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심리 에세이_≪ 7살 아들의 깜짝 고백과 '아들러의 해석' ≫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던 등원길에서 생긴 일이다.
"엄마, 나는 커서 남자랑 결혼할 거야."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게 무슨 얘기지? 남자랑 결혼하겠다니..'
짐짓 당혹스러웠지만 웃으면서 되물었다.
"왜 그 친구랑 결혼하고 싶은 거야? 이쁜 여자친구랑 하면 안 돼?"
"싫어. 난 OO이가 정말 좋아"
"그렇구나"

요즘 아들에게는 단짝 친구가 있다. 이 친구 덕분에 아들은 마인크래프트도 알게 되고, 로블록스며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이탈리안 브레인롯' 같은 것도 접하게 됐다.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 친구는 아들에게 특별한 존재가 됐던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둘의 '노는 결'이 잘 맞는다는 거다. 칼싸움을 좋아하고 장난의 템포도 비슷하다 보니 유치원에서 계속 붙어 다니는 것 같았다. 아들은 집에 와서도 온통 그 친구 이야기뿐이다.
당황했던 마음을 추스르고 두뇌를 가동해 생각해 보니 "결혼하겠다"는 말은 결국 "너랑 평생 같이 놀고 싶어"라는 아이식 표현이 아니었을까 판단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마음은 단순하지 않아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복잡해진다.
'한 친구에게만 너무 몰입하면 나중에 상처받지 않을까. 다른 친구들도 경험해 봐야 하는데 인간관계가 너무 좁아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부터
'그래. 구시대적인 생각은 버려야 해. 난 열린 시각으로 볼 줄 아는 그런 엄마라고! 시대가 바뀌었어. 화이트칼라에 나오는 맷 보머와 남편을 봐. 저렇게 멋진 동성혼이라면...' 앞서도 너무나도 지나치게 앞선 상상력에 빠져들다가 다시 정신을 차려본다.
사실 아이의 이 같은 모습은 결론적으로 정상 발달과정 중 하나다.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6~8세 아이들이 같은 성별 친구와 더 많이 어울리는 현상을 흔히 본다. 놀이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남자아이들은 대체로 몸을 쓰고 경쟁하는 놀이를 즐기고, 여자아이들은 협동적이고 대화 중심의 놀이를 좋아한다. 그러니 '노는 결'이 맞는 친구에게 더 끌리는 건 당연하다.
이 시기 아이들은 원래 단짝에게 몰입한다. 7세 전후에는 '같이 노는 게 즐거워서 좋은 친구'를 찾고, 9세쯤 되면 '서로 이해하고 비밀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10세 이후에는 '신뢰와 배려를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한다.
아들은 지금 그 첫 단계를 밟고 있다. 단짝과 몰입해서 놀고, 때론 싸우고 다시 화해하면서 사회성의 기본기를 차곡차곡 배워나가고 있다. 어른 눈에는 불안해 보여도, 사실은 아주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 구분은 점점 사라지고, 다시 이성 친구와도 잘 어울리게 된다.
걱정은 엄마의 것이고, 성장은 아이의 몫이다.
아들러 심리학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아들러는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보고 '공동체 감각'을 강조했다. 쉽게 말해 "나는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연결돼 있다"는 감각이다. 아들이 친구에게 "너랑 결혼할래"라고 말한 건 그저 "너랑 계속 함께 있고 싶어"라는 표현일 뿐이다. 성적인 의미는 전혀 없으며 사회적 존재로 자라나는 과정에서 나온 귀여운 언어인 것이다.
물론 부모의 역할이 전혀 필요 없는 건 아니다. "그 친구가 같이 있고 싶을 만큼 좋구나."라는 말을 해주자. 동시에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자연스럽게 열어주자. 억지로 "다른 애랑도 놀아라"라고 할 게 아니라 소풍이나 가족 모임, 체험 활동처럼 여러 아이들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그리고 언젠가 단짝과 크게 다투는 날이 와도 그 또한 배우는 과정으로 바라보기로 다짐해 본다.
아들의 돌발 발언은 나를 잠시 놀라게 했지만, 곱씹어보니 귀여운 성장의 신호였다. 결국 그 말은 이런 뜻이었을 것 같다.
"엄마, 난 혼자보다 함께가 좋아."
임상심리사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나는 믿는다. 지금의 단짝 경험이 앞으로 더 넓은 세상 속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발판이 되어 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