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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한 수의사 Nov 11. 2021

동물에게도 MBTI가 있을까?

동물들의 MBTI 유형 분석

MBTI

 요즘에도 MBTI의 인기는 뜨겁다. MBTI라는 것은 1944년에 개발된 것으로 각자 적합한 직무를 찾도록 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참고로 이 MBTI를 만든 사람들은 전문적인 심리학자는 아니라고 하며, 효용성에 의문이 항상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지만 흥미위주의 성격 테스트로 그 인기는 2020년대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필자가 MBTI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였던 것 같은데 사실 이때만 해도 지금처럼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20년에 계속해서 검색어 트렌드에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더니 이제는 MBTI 없이는 대화가 힘들 정도로 대세가 되었다.


 MBTI는 I(내향)/E(외향)을 기본으로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여 S(감각)/N(직관), T(사고)/F(감정), J(판단)/P(인식)으로 나누게 되며 MBTI의 성격 유형은 총 16가지가 있다. 참고로 필자의 유형은 INFJ로 통찰력이 있는 예언자형인데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희귀한 유형이며 특히 남자는 이 유형이 적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나 자신을 INFJ라고 소개하면 정말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정말 미래가 보이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가끔 있을 정도다. (하지만 난 한 치 앞의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쯤 해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과연 동물들 특히 강아지와 고양이에게도 MBTI를 포함한 성격 유형 테스트가 적용될 수 있을까? 비록 우리나라에 굉장히 탁월하시고 필자보다 월등히 뛰어나신 동물 행동학 전문 수의사 선생님들이 많지만 나의 짧은 경험을 토대로 이것이 가능할지 조금 분석해보고자 한다.


(주의 : 그리고 이 모든 문답은 우리 강아지/고양이가 건강하다는 전제하에 진행하는 것이다.)



1. 내향형(I) vs 외향형(E)
외향적인 강아지와 내향적인 고양이? / 출처 : 픽사베이

 MBTI에서 한 인간을 내향 또는 외향으로 구분하는 방식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지, 외부에 집중하는지.

 2. 다른 누군가에게 감정을 표현할 때 에너지를 얻는지 스스로 사색할 때 에너지를 얻는지.

 3. 폭넓은 대인관계를 추구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걸 선호하는지,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지

 4. 차분한 환경을 지루하게 느끼는지 편하게 느끼는지

 

 사람의 경우 위의 문항에 모두 적용될 만한 본인의 성격적 특징이 있기 때문에 외향과 내향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 그러나 동물들은 본인의 의사를 말로 표현할 수 없고 해당되는 문항을 선택할 수도 없다. 따라서 동물들의 내향과 외향을 구별하는 것은 바로 외부 환경을 대하는 동물들의 자세를 관찰하여 구별해야 한다. 주인과 주인 외의 사람, 그리고 다른 동물들을 대하는 방식을 관찰하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강아지라도 사람의 손길을 즐기는 동물들이 있는 반면 주인 외의 개체와의 접촉을 꺼려하는 동물도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동물들도 분명히 있지만 주인이나 다른 사람이 없으면 분리불안마저 표출하는 동물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동물들의 경우 내면에 집중하는지 사색하는지 알 길이 없으므로 위의 항목 중에서 1번과 2번은 사실 측정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이 동물이 인간 기준으로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판단하는 근거는 위의 3번과 4번을 토대로 하면 바로 아래의 항목과 같을 것이다.


1. 우리 강아지/고양이는 처음 본 사람들이나 동물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는 편이다. 1-2-3-4-5

2. 우리 강아지/고양이가 혼자 있을 때도 잘 지내는 편이다. 1-2-3-4-5 (분리불안이 있을 경우는 혼자 있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위의 항목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사실 종마다 큰 차이를 보일 때가 있다. 고양이의 경우 사실상 대부분 내향적인 반면 강아지들은 외향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양이 안에서도 많이 갈린다. 사람들에게 상냥한 고양이들도 있는 반면 사람만 보면 냥냥 펀치를 날리는 고양이도 있다. 강아지들의 경우는 더 편차가 심하다. 특히 상당히 배타적인 성격이 강한 스피츠 계열의 강아지의 경우 주인 외에는 배타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푸들 계열의 강아지의 경우 거의 모든 푸들이 사람들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 가끔 외향적인 것에 돌아다니는 것, 즉 산책을 좋아하는 것을 외향적이라고 판단할 경우가 많은데 산책을 하는 행위는 성격적인 측면보다는 본인의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한 반응으로도 나타날 수 있어서 그다지 상관성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2. 직관적(N) vs 감각적(S)
육식동물은 S, 초식동물은 N? / 출처 : 픽사베이

