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망일지
오늘은 나의 과거 일기를 보았다.
나의 인생중 가장 후회하는 순간의 일기였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미화되었는지, 그때 이러이러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후회를 했었는데,
일기를 보니 그때의 내 선택이 최선이었구나를 알게되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때 그 순간은 똑같은 선택을 할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얼마 읽지 못한 일기는 금세 덮어졌고, 다시 책장에 껴놓았다.
다시 읽을 용기는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버릴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 순간의 아픔과 감정 기억들이 솓아나 세월이 지난 지금 슬픔에 눈물이 흘렀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그 시절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벗어나고 싶지만, 그렇다고 나를 슬프게했던 것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약하다. 너무도 나약하고, 멍청하고, 무지하다.
나는 사실 아직도 무섭다.
지독히도 회피형인간인 나의 특성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것인지, 무언가 해내고 싶다가도 두려움에 도망치고 싶다.
하고싶은 마음과 도망치고 싶은 마음, 두가지의 마음이 공존해 나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가만 두지를 않는다.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버리고 싶다.
그런데, 또 나를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마음을,… 나의 생각들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게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딘가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마음과 생각들을 들여다보고싶다.
옛날에는 ‘나 여기있어! 나 좀 봐줘! 나 좀 찾아줘!’하며 또렷하게 보였던 것들이, 이제는 흐릿해서 보이지도 않는다.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
계속해서 도망만 치고 싶다.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하게,
아무도 나를 잡지 못하게,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게,
오늘도 한걸음 뒷걸음질 쳤지만,
내일은 두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눈을 감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