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나에게
오늘의 명장(命章)
合有宜不宜 合多不為奇(합유의불의 합다불위기)
합에는 적절함과 부적절함이 있으며, 합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적천수』
단상
다다익선(The more, The better)이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삶의 문법을 정면으로 하는 '충(沖)'하는 구절이다.
사주명리학에서 합이란 천간이나 지지가 결합하여 새로운 기운을 생성하거나 억제되는 등 기존의 기운을 변화시키는 작용을 말한다.
만물의 상호작용이 그렇듯 서로 다른 요소들이 결합하여 새로운 현상이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더하기(+)라는 삶의 원칙 추구가 과연 나를 살리는 길일까?
사주명리학에서 합이 주는 보다 직접적인 교훈은 단순히 힘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내 안의 고유함을 희석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끊임없이 협력과 연대의 네트워크를 강조해 마지않는다.
물론 고립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얽혀있다는 현상 자체가 아니라, 그 합의 목적과 과정의 적절성에 대한 성찰일 것이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합의 추구가 아니라, 그 합의 결절점이자 특이점 자체인 반짝이는 '나'의 빛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지나친 합의 무게로 그 빛을 질식시켜 버린다면, 그 합은 본질을 잃고 그 합의 당사자들 모두를 표류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