 이번에는 직관(N)과 감각(S)의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직관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조적이며 자신의 감에 의해 판단을 내리는 사람을 말한다. 이와는 다르게 감각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은 미래보다는 현실을 따르며 보이는 것을 따르려고 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을 말한다. MBTI에서 직관과 감각을 구분하는 문항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이성으로 내리는지, 감성으로 내리는지.

2. 미래나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지.

3. 정해진 틀이나 원칙에 한해서 일을 처리하는지 아니면 융통성을 최대한 발휘해서 하는지.

4. 문제에 접근할 때 폭넓은 시각에서 접근하는지 한 점을 보는지.


 위의 문항을 동물들에게 적용해야 한다. 문제는 동물들의 의사 판단을 우리 인간은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항을 조금 더 표층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N과 S의 차이를 조금 더 표층적으로 올리면 문제를 대처하는 접근의 차이다. 즉 어떠한 목표물이 있을 때 그 한 점에 집중하는 것을 주로 감각형(S)라고 하며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접근하는 것이 직관형(N) 일 것이다. 즉 이 동물에게 어떤 목표물이 있을 때 그 부분만 집중한다면 S를, 그 부분에 조금 덜 집중하지만 그 주변에 다른 위험이 될만한 것은 없는지 살펴본다면 N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더 쉽게 말하면 시야가 넓으면 N을, 시야가 좁으면 S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N과 S의 차이는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차이로도 볼 수 있다. 초식동물은 아주 넓은 시야에서 포식자들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하므로 사실상 N에 가까우며 육식동물은 그 한 목표물에 집중해야 사냥의 성패가 갈리므로 S에 가깝다. 우리가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경우 육식동물에 속하기 때문에 사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S에 가까울 것 같다. 만약에 아이에게 먹이를 앞에 놔두었을 때 다른 장애물의 접근을 상대적으로 잘 인지한다면 N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S를 줄만하지만 크게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어차피 육식동물은 거의 S일 테니까. 만약 여러분이 토끼를 키운다면 N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N과 S로 나누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어차피 대부분 S가 나올 테니까) 굳이 나눌 수 있는 문항을 만든다면 아래와 같지 않을까?


 1. 강아지/고양이에게 먹이를 앞에 두고 보호자나 다른 물체가 접근했을 때 잘 알아차리는지. 1-2-3-4-5


3. 사고형(T) vs 감정형(F)
동물 중 공감 끝판왕 강아지는 F? / 출처 : 픽사베이


 이번에는 사고형(Thingking)과 감정형(Feeling)이다. 보통 사고형과 감정형을 나눌 때는 어떠한 상황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공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여러분의 친구가 교통사고가 나서 여러분에게 호소한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여러분이 저런 처지에 놓인 친구에게 “괜찮아? 다친 데는 없고? 정말 놀랐겠다!”라는 반응을 보여준다면 여러분은 감정형(Feeling)이다. 반대로 여러분이 친구에게 “괜찮아? 보험회사에는 전화해봤고? 다친 데는 없어도 병원 가서 정밀 검진받아보자.”라는 반응을 보여준다면 여러분은 사고형(Thinking)이다. 즉, 감정형은 인간관계의 조화를 중시하는 반면 사고형은 객관적인 논리를 중시한다. 아마 사고형과 감정형을 구분하는 문항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상대방이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정신적인 지지를 제공하는지, 주로 방법을 제시하는지.

2. 모든 사람의 의견은 존중받아야 하는지, 팩트가 더 중요한지

3. 규범, 질서가 중요한지, 의미가 더 중요한지.


