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심리 에세이
"퉁퉁퉁퉁 사후르. 트랄라레오 트랄랄라 . 엄마 이거 알아? "
"그게 뭐야?"
"친구가 알려줬어. 이탈리안 브레인롯인데 난 카푸치노 아사시노가 제일 멋있어."
마인크래프트에 이어 이탈리안 브레인롯이라니.. 몰랐으면 했던.. 알더라도 좀 더 늦게 접했으면 간절히 바랐던, 게임에 이어 캐릭터의 세계까지 활짝 열리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고양이 얼굴에 새우 몸통, 커피잔이 발레복을 입은 모습, 롤러브레이드를 타는 상어.. 어른 눈에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데 아이들 눈에는 오히려 새롭고 웃기고, 친구들과 공유하기 좋은 소재인가 보다.
어느 날부터 이상한 외계어 같은 이름들을 줄줄이 외우고 다니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유치원 친구들, 심지어 선생님들까지 모두 이탈리안 브레인롯을 알게 됐다고 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남해에 놀러 갔을 때, 브레인롯의 유명세를 톡톡히 알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나비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울산에서 왔다는 또래 아이가 아들에게 "너 이탈리안 브레인롯 알아?"라고 묻는 순간 오랜 친구를 우연히 만난 듯 그 반가운 표정이란... 그들은 브레인롯으로 대통합을 이뤘고, 이윽고 타 지역에서 온 다른 아이도 같은 이유로 친구가 됐다.
'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고 브레인롯이? 왜? 대체 왜?'
챗GPT에게 물어보니 브레인롯의 인기비결에 대해 AI가 만들어낸 동물+사물의 엉뚱한 조합이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주고,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캐릭터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브레인롯(Brainrot)'을 직역하면 뇌+썩다. 라는 의미로 말 그대로 '뇌가 썩는다'는 뜻이다. 틱톡(TikTok)이나 유튜브 숏츠 같은 숏폼 문화에서 어떤 밈이나 노래, 말투, 영상이 너무 강렬해서 머릿속에서 그야말로 뇌를 잠식하는 중독성 있는 콘텐츠를 "브레인롯 됐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른 눈에는 기괴하고 별거 아닌 캐릭터들이, 아이들에게는 머리에서 맴도는 중독성 강한 밈이자 "나도 알아!"하고 외칠 수 있는 서로의 비밀 암호 같은 존재다. 그 암호는 곧 친구를 사귀는 언어가 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이해 못 하는 세계가 너무 쉽게 아이들 곁으로 스며든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보여준 15초짜리 영상 하나가, 친구와 연결되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게 정말이지 놀랍다.
우리 세대와 아이들의 세대는 다르다. TV는 바보상자라는 말도 옛말이고 이제는 AI도 실생활에 접목돼 살아가는 이 시점에서 디지털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기성세대가 된 우리가 고집을 좀 더 내려놔야 할 것 같다. 그냥 가볍게 웃고 넘길 콘텐츠에 달려들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흥미라는 건 결국 그때뿐이니깐.
"엄마, 이게 뭐야?"라는 아들의 물음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새로운 세대로 건너가는 초대장이었고, 그 초대에 기분 좋게 응해주면 그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아들과 함께 브레인롯 영상을 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테테테테테테테테 사후르~~~~"
중요한 것은 그 세계가 얼마나 기괴하든, 아이가 즐겁게 웃고 그 안에서 친구와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 아닐까.
'세상은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화하겠지만 아이 덕분에 덜 심심하게 늙겠구나' 오늘도 어린이 선생님을 통해 또 하나의 교훈을 얻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