특유의 날카로운 소리, 그리고 불쾌한 소독약 냄새, 뭔가 딱딱하고 예민한 분위기, 무엇보다도 나의 건강과 직결된 사람들이라는 것 때문에 병원만 오면 나는 긴장을 좀 하는 편이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나의 혈압이 무조건 고혈압이 나온다.) 내가 만약 강아지였다면 동물병원에서 낯선 사람의 손길이 무서워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아이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렇게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체어에 앉아있은지 5분 뒤, 원장님이 오시더니 수술 시작하였다. 먼저 우측 상악 사랑니 었다. 메스로 좀 어떻게 해보시더니 나의 사랑니를 금방 발견하시고 나의 사랑니를 힘으로 뜯어내셨다. 마취 덕에 아프지도 않았다. 또 뼈에 붙어서 좀 난도가 있다고 했는데 금방 뜯어버렸다.(뜯어버렸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 금방 끝난 건 좋았는데 나의 멀쩡한 치아를 뜯어내는 그 느낌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메스로 나의 잇몸을 자르고 치과 드릴로 나의 뼈를 깎으며 매복 사랑니에 접근했다. 여기도 사랑니가 단단하게 매복해 있었는지는 몰라도 원장님이 엄청난 힘을 주면서 뜯어내었다. 그 바람에 내 얼굴이 중간중간에 돌아가고 그랬는데(미용실처럼 머리에 힘 빼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때마다 나의 얼굴을 고정시켜달라고 하셨다. 하지만 원장님의 힘이 세신걸... 그렇게 총 5분간의 수술 끝에 나의 사랑니 발치는 끝났다. 끝나자마자 나의 오른쪽 뺨은 심하게 부어있었다.



수술이 끝난 후 심하게 부은 나의 오른쪽 뺨을 부여잡으며 약 처방받고 집으로 귀가하였다. 약은 항생제, 진통제, 위장약이었다. 아마 나도 이런 수술을 동물들에게 했으면 이렇게 처방했을 것 같다.





거즈를 물고 밖으로 나왔는데, 거즈를 물고 있는지 4시간이 지난 뒤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진통제를 하나 먹고 나서야 겨우 쉴 수 있는 정도였다. 밥은 죽 중에서도 완전히 갈아서 나온 액체가 아닌 이상 씹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동물들도 발치를 하고 집에 갔을 때 하루 이틀 정도는 잘 안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사실 대부분 잘 먹는다) 그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비록 입 벌리는 건 아프지만 혹여나 염증이 생길까 아프더라도 양치는 꾸준히 했다.




남들은 2-3일만 지나면 정상적으로 먹고 그런다고 했는데, 나는 실밥 빼기 직전까지도 아팠다. 심지어 한 4일가량은 죽 빼고는 거의 먹지 못했다. 수의학에 비유하자면 발치하고 4일 정도는 밥을 잘 먹지 못하고 습식사료와 국물 정도만 겨우 먹는 정도다. 이 고양이는 식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사료를 먹으면 너무 아파 습식사료를 먹는데 그마저도 아프니 국물도 조금 먹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을 가진 고양이면 통증을 억제시켜주는 스테로이드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등을 통하여 통증을 조절해주면 조금 먹는다. 나 역시 너무 아프다가 진통제를 먹으면 그나마 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통증은 감소하였다.






남들은 3-4일 정도면 통증은 없어진다고 했지만 나는 7일 뒤에 실밥을 뽑는 그 순간까지 아팠다. 수의사인 나는 보호자분들에게 발치를 긍정적으로 권유하는 편이다. 잔존 유치라던지 구내염이 너무 심한 아이라던지 치주염이 심한 아이라던지 하는 경우 거의 대부분 발치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린다. 발치만 한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진다고 보호자분들께 안심시켜 드린다. 그러나 내가 이런 일을 겪으니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발치 후 통증이 동물들도 느낄 것이라 생각하니 안타깝고 미안했다. 물론 뽑아야 하는 상황이 맞다면 뽑는 것이 맞다. 그러나 예전처럼 발치하면 통증이 없을 것처럼 자신감 있게 얘기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겪은 발치 통증만큼 동물들도 겪을 것이고 수일 정도는 밥을 잘 먹지 못할 것이며 그로 인해 보호자분들도 걱정할 것이다. 내가 이 발치 통증을 길게 겪은 만큼 발치를 해야 하는 결론에는 변함없겠지만 적어도 아이들의 아픔을 등한시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잔존 유치인 아이, 이 친구도 발치를 언젠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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