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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Jul 31. 2018

영화 <맨 프럼 어스(Man from  Earth)>

출근길 영화 한 편

 다들 직장 사무실과 얼마나 가까이에 사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학교나 약속 장소가 가까울수록 늦는 버릇이 있었다. 3주 전에 얻게 된 지금의 직장은 집으로부터 정확히 1 시간 하고도 13분이 더 걸린다. 덕분에(?)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나에게 약 2시간의 통근시간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2시간의 통근 시간이 곤욕일 것이라고 종종 추측하지만 의외로 아침 9시 이후의 지하철은 전혀 통근시간 같지가 않고, 종종 자리가 나기 일쑤다. 잘 집중만 하면 하루에 1편의 영화를 끝낼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나는 나에게 주어진 2시간의 여가시간을 구두쇠 재단사의 마음으로 매일 꽤나 꼼꼼하고 알차게 사용 중에 있다.


 

 내가 왜 이렇게 영화에 관심이 많은 지도 글로 한 번 옮겨놓고 싶지만, 이는 논외로 하고  오늘은 일단 영화 한 편을 먼저 소개하는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맨 프럼 어스>. 지구에서 온 남자, 라는 영화다.


맨 프럼 어스(Man from  Earth)


영화는 7명의 대학교 교수들이 모인 조촐한 하우스파티로 시작한다. 집주인은 고풍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취향을 갖고 있는 그의 집에는 뗀석기 시대 물품이며, 진품처럼 보이는 반 고흐의 작품, 조니워커 그린라벨까지 특이한 물건들이 가득이다. 이 하우스파티의 목적은 갑작스럽게 교직을 떠나는 '존 올드맨'이라는 주인공의 송별 파티.  남들은 갖고 싶어 안달인 종신 재직권도 마다하고 개인적인 사정이라며 떠나는 이 남자. 원래부터 옮겨 다니는 걸 좋아한다는 그의 말에 설득될 턱이 없는 그의 교수 동료들은 그에게 떠나는 이유를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



특수 효과도, 예쁜 영상미도, 대 영화배우도 없는 영화, 맨 프럼 어스(Man from  Earth). 그럼 이 영화 왜 봐?


찾아보니 맨 프럼 어스는 2007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인디 필름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초'저예산 영화로군. 하고 절로 생각하게 된다. 공간적 배경은 허허벌판에 소박하게 지어진 교수의 집 한 채가 전부고, 시간도 2시간이 한참 안 되는 1시간 30분. 주인공들은 그 소박한 독채 안에서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 동안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한다. 눈을 즐겁게 해줄 자극적인 요소들이 없으니 자칫하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지루한 영화가 될 법도 하다. 반대로 말하면 이 영화는 온전히 감독이 구상한 스토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영화다. 스토리 힘만으로 끌고 가려는 영화는 올드하지만 동시에 정직한 매력이 있다. 감독은 이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시나리오로 관객을 있는 힘껏 자극하고 있다.


*IMDb 평점 7.9/10 *다음영화 평점 8.4/10

Written By: Jerome Bixby

Directed By: Richard Schenkman


자극 포인트 (1)

나, 사실 일만 사천 살이야.

 우리의 주인공 존 올드만(John Oldman)씨는 이름답게 자신이 굉장히 늙은 인간이라고 주장하는데, 웬만큼 늙은 것도 아니요, 14,000살이라니.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저 남자. 대체 왜 저러는 걸까? 감독은 첫 미끼를 던지며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시작한다.


자극 포인트 (2)

나 일만 사천 살이긴 한데, 그래도 다 허무한 건 아니야

우리의 주인공 존 올드만(John Oldman)씨. 이제 종교도, 사랑도, 더 이상 영원하지 않은 것은 시작하지 않는단다. 그러면 희망도 꿈도 없이 너무 쉽게 허무주의에 빠져버릴 것만 같다. 인류의 삶은 더 이상 어떤 의미도 없는 걸까. 그즈음에 무심히 툭 던지는 감독의 메시지가 하나 있다. 제아무리 영생을 얻은 존 올드만 씨도, 당대 인류가 축척한 방대한 양의 최신 정보와 지식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한다. 인류의 지식은 느리지만 착실하게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



자극 포인트 (3)

나, 부처 만났었음.