 하지만 동물에게 이런 항목은 어떻게 적용될까. 동물은 사람의 규범, 질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강아지/고양이가 사고형인지는 사실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는 방법은 공감능력에 따라 감정형에 가까우면 감정형으로 감정형에서 멀다면 사고형으로 결정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동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형인지 감정형인지 구별하기 위해선 인간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여주는 정도에 따라서 정하는 것이다. 즉, 쉽게 말하면 보호자의 특정 상황에 대해 공감능력이 높다면 감정형에 가깝다고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여러분의 강아지/고양이가 여러분의 행동을 잘 따라 하고 기분을 잘 알아채서 눈치껏 행동한다면 감정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1. 강아지/고양이가 여러분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고 공감하는 것 같다. 1-2-3-4-5

2. 여러분이 슬퍼할 때나 기쁠 때 강아지/고양이가 공감하고 같이 행동하는 것 같다. 1-2-3-4-5


 사실 강아지의 경우 고양이에 비해 공감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아마 대다수의 강아지는 감정형(F)의 성향을 가졌을 것 같다. 물론 주인의 반응에 대해 시큰둥한 강아지의 경우 사고형(T)에 그나마 좀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양이는 보통 본인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주인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일이 별로 없는 경향이 있으므로 사고형(T)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주인이 슬퍼하면 와서 위로해주는 공감능력 좋은 고양이들의 경우 감정형(F)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마치 감정형(F)은 공감능력이 좋고 사고형(T)은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표현하였다. 사실 동물의 사고(T)를 측정할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논리기에 필자가 고안한 T, F 구분법은 빈틈이 매우 많다. 사고형(T)의 강아지/고양이가 공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상황을 알면서도 굳이 아는 척 안 하는 것이리라. 인간사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개입하기 힘들기에…


4. 인식형(Perceiving) vs 판단형(Judging)
자율 배식가능한 고양이는 J? / 출처 : 픽사베이



 마지막으로 인식형(Perceiving)과 판단형(Judging)이다. 보통 생활 패턴이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하는 것으로 인식형(P)은 일을 융통성 있게 가변적으로 돌리는 반면 판단형(J)은 매우 계획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패턴을 보인다. 그래서 P와 J를 구분하는 문항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여행을 계획할 때 철저하게 세우고 그에 따라 하는 편이다.

2. 과제를 할 때 마감일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미리 끝내는 편이다.

3. 어떤 일을 할 때 한 번에 완벽하게 정리하는 편이다.


 동물들은 어떻게 이를 구별해야 할까? 사실 동물들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서 계획형인지 자율형인지 알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그나마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율 배식’이다.  자율 배식을 여기에 끌어온 이유는 자율형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척도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율 배식으로 적절하게 체중이 잘 유지된다면 판단형(J)을, 자율 배식이 의미 없게 주는 대로 다 먹는다면 인식형(P)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여러분의 강아지/고양이가 자율배식으로 잘 유지되고 있다면 J를, 아니라면 P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여기에도 엄청난 함정이 있다. 보통 야생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언제 다시 이러한 밥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주는 대로 다 먹는 경향이 있다. 이는 특히 길고양이와 집고양이에서 뚜렷하게 차이가 날 수 있다. 길고양이는 밥을 주는 대로 한 번에 다 먹는 경향이 있는 반면 집고양이는 밥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믿음이 있기에 본인이 배부른 정도만 먹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함정이 있음에도 별다른 방법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선 아래의 항목으로 P와 J를 구별하고자 한다.


1. 여러분의 강아지/고양이가 자율배식을 잘 실천하고 있다. 1-2-3-4-5



마치며


  지금까지 분석한 것을 토대로 대입해보면 일반적으로 공감 능력이 높은 활동적인 강아지의 경우 자유로운 영혼의 ESFP가 나올 확률이 높으며 배타적인 강아지의 경우는 ISFP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도도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자율배식의 집고양이의 경우 ISTJ가 나올 것 같다. 간혹 공감능력이 뛰어난 고양이의 경우 ISFJ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길고양이의 경우는 ISTP가 꽤 많이 나올 것 같다. 필자의 INFJ의 경우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초식동물(혹은 잡식동물)이 있을 것 같은데 단독으로 생활하는 오랑우탄이나 혼자 다녀도 그나마 안전한 기린, 말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반려동물의 MBTI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사실 사람만큼의 고등적인 사고를 동물들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나누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필자가 쓴 글도 사실은 억지로 끼워 맞춘 억지 논리에 불가하다. 하지만 이 MBTI 역시 재미(?)로 쓰이고 있는 만큼 필자가 쓴 글도 재미로 봐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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