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위한 선택, 소식좌

불필요한 과식을 줄여 동물의 희생을 줄여보기로 하다.

by 삼삼한 수의사


오랜만에 해외 출국을 위해 여권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다. 찍으려고 했던 날이 하필 휴가철이라 대부분의 사진관이 문을 닫았다. 다행히 구청 근처에 있는 사진관이 나의 다급하고 지친 전화를 친절하게 받아주었고, 위치를 안내해주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사진관에서 휴지로 땀을 겨우 닦고 촬영에 임했다. 더움을 겨우 참으며 억지 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을 고르라는 사장님의 말을 듣고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많은 사진 중에서 고를 것이 전혀 없었다. 사진에 비친 내 모습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모든 사진들이 내가 봐도 너무 못생겼다. 이것은 사장님의 사진 솜씨가 아니라 나의 겉모습에 문제가 있었다. 일하느라 내 몸을 돌보지 못한 탓에 불규칙한 식사와 과식을 했고, 때문에 몸과 얼굴 전체가 살이 불어 마치 복어가 부푼 마냥 불어 있었다. 또한 덜 닦인 땀은 내 얼굴을 지저분하게 만들었고 내가 만든 억지 웃음은 사진 분위기 자체를 아주 무겁게 만들었다. 여권을 만들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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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먹었던 나의 야식들, 짜고 자극적인 음식들, 기름진 음식들, 육식 위주의 음식, 먹고 나서 바로 눕는 습관, 3개월 중에 단 2주만 이어졌던 나의 헬스, 운동간다고 해놓고 돌아올 때는 버스타고 돌아오는 것들 등등. 그동안 내 몸은 부어 올랐고 살쪘으며 장염은 주기적으로 일어났고 속은 계속 더부룩했으며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나는 선택권이 없었다. 다이어트를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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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과 밀가루를 포함한 과도한 탄수화물이 대부분이었던 나의 식단을 최대한 채소가 들어간 식단으로 교체했다. 과식이 되지 않도록 1600칼로리 미만으로 먹도록 맞췄다. 유산소는 땀을 흘릴 정도의 강도로 1시간을 주 4회 이상 했으며 근력운동도 병행했다. 단 것은 정말 현기증이 나지 않는다면 굳이 먹지 않았다. 중간에 저혈당으로 쓰러질 뻔한 적이 있어 탄수화물을 늘리긴 했지만 다행히도 나는 2개월 동안 7kg 이상을 감량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다이어트가 나의 건강 말고도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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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을 귀여워 한다. 그런데 (다이어트 전) 내 식단은 동물을 죽여 만든 고기 위주였다. 그리고 그 고기를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 나는 무언가를 시켜먹더라도 3인분은 쉽게 먹을 정도로 대식가인데 그만큼 더 많은 고기와 더 많은 채소를 먹었다. 그럼에도 생명을 아낀다는 내가 정작 동물과 생명을 죽여 만든 식단에 대해서 조금도 감사함을 느끼지 않았다. 나의 모든 식단이 생명에 빚을 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수의과대학에 다닐 때는 수혼제(동물들의 넋을 기리는 제사)라도 했지 지금은 그 어떤 의식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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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먹는 양을 평소보다 많이 줄인다. 그러면 내가 적게 먹는 만큼 동물과 식물이 덜 죽어도 된다는 말이다. 내가 적게 먹으면 그만큼 동물과 식물을 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유명한 사상가인 미즈노 남보쿠가 말한 것처럼 소식을 하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이 얘기구나 싶었다. 비건이 되는 것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육식에도 인간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이 있고 체질에 따라 육식을 하지 않을 경우 건강이 아주 안 좋아질 수 있다. 또한 비건을 하기 위해 나같은 대식가가 채식의 비중을 급격하게 늘리면 오히려 그만큼 더 많은 식물들이 죽고 특정 작물을 위해 땅을 개간하면 종 다양성을 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적당히 소식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나는 판단하였다. 그 기준은 일본의 사상가 미즈노 남보쿠가 제시한 복팔부(腹八部), 즉 배에 80%만 채워 먹는 것으로 잡았다. 그리고 나머지 20%는 물로 채우기로 했다. 이 방법으로 지속해보니 단점은 그만큼 물을 많이 마셔야 해서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한다는 점, 밤에 너무 배가 고프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완전한 다어이트 식사보다 체중 감량 효과는 그리 많지 않다.(다행히 나는 조금씩 빠지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이 단점들을 모두 상쇄할 장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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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식사량을 줄였을 때 20%만큼 식비를 아낄 수 있고 불필요한 과식을 하지 않아 건강할 확률이 높아진다. 건강할 확률이 높아지니 그만큼 병원비도 적게 들 것이다. 무엇보다도 20% 만큼 아니 생태계 연쇄를 고려하면 그 이상의 생명이 더 살 수 있을 것이다. 해당 동물과 식물을 인간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동물과 식물이 죽을 필요도 없을 것이니 생명 보호도 될 것이고, 희생당할 동물과 식물을 기르기 위한 땅을 더 개간할 필요도 없을 것이니 환경 보호도 될 것이다. 소식으로 이 땅의 생명들에 보답할 수 있다면 그것도 수의사가 아닐까?




남들이 나에게 물을 것이다. 평소 먹는 것보다 너무 적게 먹는 것 아니냐. 왜 밥의 반을 남기냐. 남들의 과도한 관심과 걱정을 불편해 하는 나는 적당히 다이어트 중이라고 둘러댈 것이다. 하지만 이 다이어트에 숨어 있는 나의 철학을 위해 할 수만 이 소식을 평생해보고 싶다. 단순히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존재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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