 우리의 주인공 존 올드만(John Oldman)씨. 이제는 본인이 부처를 만났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역사 속 유명인사들 몇몇과는 친구였던 모양. 이제 교수님 친구들 몇몇은 뜨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한 명은 심리학 전문 교수님께 다급히 전화한다. 지금까지 똑똑한 대학교수던 이 친구,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실제로 왜 이런 말을 하냐는 질문에 존은 갑작스럽게 솔직하고 싶어 졌다고 한다. 하루 전 날에 부인과 작별한 심리학 교수는 존에게 그래서 "영생의 기회를 얻은 당신은 당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자리를 떠난다. 영화는 남겨진 사람들과 함께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치닫는다.



자극 포인트 (4)

나, 사실 예수다?

 우리의 주인공 존 올드만(John Oldman)씨. 사실은 예수였다고 본인의 신분을 고백한다. 그는 모든 일은 너무 과장되었으며, 자신이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는 영생의 삶을 사는 그동안 축적해온 자신의 소박한 깨달음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한 자리에 있던 교수 중 한 명인 이디스는 결국 그의 신성모독적 발언에 분개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고 한다.


스토리에 관해 글을 더 써보려고 하다가, 이하의 내용은 독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더 옳다는 생각이 들어 생략한다. 존과 존의 동료들은 그의 발언에 대해 어떤 판단과 반응을 보이는지, 그 이후의 상황이 궁금하다면 영화 맨 프럼 어스(Man from Earth)를 보시기를.




_

이 영화를 고르게 된 계기는 친구의 추천을 통해서였다. 친구는 맨 프럼 어스를 보라며 나에게 추천해준 뒤, 영화에 대한 코멘트로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존은 죽지 않는 존재로서의 존인가, 신화 창작자로서의 존인가."라는 말을 덧붙였다. 영화를 보면서 인간에게 충격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 나오는 동료 교수들의 반응은 모두 제각각이고 그래서 흥미롭다. 한평생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이디스의 눈 앞에서 '내가 예수다'라고 주장하는 존이 등장한 것, 인간의 세포 재생에 대해 한평생 연구해온 교수의 눈 앞에 나타난 살아있는 '무한 재생 세포' 존, 한평생 빙하기의 기후를 연구한 사람 앞에 나타나 '내가 겪은 것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보니 너의 연구가 대부분은 맞았다'라고 말하는 현생인류의 조상급 생명체.



 내가 절대적인 것이라고 믿는 신념에 누가 돌을 던진다면? 나는 나의 신념에 균열이 생겼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돌을 던지는 걸로는 모자라 신념을 산산조각 내버린다면?

 


각각의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취하는 입장이나 존의 발언에 반응하는 태도를 살펴보면서 나는 누구에 가까운가 생각해보는 게 재밌었던 영화.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난 어찌했을까. 당황스럽고 인정하기 힘들어하면서도 티를 내지는 않고 계속해서 유머나 농담을 던져대던 생물학 교수. 속으로는 괴롭지만 존의 이야기를 끝까지 진지하게 들어주려던 댄, 시종일관 시니컬하게 존의 정신상태에 의문을 던지던 아트, 그를 잃을까 걱정하지만 동시에 그의 신성모독 발언에 상처받는 이디스, 그의 말이 진실인지 여부를 떠나 그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샌디 등. 수많은 캐릭터들 중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찾아내 보기.



Man from Earth(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존은 죽지 않는 존재로서의 존인가, 신화 창작자로서의 존인가. ), 지루하나 끝까지 놓치지 않고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 있음

 이 글을 쓰면서도 나에게 총 12편의 영화를 추천해준 나의 사랑스럽고 소중한 친구 지혜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쓰면서도 이 글이 좋은 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욕심도 생긴다. 12편의 영화 모두 이렇게 영화 하나하나씩, 제대로 감상하고 친구들과 공유해보고싶다는 마음! 언제나 마음 속 열정을 끄집어내주어 활활 타오르게해주는 나의 소중한 친구 지혜에게 감사하며.


참고 페이지

[1] 나무 위키, 맨 프롬 어스 

[2] The Man from Earth (2007) - IMDb

[3] 다음 영화, 맨 프럼 어스

[4] 카카오페이지, 맨 프럼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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