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m Apr 17. 2021

누가 이야기를 하는가

사회에 대한 태도 EP.04 저널리즘

가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나 자신을 가짜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거짓된 사람에게 속는 일. 어떤 일이든 가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가짜뉴스는 대개 공짜로 제공되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돈이 없어 고품질 저널리즘에 접근할 수 없거나, 독립적인 공영 뉴스 미디어의 정보가 없는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훨씬 더 취약할 것입니다. 형편없는 품질의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시도 때도 없이 알림을 보내오는 어플에 오히려 관심이 떨어지듯이 뉴스를 신뢰하기란 어렵게 될 것입니다. 


고품질의 뉴스를 기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가짜뉴스, 저퀄리티 뉴스에만 노출된다면 결국 내가 속한 세상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은 차츰 떨어져 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도 진실에서 멀어지겠지요.




저널리즘 journalism 

distribution of reports on current events based on facts and supported with proof

저널리즘 신문과 잡지를 통하여 대중에게 당시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회적 사건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제공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넓게는 영화·라디오·텔레비전을 통하여 오락 및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을 포함하고요. 순화어는 언론입니다.


지역별 언론의 특성

 영미 언론의 가장 대표적인 이념은 자유주의입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자유주의 사상이 미국으로 건너가 자리를 잡게 됩니다. 영미권의 자유주의적 모델에서 언론의 자유 보장이나 저널리스트의 직업 전문성은 높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는 국가 개입이 제한되면서 자유주의 언론이 시장에 지배되면서 상업화, 기업화, 독점되는 등의 경향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영국의 BBC는 훌륭한 공영방송 시스템의 한 사례이지만, 한 명의 미디어 재벌의 행동으로 견고히 정착된 시스템에 순식간에 반민주적 파급이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호주와 영국, 그리고 미국의 언론계까지 장악하며 각 국가의 정계에 힘을 휘둘렀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주요 언론사를 인수한 뒤, 언론을 황색언론으로 변질시켜 언론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정계를 압박하는 식입니다. 


 한편 지중해 지역의 남부유럽 언론은 영미 언론이 계몽주의에서 비롯한 자유주의 이념에 근거한다고 보는 데 반해 지중해 지역은 큰 혁명이 없었던 구교권 지역으로, 언론은 정치에서 승리한 정계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상을 전파하는 매체로 이용됩니다. 단극적 다원주의 모델이라고도 불리는 지중해 지연 언론은 국가의 강한 개입과 약한 직업 전문성이 결합한 권위주의적 특징을 보여줍니다. 이 지역에서는 후견주의가 널리 유행하게 됩니다. 언론은 대중과 멀어지고 재벌의 소유물이 되어 지인들에게 배분됩니다. 미디어 재벌 베를루스코니가 언론을 장악하고 이탈리아 최초로 3번이나 총리로 선출됩니다. 2008년 총선에서 3번째 총리직 당선을 이뤘는데, 상대 정파의 표를 분산시키는 뉴스를 보도하고, 당시 사회이슈였던 집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여 불안감을 조성하여 보수의 표심을 흡수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자신이 소유한 민영방송을 이용해 정권을 재창출한 전략적 정치인입니다. 2004년 기준으로 베를루스코니 소유의 민영채널은 44%였으며 당시 공영방송 RAI의 점유율은 45%였습니다. 한 개인이 방송의 여론기능을 독점 및 통제하여 이뤄내는 결과로서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반면, 북유럽의 언론은 코포라티즘(Corporatism)이라고 불리는데요. 민주적 조합주의 언론 모델입니다. 시민들의 신문 열독률이 높아 대중에게 신문이 일찍이 발달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정당 연계 신문들이 발전을 이룬 뒤, 역사적으로 시간을 갖고 상업신문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저널리스트들의 직업전문성과 윤리의식이 강한 직업문화가 생겨납니다. 이에 대해 정부의 미디어 규제가 강하고, 언론지원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동시에 언론 자유는 철저히 보호됩니다. 


 북유럽 나라들은 국민의 뉴스 신뢰도 역시 상대적으로 높으며, 일례로 노르웨이의 뉴스 신뢰도는 46%였습니다. 2020년 기준, 한국인들의 뉴스 신뢰도는 21%로 조사 대상 40개국 중 40위로 나타났습니다. 



