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염으로 동물의 장염을 이해하다.
요즘은 소식으로 인해 장염을 잘 걸리지 않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장염에 걸렸을 정도로 장염에 걸리는 횟수가 잦았다. 그 이유는 자극적인 음식과 과식하고 급하게 먹는 습관 때문이다. 나를 장염으로 고생하게 했던 음식들을 보면 대부분은 고춧가루와 관련된 음식이었다.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이 바로 김치찌개였고(가장 최근에 걸린 장염도 김치찌개를 먹고 걸렸었다.) 마라탕과 마라샹궈도 있었으며 초밥과 굴도 있었다. 사실 이런 음식들은 평상시에도 먹는 음식들인데 가끔 과식을 하면 장염에 걸렸던 것 같다. 혹은 그 당시의 식재료 상태가 좋지 않아 걸렸을 수도 있겠다. 장염에 걸리면 정도에 따라 심한 설사와 구토에 시달리는데, 나 역시 장염이 심할 경우에는 물만 먹어도 설사를 했고 심하면 구토도 했다. 그리고 (나는 엄살이 심하긴 하지만) 복통도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신체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는지 장염에 걸리는 횟수가 잦아지는 것 같다.
장염에 걸리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나처럼 과식, 자극적인 음식, 혹은 위생 상태로 인한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장염이 대부분이다. 그 외에도 신체에 맞지 않아 걸리는 알러지성 장염, 원인 미상의 염증성 장질환(IBD) 등이 있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기저질환이 없다는 가정하에, 거의 90% 이상은 음식에 의한 장염이다. 동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동물병원에도 동물들이 설사나 구토를 한다고 하여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어린 아이나, 고령의 동물이 구토와 설사를 동시에 한다면 긴장하지만 평소에 멀쩡했다가 갑자기 설사를 한다고 하면 사실 대부분 장염인 경우가 많다. 보호자들께서는 아이의 배에 꾸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가 밥을 좀 덜 먹고, 아이가 지속적으로 설사를 하며 심하면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고 말해주신다.(물론 컨디션이 꽤 좋은 친구들은 장염이 걸린 상태에서도 밥을 먹는다.) 그런데 조심스레 아이에게 어떤 걸 먹이셨는지 물어보면 처음에는 주저하시다가 평소에 안 먹던 걸 주셨다고 실토하신다. 예를 들면, 쥐포, 닭가슴살, 기름기 많은 삼겹살 등이 있는데 대부분 반려동물 장염의 원인은 사람이 먹는 음식이 주범이다. 사람이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것처럼 동물 역시 평소 먹지 않은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람의 음식은 동물들의 몸집에 비해 식품첨가물, 나트륨 등이 많으므로 매우 자극적이다. 오죽하면 사람 음식을 한 번 맛본 아이들은 나중에 사료를 먹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자극적이기에 그만큼 장염을 일으킬 확률도 높다. 그런데 운이 좋지 않게도 평소에 먹던 걸 먹다가도 장염이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식욕이 너무 왕성하여 평소보다 과식한 경우 거나 평소 먹든 음식의 보관상태, 외부 스트레스나 환경에 의해 장점막의 장벽이 약해진 경우다. 어쨌거나 장염이 의심된다고 말씀드리면 보호자분께서는 다소 안도하신다. 대부분의 식이성 장염은 약을 먹고 쉬면 낫고, 혹은 약을 먹지 않아도 자연스레 치유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가 장염을 워낙 자주 겪었기 때문에 장염에 걸린 아이들이 겪는 복통과 설사, 그리고 구토에 측은함을 느낀다. 특히 밥을 너무 잘 먹는 아이들이 장염에 걸려 오면 마치 내가 장염에 걸린 것 마냥 안타깝다. 내가 만약 강아지나 고양이였다면 사료를 급하게 먹고, 많이 먹고, 자극적인 사람 간식을 좋아하는 편식쟁이였을 것 같다. 주기적으로 장염에 걸려 약을 타서 먹었을 것이고 나으면 다시 자극적인 간식 달라고 보채면서 또 장염에 걸려 병원에 내원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수의사와 보호자에게 많이 혼났을 것이 뻔하다.
아이의 식습관 관련 솔루션으로는 아이가 급하게 먹는다면 조금씩 분산시켜 주시거나 양을 적게 자주 주시도록 안내하고, 너무 한꺼번에 많이 먹으려고 하면 한 번에 주시는 양을 좀 줄이도록 안내드리며,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경향이 심하다고 하면 간식을 주시는 빈도를 조금씩 줄이고 사료의 비율을 늘리라고 말씀드린다. 하지만 말로는 쉽지 아이의 식습관을 고치는 건 쉽지 않다. 왜냐면 나 역시 잘 못 고치고 있으니까. 여전히 자극적인 걸 좋아하고 간헐적으로 폭식하며 급하게 먹기 때문. 장염의 원인이 잘못된 식습관이 대부분임을 수의사인 나 역시 알고 있지만 고치기 못하는 것처럼, 동물들의 식습관 역시 고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동물들의 장염이 걱정된다면 보호자분께서 아이들의 식습관을 잘 조절해주셔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주기적으로 설사와 복통으로 아이들이 고생하니까. 마치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