자유주의와 언론

자유주의 사상은 로크와 밀턴을 통해 구체화됩니다. 로크는 인간이 자연상태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 계약을 통하여 개인 권리를 국가에 양도하고 국가 보호 아래에서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고 하였습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유의 일정 부분을 계약으로 국가 권력에 양도하면, 국가 시스템의 보호로 인해 나의 자유가 보장받는다는 견해입니다. 밀런은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ca)라는 논문에서 종교 혹은 군주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필요한 것이 아니며, 최상의 가치는 표현의 자유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이 두 이론이 합쳐지며 사상의 자유시장(Marketplace of idea)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사상의 자유시장에서는 사상들이 서로 경쟁하며 진실을 밝혀내는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따라서 언론의 외부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중요해집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문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가, 종교, 정치 등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은 바로 이러한 사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영미언론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큰 문제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기업으로서의 언론이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게 되며 선정성이 강한 뉴스를 제작하고 배포하게 되며 저급화된다는 것. 둘째로 시장의 실패가 언론사를 상품으로 전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유주의 모델이 국가의 개입이 제한된 시장 지배적 모델로 변질하면 미디어가 과도하게 상업화되거나 특정 이해집단을 위한 정보 독점 혹은 편파적 보도 경향을 보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코포라티즘과 언론
 스웨덴의 언론지원정책에 따르면 그 운영 목적을 2018년 개정된 미디어지원령 제2조에 “다양한 고품질의 취재기사를 제공하는 뉴스미디어가 전국적으로 다수가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현행 언론지원 사업규모는 2018년 대비 2019년 20% 정도 증액하였음. 신규 사업영역으로는 2019년 ‘디지털 개발지원’ 사업을 ‘혁신과 개발지원’ 사업으로 변경하였고, ‘지역저널리즘 지원’사업을 신설하였습니다. 2020년에도 전체적인 언론 지원규모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르웨이의 언론지원 정책은 헌법인 기본법에 근거하여 ‘뉴스와 시사 미디어의 발행 부수와 판매 부수의 공사에 대한 시행령’ 등 5개의 시행령에 근거를 두고 시행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언론지원 정책의 목표는 여론 다양성을 해칠 수 있는 미디어 독과점을 방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현행 언론지원 사업규모는 2019년 대비 2020년 12% 정도 증액이 있었어요. 신규 사업영역으로는 2018년부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제작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지원 사업이 신설되었고요. 지난 5년간 신문지원 예산은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노르웨이 언론지원 정책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신문제작지원 사업으로 전체예산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문제작 지원은 신문 기업 재정 적자의 25~50%까지 정부가 직접지원을 해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매체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국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신문사는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편집권을 100% 독립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짜뉴스와 사회

2017 프랑스과 가짜뉴스


 2017년 3월, 1차 투표를 앞둔 프랑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마린 르펜, 장뤽 멜랑숑, 프랑수아 피용은 치열한 선거 경쟁을 벌입니다. 마크롱은 특히나 가짜 뉴스 논란에 많이 휩싸이고는 했습니다. 합리적 중도를 지향하는 신당 앙마릇슈를 창당한 마크롱은 지지율 1위를 달렸습니다. 지지율 1위 답게 그는 특히나 많은 가짜 뉴스에 시달려야 했는데, 가짜뉴스의 양도 문제였지만 가짜뉴스가 얼마나 감쪽같은지 질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한 가짜뉴스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2017년 3월 7일, 벨기에의 대표적인 언론 Le Soir를 교묘하게 흉내 낸 웹사이트에서 가짜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마크롱 선거 캠프 자금의 30%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계좌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는 마크롱이 프랑스 주재 사우디 대사를 빈번하게 만났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함께 실었습니다. 


 이 기사는 거짓으로 판명 났습니다. 사건이 있고 난 뒤, 2017년 3월 30일, 상원의원인 나탈리 구레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가짜 뉴스를 유통한 경우, 최고 1년의 징역과 1만5,0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러한 제재는 관련 뉴스의 발행인, 유통자, 검색엔진, SNS 서비스 등에도 적용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법안에 의하면 제 3자에 의해 가짜 뉴스 신고가 접수된 지 3일 이상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유통 플랫폼 역시 공범으로 취급하여 가짜 뉴스를 만든 이와 똑같이 처벌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는데 가짜뉴스의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점, 그리고 만든 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정량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 비판받았습니다. 


 가짜뉴스가 진화하고, 우리의 눈을 가리고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시점입니다.



관련 영상

HOW TO SEEK TRUTH IN THTE ERA OF FAKE NEWS


오늘은 영화를 대신해 한 영상을 소개합니다. CNN의 국제 특파원이자 '아만푸어'의 앵커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입니다. 영상의 한 구절을 인용하겠습니다.


가짜뉴스 시대에 진실을 추구하는 법

당시의 가짜 뉴스와 거짓말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인권의 원칙과 가치에 따라 민주적으로 선출한 우리 정부마저도 거짓말을 했습니다. 수백 년에 걸친 인종혐오로 발생한 이 분쟁으로 양측에 동등하게 책임이 있다고 거짓말했죠. 사실이 아니었어요. 사실은 한쪽이 다른 쪽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학살과 인종 청소를 자행했습니다. 따라서 제게 객관성이란, 모두의 이야기를 동등하게 듣고 모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지, 모두를 동등하게 대우하거나 강요된 도덕적 등가성(moral equivalence; 사실적으로는 다른 두 행위를 같다고 판단하는 도덕적 오류)을 적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인권법상 심각한 위법이 발생하였고 당신이 인권을 위반하는 최악의 국면을 마주했을 때 직면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진실을 보지 못하여 가짜뉴스의 패러다임에 갇혀버린다면, 그 때 당신은 동조자가 됩니다. 그리고 저는 집단 학살의 동조자가 되기를 거부합니다.    



맺음

              

진실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거꾸로 하면 거짓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가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레퍼런스
Bird, S. (2009). The future of journalism in the digital environment. Journalism, 10(3), 293∼295.
새로운 저널리즘 환경과 온라인 뉴스 생산 전통과 변화의 경계, 언론정보연구 49권 1호, 2011년, 7∼37,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Journalism, Fake News and Disinfor-mation, 2018.
Was Macron’s campaign for the French presidency financed by Saudi Arabia?
대통령 선거 보도 - 한국·프랑스·독일, 진민정, 2017.05.
코로나19 시대 해외 언론지원 정책, 2020.04.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을 떠날 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